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동성당(대전 중부지구)
본당 설립:1992.8.12/주보성인:한국 순교 103위 성인
+ 사도행전 2,14,36-41
<나는 양들의 문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양 우리에 들어갈 때에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가는 자는 도둑이며 강도다. 그러나 문으로 들어가는 이는 양들의 목자다.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 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을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 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따르지 않고 오히려 피해 달아난다.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에게 이야기하시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 나보다 먼저 온 자들은 모두 도둑이며 강도다. 그래서 양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말씀의 향기>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요한 10,3) - 이의현 베드로 성소국장
근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모스부호(짧은 발신전류외 긴 발신전류로 알파벳과 숫자를 표기한 전신 연락 부호)를 개발하고 사용하던 회사에서 신입사원 시험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채용공고를 본 많은 사람들이 시험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시험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관계자가 중앙에 서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여러분, 오늘 시험은 모두 끝났습니다. 우리는 필요한 인재를 뽑았으니 모두 집으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수험생들은 어리중절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항의의 모고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시험을 치르지도 않고 선발이 끝났나니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시험을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회사 관계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시험은 이미 치렀습니다. 여러분이 모여 있는 동안 우리는 모스부호를 반복하여 내보냈습니다. 이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은 면접실로 들어오라고 말이지요. 우리는 부스 부호 소리를 공부하고 알아듣는 사람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했습니다. 그러니 나머지 분들은 모두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부활 제4주일이자 성소 주일입니다. 하느님께 부르심 받은 우리들의 거룩한 소명을 기억하며 특별히 사제, 수도자, 선교사 성소의 증진을 위해 기도하는 날입니다. 매년 성소 주일을 지내며 위는 요한복음의 목자와 양의 비유를 묵상합니다. 오늘 복음을 포함한 목자와 양의 비유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양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그를 따른다. 양이 목자의 인도를 따를 때 푸른 풀밭과 물가에서 배부르고 평화로이 살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리떼의 먹이가 된다.' 이를 우리의 생활과 연결 지어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위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갈 때 우리는 평화로운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 체험하게 되고 훗날에도 그러할 것이다. 세상의 소리가 아닌 주님의 음성을 듣고 그에 따라 살아갈 때 말이다.'
교구 시노드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이 시대에 세상을 향한 주님의 음성을 잘 알아듣고 그에 따라 살아가기 위한 우리 교구의 쇄신노력입니다. 특별히 성소 주일을 맞아 성소자 발굴과 육성에도 쇄신의 노력이 시급합니다. 우리의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거룩한 주님의 음성에 더욱더 귀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미사 참례하고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세상의 속된 가치보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거룩한 가치에 맛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젊은이가 주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기도하고 인도하도록 노력합시다.
via의 시선(오월의 찬란함) -임상교 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한 주간의 글-
뜨거운 오월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육체와 정신 모두 정상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은 지난 시기 한국 사회가 경험한 역사적 사건과 아픔을 통해서 각인된 기억을 불러일으킵니다. 오월, 장미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먹는 계절입니다.
눈으로 먹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내가 보는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거리를 두고 바라봅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손을 뻗지 않습니다.
오월의 아픔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 아픔 속에서 인간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오월의 아픔 속에서 인간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아픔을 고통스럽다고 피하지 않고 직면한 사람들의 숨이 그 속에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소중하고 귀중한 숨입니다. 오월을 살아내며 품어 냈던 숨이 지금 여기에서 한(큰) 숨으로 합해집니다. 성모님이 품어내셨던 숨을 마십니다. 아들을 사랑하시며 내쉬셨던 숨과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위한 도구로 순명하시면서 품으셨던 숨,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시면서 내쉬신 숨을 마십니다.
피하고 싶었던 숨입니다. 그러나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서 내쉰 숨입니다. 그 숨을 쉬시면서 성모님은 남편 요셉과 아들 예수를 자신보다 먼저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운명을 따라가야 하는 제자들의 어머니가 되셔야 했습니다. 성모님의 삶을 채웠던 기쁨과 아픔 그리고 고통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봅니다.
선택이 만들어낸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을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서의 사람들, 그래서 오월은 찬란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제 다시 일어납니다. 희망을 살아내며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듭니다. 그리고 오월의 찬란함을 미리 살아갑니다.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159)>
이제 그만
세상엔 참으로 기발한 관광 상품들이 많다지만, 멕시코의 '부패 투어'보다 더 이색적인 여행코스는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개 '여행'하면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제일 먼저 떠올립니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릴 것만 같은 멋진 경관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니까요.
그런데 이 '부패 투어'는 보통 여행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색적인 유적지나 자연경관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부정부패와 관련된 10곳을 일부러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멕시코의 백악관'이라고 불리는 호화 저택이라고 합니다. 정부로부터 특혜를 얻은 사람들이 현 대통령에게 약 80억 원짜리 집을 지어 뇌물로 건넨 곳이죠.
잘못된 일도 자꾸 되풀이되면 그 자체로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멕시코 국민들은 점차 부정부패에 대해 더 이상 크게 놀라거나 분노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부패인식지수는 전 세계 176개 나라 가운데 123위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기 위해서 한 여행기획자가 '부패 투어'를 기획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 독특한 체험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된 거죠.
버스에 올라 탄 관광객들은 여행을 하면서 부정부패에 대해 논의하거나, 대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한 목소리로 "이제 그만"이라는 구호를 외칩니다. 부정부패의 고리를 이제 그만 끊어 내자는 의지를 표현하는 겁니다.
물론 관광을 하는 것만으로 현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출발입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변화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날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OPCD 국가 중 부패지수가 최하위인 우리나라도 '이제 그만' 잘못된 악습의 고리를 끊고, 국민 모두가 희망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어떤 날의
그 선택이
우리의 긴 시간을
뒤흔들 것이므로
그래서 이 시간
진실함을 찬찬히
잘 써 내려갈 것이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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