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사목 교서
성사 은총 안에서
세상의 빛이 되는 교회 공동체
사랑하는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 여러분!
교회의 생명은 성사 은총과 복음 선포입니다. 주님께서 세워주신 성사는 교회의 첫째가는 생명이며 복음 선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승천하시며 사도들에게 주신 사명입니다(마태 28,18-20).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교회 안에서 가장 큰 주제로 떠오른 것이 시노드 정신입니다. 세례받은 신자들이 단순히 성사 은총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제와 함께 교회 운영과 복음 선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제 성소는 교회가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가난한 이웃을 위한 봉사는 초대 교회 때부터 교회의 당연한 활동이었으며, 생태환경 위기 극복은 오늘날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당면한 과제입니다. 이 가운데에 사제 성소의 계발과 양성 그리고 성사 특별히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의 충만한 은총은 더 이상 사목 교서의 한 항목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되어야 합니다. 신부님들과 형제자매 여러분의 기도와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립니다.
2023년 사목 교서는 이러한 주제들을 담았습니다. 사목 교서의 내용과 사목 현장에서 필요한 과제들을 담아 주님 교회의 성장을 위해 애써주신 신부님들과 형제자매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2024년 역시 우리 교구는 큰 틀에서 2023년과 같은 주제들로 교회 내적 운영과 세상을 향한 복음적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2024년 사목 교서를 위한 사제단과 사목 평의회 등에서도 2023년의 대부분의 주제들을 지속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노인 사목과 청년 사목 그리고 평신도 양성과 교육을 위해 힘써줄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저는 우선 2024년 사목교서는 2023년의 주제들을 그대로 지속해 갈 것을 말씀드리면서, 2023년의 활동들을 검토하여 더 깊은 관심과 활동을 필요로 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제단과 형제 자매 여러분께서 제안해 주신 여러 주제들은 2028년 교구 설정 80주년을 준비하는 장기적인 사목 계획을 세우면서 포함시키고자 합니다.
1. 쉬는 교우 만남
코로나 사태 이후 신부님들의 사목활동과 신자 여러분의 활동으로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본당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70%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서 회복되었기에, 아직 우리가 더 힘써야 할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신부님들과 교우 여러분들께서 쉬는 교우들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신앙을 격려하시는 데에 지속적인 힘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 예비자 교리 후 지속적인 관심
여러 가지 동기로 교회의 문을 두드린 형제자매들이 예비자 교리를 마치고 세례를 받을 때, 교리 내용을 아직 충분히 익히지 못하고 신앙생활이 내면화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목자와 형제자매들이 새 영세자를 세례 이후에도 신앙적으로 돌보아 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사목자들이 사목위원들과 대부 대모의 협력을 받아 새 영세자들이 견진 성사를 받을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고해성사와 미사 참례는 물론 기도 생활과 성경 공부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면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3. 하느님 백성이 함께하는 시노드 교회
올해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세계 주교 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가 진행됩니다. 프란치 스코 교황님께서 교황직을 수행하는 초기부터 시노드 교회를 강조하셨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선교 상황과 더불어 물질주의적인 경향이 점점 짙어지는 환경에서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기 위하여 모든 신자들이 복음의 주체로서 양성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의 징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몇 년 전 3년 반 정도의 긴 교구 시노드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신부 님들도 신자들과 함께 시노드 정신에 따른 교회 운영을 위해 고심하고 실천해 오셨습니다. 가야 할 길임을 알면서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노드 교회의 정착과 성숙을 위해 더 고민하고 함께 길을 찾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이를 돕기 위해 지난 1년여 시간 본당 사목평의회 회칙 제정을 위해 많은 토의 시간을 가졌고 이제 시안이 작성되어 사목 현장에 보내드릴 것입니다. 사목평의회 회칙은 시노드 교회 정착을 위한 답이 아닙니다. 시노드 정신에 따른 공동체 운영을 위한 조직과 회의체 운영 등 영감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 뜻을 잘 이해하고 사목 현장에 적용하시면서 사목자와 신자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4. 생태환경의 회복을 위하여
2022년 9월 26일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선언 이후 교구의 여러 본당과 시설에서 이에 적극 적으로 동참해 주셨습니다. 2023년 8월 말 현재 1,285명의 조합원 등록과 11억여 원의 출자금이 있었습니다. 본당 및 기관 30개소에서 에너지 진단이 있었고, 이는 2024년 80개소, 2025년 200개소로 완료할 계획을 가지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양광 발전소는 2023년 8월 말 현재 13호기가 건설되었고, 연말까지 12호기 증설, 2024년에는 신규 30기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통계에서 보듯이, 많은 본당과 시설에서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함께하고 있습니다. 신부님들과 신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많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그래도 아직 실행된 비율이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이 사업의 초기 비용 문제로 어려워하는 본당들이 있기에, 이 운동의 담당 사제들은 신자 여러분의 출자를 통해 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부님들과 형제자매 여러 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5. 지구회합의 사목적 협의
착한 목자로 양성되어 사목에 열정을 다하고 있는 신부님들이 마련하신 좋은 사목 계획들이 좋은 열매를 맺는 데에 사제 지구회합을 중심으로 하는 사제단의 사목 협의가 중요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통상 사목구 주임사제는 교구장의 사목 교서를 바탕으로 담당 사목구에 적합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힘써 실현해 왔습니다. 각 사제는 훌륭한 사목자이지만 사제 개인의 역량 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구에서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러 프로그램들 역시 모든 사목구에 필요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많은 신자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양한 달란트를 지닌 사제들이 함께 사목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한다면, 사목에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것은 물론 고해성사, 신자 재교육 등에서 협력 사목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지구 사제단은 이에 아주 적합한 규모입니다. 지역적인 공통성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지구 사제단의 사목적 협력은 사제 개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직무 수행의 협력이기 때문에 사제단의 형제애 증진을 위해서도 매우 유익합니다. 저는 지구 사제단이 이러한 장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구장 주교의 사목 교서가 발표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목구의 구체적인 사목 계획이 수립된 적당한 시기에 지구 사제단의 모임에서 각 사목구에서 마련한 사목 계획을 함께 공유하고 필요한 논의를 하는 시간을 매년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지구 단위의 사목분야 모임과 회합에 평신도 봉사자들의 참여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우리 교구에서는, 교구 사목평의회뿐만 아니라 평단협, 여성연합회, 사회복지, 사회복음화, 청소년 분과 차원의 지구 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사목 주제에 대한 지구 단위의 만남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대전교구 시노드 이후 조금씩 이루어온 성과입니다. 지구 단위의 평신도 모임과 논의 구조를 더 격려해 주시고, 사목구와 지구 차원의 구체적인 사목 계획 수립에 평신도 봉사자들의 신앙 소명의 성찰과 사목 동참의 활성화가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2024년 사목 교서는 2023년의 사목 교서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이어가 면서 그 실천을 더 심화시켜 가자는 취지입니다. 이에 신부님들께서는 신자들과 더불어 2023년의 사목 계획을 함께 검토하시면서 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성사의 은총이 충만하고 사제 성소가 풍성한 교회 그리고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스스로 가난한 복음 정신으로 가난한 형제들을 돌보는 영적인 빛을 발하는 교회가 되기를 마음 모아 기도 합니다.
2023년 12월 3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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