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봄빛이 완연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왜 이렇게 추운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직 매화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화가 늦은 까닭이 얼어붙은 정치 때문일까요.
우리 대통령님, 저는 오늘 이 들길을 걸으며 대통령님께 따스한 봄인사를 드리고자 했습니다. 어쩌면 제 발걸음이 멈추는 곳, 아니면 시선이 닿는 저 산 어디쯤, 대통령님께 인사를 올리다 보면 분명히 산계곡 볕 오른 어느 양지녘에는 개나리나 진달래가 피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 이상화 시인께서 남긴 시 한 편을 읊어 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 시가 시인의 가슴에서 꽃망울처럼 터져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90년 전 일이지만, 어쩌면 현실의 우리도 이상화 시인처럼 빼앗긴 들에서 봄을 맞이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대통령님, 삭은 억새 사이로 바람이 붑니다. 개울 언덕에는 쑥이 새싹을 돋우고 있구요. 물컹거리며 버들에 물이 오르는 것이 보입니다. 모든 것이 희망처럼 새롭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들녘에서 따스한 인간의 정을 잃고, 평화와 진실·정의를 빼앗기고 헤매고 있는지 모릅니다. 헬조선이라 하더군요. 진실과 정의가 죽어 버린 땅. 국민은 그래서 삶이 불행하다고 외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대통령님, 저희는 당신께서 받고 있는 탄핵 심판의 의미를 모릅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평범한, 그리하여 평범하기에 상식밖에 모르는 저희 눈에는 탄핵의 이유가 잡히지 않습니다.
탄핵 13개 항을 아무리 뒤집어 봐도 당신께서 외환과 내란의 죄를 범한 일은 없습니다. 또한 헌법 5개항에 대해서도 당신께서 헌법에 위배되는 죄를 저지른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께선 부정선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불법·폐단과 중국공산당의 한반도 침탈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자 한 일은 있습니다.
대통령 윤석열에게 보장된 5년간의 대통령 직무수행·공무 담임권이라는 헌법적 기본권리를 무시한 더불어민주당의 폭동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강압적 체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탄핵 심판 절차가 계속되는 동안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비정상적인 권리 침해의 현장을 보았습니다.
민주당은 내란죄라 하더군요. 그럼에도 내란죄를 설명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가 탄핵 사유에서 슬그머니 내란죄 항목을 빼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내란죄든 아니든 헌재를 통해 판결을 내리겠다는 속셈이지요. 확인할 수 없는 내란죄가 어찌 탄핵 사유가 되는 것인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체포부터 해 놓고 조사한다는 것이지요. 탄핵 인용이라는 결론을 내려 놓고 논리를 짜맞추자는 것입니다. 위증교사 재판에서 이재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김동현 판사의 예가 바로 그것입니다. 위증한 자에게는 벌을 주면서 위증을 교사한 자에겐 죄가 없다는 판결은 사법의 수치입니다. 심지어 일국(一國)의 대통령에게까지 이런 식의 불법이 행해진다는 건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대통령님, 29차례에 이르는 탄핵으로 나라의 모든 일이 중단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중단없이 진행시키고 있고, 행정은 민주당의 예산 독재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대통령을 잃고 봄 들판을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탄핵 사유에서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항목에 이르러 그만 실소(失笑)를 머금은 적이 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계엄 선포가 내란이라니요. 집권자가 내란을 일으킨다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주장이 현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게 탄핵 사유라면, 대한민국은 역사와 세계인의 조롱을 받을 것입니다.
대통령님, 들판 저기에서 꿩 한 마리가 날아오릅니다. 장끼군요. 장끼가 날아오른 것엔 이유가 있습니다. 틀림없이 날아오른 어딘가에는 보호해야 할 가족이 있을 것입니다. 장끼는 알을 품고 있는 암컷을 위해 사냥꾼의 시선을 빼앗고자 날아오른 것이지요. 때로는 다친 것처럼 행동하기도 하지요. 의상(擬傷) 행위라고 합니다.
장끼의 의도와 몸짓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미물이지만 암컷이 기를 새끼들을 위해, 가정을 위해 몸 바치는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님 당신께서도 대한민국을 위해 그렇게 희생하신 것이지요.
그러므로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왜 오늘의 위기를 맞고 있느냐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처음부터 그들은 대통령과 정권에 협조할 의향이 없었던 무리입니다. 자기들이 원하는 연방제 적화통일이 아니면, 그 무엇이든 파괴하고 무너뜨릴 것입니다. 대통령님께선 지금 그런 무리와 싸우고 계시는 겁니다.
대통령님, 이젠 당신께서 일어나실 차례입니다.
삶은 명예를 찾아 떠나는 길입니다. 당신께선 지금 명예와 긍지·보람 모든 것을 잃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위대한 명예를 잃고 어디에서 세상과 시절을 탓하며 원망하시렵니까. 지금 우리 대통령님은 명예를 찾아 일어서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명예는 우리의 긍지이며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올봄 우리 애국 국민들 속에서도 가슴 아픈 죽음이 있었습니다. 어느 목사님이 탄핵에 반대하며 분신(焚身)을 하셨고, 엊그제 고교연합 소속의 어르신 한 분도 분신을 시도하였습니다. 그분들이 먼저 가셨듯이 우리도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날 것입니다. 그러나 떠나더라도 명예를 잃고 이 땅에 묻힌다면 떠나간 우리의 묘지엔 죄인의 명패(名牌)가 새겨질 것입니다. 어찌하시렵니까.
대통령님, 봄이 오는 들녘에서 다시 이상화 시인의 시를 읽습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저 역시 봄신령이 지핀 듯, 하염없이 대통령님과 조국과 민족의 이름을 부르면서 봄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부디 이 화사한 봄에 몸과 마음 모두 강녕하소서, 우리 대통령님.
정재학 필진홈페이지+
'관심있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문학과 풍류 (0) | 2024.08.19 |
---|---|
[정재학의 전라도에서] 두 개의 진실이 사는 나라 (0) | 2024.07.10 |
[정재학의 전라도에서] 오메, 답답하다, 답답하도다! (0) | 2024.06.21 |
대통령, 자격 궁금 / "임기 채우면 그만" (0) | 2024.05.22 |
선관위 업무에서 선거관리를 제외시켜야 하는 이유 (0) | 2024.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