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 / 한승구
희망으로 반짝이던 초록의 날들이
한순간 빛을 잃고
시선 가득 무채색의 세상이 펼쳐지는 절망의 순간.
행복에 겨워하며 절실하게 움켜쥐었던
소중한 무언가가
사라져 가는 한나절 햇살 같은 짧은 소유의 안타까움.
그것이 희망과 절망, 행복과 불행의 간극이다.
우주만물에 영원한 것이 없듯 우리의 삶 역시
늘 행복할 수도 없지만 불행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심오한 연기법을 떠나 이것이 가면 저것이 오고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는
지극히 간단한 이분법적 논리로써 설명 되어지는 것이 우리의 삶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행복한 것을 알아 불행을 아는 것이고
불행의 고통을 알아 행복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여길 일이다.
긴 생에서 불행도 행복도 스쳐지나는 내 삶의 조각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알아
순간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정중동의 삶에 익숙해지기를
노을을 바라보는 숙연함 속에서 다짐해 보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