「수태고지」박양신 신부(2014)
"보라,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루카1,31)
+ 루카 복음. 1,26-38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다.>
그때에 하느님께서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 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말씀의 향기>
"오십시오,주 예수님!"(묵시 22,20) -보라,이제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묵시 21,3)
-남광근 F.드살 태평동 보좌-
그분이 오십니다.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시는 분,죄와 죽음이 있는 곳에 생명이 되시는 분,불의와 폭력이 있는 곳에 평화가 되시는 분,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이 되시는 분이 곧 오십니다.
그분이 오시는 곳은 다른 곳이 아니라 우리,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 자신입니다. 우리는 흔히 예수님께서 오시는 곳은 세상의 아픔이 있는 곳,불의가 만연한 곳, 상처받고 소외된 곳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멀리 계신 분이 아닙니다. 나에게 오시는 분이십니다. 왜냐하면 죄와 어두움,미움과 불의가 있는 곳,바로 그곳은 인간의 나약함을 지니고 있는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을 바라보도록 합시다. 나 자신이 자기고 있는 어두움,미움,이기심,죄와 같이 주님의 빛으로서 변화되어야 할 부분들이 어디인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고 청합시다. 주님께서 오셔서 빛으로 비추어 주시기를.
하느님께서는 인간이 생각하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처녀였던 마리아에게 인간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잉태를 이루어 주셨고,인간의 구원을 화려함이나 웅장함이 아니라 누추한 마구간에서,포근하고 아늑한 요람이 아니라 짐승의 먹이통인 구유에서 시작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나약하고 부족함을 지니고 있는 우리들이지만,하느님께서는 성령으로 성모님께 예수님을 잉태시켜 주신 것처럼 우리 안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잉태시켜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복음의 사람이 되도록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는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말한 성모님과 같이 '믿음의 순종'(로마16,26)으로 주님을 맞아들이고 주님께서 오실 자리를 마련해 드리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희망을 가지고 기쁨에 차서 우리 안에 오실 예수님을 맞이하도록 합시다.
"오십시오,주 예수님!"
<사목지표 다시 보기(2)>
하느님 말씀 듣고 맛들이기 1
어느 본당 신부님을 성경을 잘 모르는 신자들과 복음나누기가 어려운 교우들에게 무작정 성경읽기와 성경공부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이를 위한 준비로 '성경 가지고 다니기'부터 시작하였다.
신부님은 주일미사 강론에 앞서 5분을 할애하여 성경을 가지고 온 교우들에게 주일 복음 말씀에서 한 주간 자신이 모시고 살 '성경말씀'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였다. 성당 입구에는 신부님이 손수 자른 성경메모지와 볼펜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다.본당신부님도 어색하고,「매일미사」에 길들여진 교우들에게도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사람들은 성경을 점차 친숙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친교의 싹을 틔워가게 되었다.
하지만 편하지는 않았다.교우들도 어려웠지만 본당 신부님도 마음고생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본당에서 「매일미사」사용을 자제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다. 대다수의 신자들에게는 그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불편은 불평으로 이어져 신자들에게 '왜 우리 신부님만 그렇게 하시나?'라는 뒷말을 듣고,동료신부님들에게조차 '그 신부님이 좀 독특하셔.'라는 볼멘소리로 되돌아와 자신의 마음에 비수를 꽂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나자,본당 신부님은 함께 잘 따라와 준 교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불펴함이 익숙해지자 말씀이 다가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다음 단계인 '성경일기'모임을 본당 수녀님의 협조와 도움으로 소공동체9구역/반)모임과 함께하며,단계적 성숙이 동반되었다.
이렇듯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기보다,불펴하더라도 성경을 가까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말씀이 우리 가운데 계실 때 ,새로운 마음과 복음을 향한 열정이 생겨난다.
성경과 친숙해지기 시작한 이들에게는 성경이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려 줄 필요가 있다. 말씀이 자라날 토양이 마련되었으니,씨를 뿌릴 때가 온 것이다. 성경을 자주 읽도록 이끌어 주고,강의나 교재로 성경 말씀을 쉽게 이해하도록 아내해 주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성경을 알 수 있는 교재와 프로그램이다. 이는 성경과 성전에 관한 기본 지식을 알게 하고 구약과 신약,성전에 대한 맥을 잡아 준다. 또한 성경,읽기를 생활화하도록 의지적인 마음을 심어주며,읽는 이로 하여금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는 데 목적이 있다. 다음 주에는 어떤 교재와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자.
-대전교구 사목기획국-
<미사 속 숨은 보화>
영성체 예식Ritus Communionis 3
영성체 예식은 주님의 기도로 시작합니다. 주님의 기도은 예수님께서 직접 알려주신 가장 대표적인 기도일 뿐 아니라 영적 양식인 성체를 받아 모실 준비를 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단에 예물을 바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하라는 복음에 따라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이때 이웃과 의례적인 인사가 아닌 진정한 사랑과 화해의 일치의 표시로 평화를 전하며 주님과 한 몸을 이룰 준비를 해야 합니다. 평화의 인사는 각 나라나 지역에 따라 달라서 입맞춤과 포옹,악수,목례,합장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이충무의 행복나침반(43)>
스크루지인 줄 알았더니 산타클로스네?
동전 한개하도 사랑만 있다면
길에 떨어진 동전이 눈에 뜨기만 하면 재빨리 줍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게 얼마짜리인지는 상관하지 않았다. 1원짜리이든 500원짜리이든,낡은 것이든 새 것이든 무조건 동전이기만 하면 얼른 주워 가지고 갔다.
그의 직업은 환경미화원이었다. 길을 청소하는 직업이라 다른 사람보다 길에 떨어진 동전을 발견하는 일이 쉽긴 했지만,몇 푼 안 되는 동전을 그렇게 열심히 가져가는 환경미화원은 없었다. 동료 환경미화원들은 그런 그를 보고 정말 지독하다며 '구두쇠'라고 놀리곤 했다.
그렇게 동전을 줍기 시작한 지 7년이 흐른 2013년 그리고 쑥스러워하며 동전이 가득 든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내민 그 비닐봉지 안에는 총 19만 9천690원이 들어 있었다.
동료들은 그제야 이 친구가 스크루지가 아니라 산타클로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모두들 친구를 놀리는 대신,동전만 생기면 주워서 산타클로스 친구에게 갖다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아 올해 그가 성금으로 낸 동전액수는 무려 8만 9천540원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 연이어 길에 떨어진 동전을 모아 난치병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성금을 기탁한 환경미화원분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내 채강 한 구석에 놓여 있는 돼지 저금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머니 속에 돌아다녔던 동전을 한 푼 두 푼 넣어 둔 돼지 저금통..가끔 얼마나 무거워졌는지 들어 보면서 나중에 한가득 모으면 그걸로 뭘 살까 상상하곤 했던 제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전 한 닢조차 나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려고 했던 나.. 하마터면 '스크루지 영감'이 될 뻔했는데 그 환경미화원분 덕에 올 겨울엔 저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흉내를 조금이라도 내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생명이란 이름으로
주어진 저희 삶들을
보살피고자
우리에게 오신
큰 영광!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
공지영의 수도원기행2 中 에서
에피소드2. 신앙이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 저자는 뉴튼 수도원에서 만난 젊은 여성 K와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K는 하느님이 자신의 삶에서 무슨 의미인지, 왜 주일마다 성당에 나가서 미사를 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저자의 태도는 아주 단호하다. 신앙은 취미가 아니라 나 자신의 구원의 문제라고. 저자는 '발바닥으로 성당에 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확고하게 말한다.
"그냥 성당 안 나가는 주일도 많아요, 의미가 없이 느껴지고.."
"안 돼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좀 커지고 말았다. ...
"발바닥으로 성당에 가는 거, 너무 중요해요. 제가 18년을 떠나 있어 봐서 잘 알아요."
K 가 고개를 떨구었다.
"물론 가기는 가요. 그러나 맘도 없이 미사 내내 딴생각하며 앉아 있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어요."
"그러면 어때요? 친구가 생일 초대했을 때 가기 싫은 적 얼마나 많아요. 그래도 가는 게 결국 좋았잖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를 내생일에 초대했는데 친구가 '내가 가도 널 축하만 해 주고 있지 않고 머릿속으로는 딴생각할 것 같아 못 가겠어' 하는 게 낫겠어요?
그래도 와서 있어 주는 게 좋겠어요? 결국 '진심이 아니면 가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 속에는 신앙이, 교회가. 아니 어쩌면 궁극적으로 하느님이 취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 그래요. 이건 아주 중요해요. 내 영혼의 구원이 취미인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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