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아름다운 관계/박남준

모든 2 2017. 1. 27. 19:47






아름다운 관계/박남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 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