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성당 대곡리공소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한티2길(33-8의 옆) (대곡리 771-1) / 2016년 촬영
+ 마태오 복음 26,14-27,6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그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 유다 이스카리옷이라는 자가 수석 사제들에게 가서 물었다.
"내가 예수님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수석 사제들은 은돈 서른 닢을 내주었다.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무교절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물었다.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차리면 좋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도성 안으로 아무개를 찾아가, '선생님께서 나의 때가 가까웠으니 내가 너의 집에서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축제를 지내겠다. 하십니다.' 하여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대로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와 함께 식탁에 앉으셨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러자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묻기 시작하였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나와 함께 대접에 손을 넣어 빵을 적시는 자, 그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을 팔아 넘길 유다가 물었다.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제자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내 아버지의 나라에서 너희와 함께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이제부터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산으로 갔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 밤에 너희는 모두 나에게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성경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 떼가 흩어지리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되살아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모두 스승님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저는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베드로가 다시 예수니께 말하였다. "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말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가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저기 가서 기도하는 동안 여기에 앉아 있어라." 그런 다음, 베드로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을 데리고 가셨다. 그분께서는 근심과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그때에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나와 함께 깨어 있어라."
예수님께서는 앞으로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돌아와 보시니 그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너희는 나와 함께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예수님께서 다시 두 번째로 가서 기도하셨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그리고 다시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감겨 자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그대로 두시고 다시 가시어 세 번째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돌아와 말씀하셨다.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때가 가까웠다.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보라,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바로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왔다. 그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보낸 큰 무리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다. 그분을 팔아넘길 자는,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으시오." 하고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두었다. 그는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말하였다. "스승님, 안녕하십니까?" 그러고 나서 예수님께 입을 맞추었다.
예수님께 말씀하셨다. "친구야,네가 하러 온 일을 하여라, " 그때에 무리가 다가와 예수님께 손을 대어 그분을 붙잡았다. 그러자 예수님과 함께 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들고, 대사제의 종을 쳐서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칼을 칼집에 도로 꽂아라,칼을 잡는 자는 모두 칼로 망한다.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 청하기만 하면 당장에 열두 군단이 넘는 천사들을 내 곁에 세워 주실 것이다. 그러면 일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성경 말씀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그 무리에게도 이렇게 이르셨다.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로 나왔단 말이냐? 내가 날마다 성전에 앉아 가르쳤지만 너희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예언자들이 기록한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때에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그곳에는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모여 있었다.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 예수님을 뒤따라 대사제의 저택까지 가서, 결말을 보려고 안뜰로 들어가 시종들과 함께 앉았다. 수석 사제들과 온 최고 의회는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에 대한 거짓 증언을 찾았다. 거짓 증인들이 많이 나섰지만 하나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마침내 두 사람이 나서서 말하였다. "이자가 '나는 하느님의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대사제가 일어나 예수님께 물었다 "당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소? 이자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어찌 된 일이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입을 다물고 계셨다. 대사제가 말하였다. "내가 명령하오,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서 맹세를 하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인지 밝히시오.'"
예수님께서 대사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그때에 대사제가 자기 겉옷을 찢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자가 하느님을 모독하였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이 더 필요합니까? 방금 여러분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대답하였다. "그자는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때에 그들은 예수님의 얼굴에 침을 뱉고 그분을 주먹으로 쳤다. 더러는 손찌검을 하면서 말하였다. "메시아야, 알아맞혀 보아라. 너를 친 사람이 누구냐?"
베드로는 안뜰 바깥쪽에 앉아 있었는데 하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도 저 갈릴래아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지요?" 베드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였다.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베드로가 대문께로 나가자 다른 하녀가 그를 보고 거기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였다.
"이이는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어요." 베드로는 맹세까지 하면서 다시 부인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조금 뒤에 거기 서 있던 이들이 베드로에게 다가와 말하였다. "당신도 그들과 한패임이 틀림없소. 당신의 말씨를 들으니 분명하오."
그때에 베드로는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기 시작하며 말하였다.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그러자 곧 닭이 울었다. 베드로는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아침이 되자 모든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은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기로 결의한 끝에, 그를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 총독에게 넘겼다.
그때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는 그분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것을 보고 뉘우치고서는, 그 은돈 서른 닢을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에게 돌려주면서 말하였다. "죄 없는 분을 팔아넘겨 죽게 만들었으니 나는 죄를 지었소."
그들은 말하였다.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 그것은 네 일이다." 유다는 그 은돈을 성전 안에다 내던지고 물러가서 목을 매달아 죽었다. 수석 사제들은 그 은돈을 거두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피의 값이니 성전 금고에 넣어서는 안 되겠소" 그들은 의논 한 끝에 그 돈으로 옹기장이 밭을 사서 이방인들의 묘지로 쓰기로 하였다. 그래서 그 밭은 오늘날까지 '피밭'이라고 불린다. 그리하여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들은 은돈 서른 닢, 값어치가 매겨진 이의 몸값, 이스라엘 자손들이 값어치를 매긴 사람의 몸값을 받아 주님께서 나에게 분부하신 대로 옹기장이 밭값으로 내놓았다."
예수님께서 총독 앞에 서셨다. 총독이 물었다.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이 당신을 고소하는 말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때에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저들이 갖가지로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들리지 않소?"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고소의 말에도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총독은 매우 이상하게 여겼다.
축제 때마다 군중이 원하는 죄수 하나를 총독이 풀어 주는 관례가 있었다. 마침 그때에 예수 바라빠라는 이름난 죄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를 풀어 주기를 원하오?
예수 바라빠요 아니면 메시아라고 하는 예수요?"
빌라도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시기하여 자기에게 넘겼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말하였다.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
그동안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은 군중을 구슬려 바라빠를 풀어 주도록 요청하고 예수님은 없애버리자고 하였다. 총독이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메시아라고 하는 이 예수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요?" 군중이 모두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군중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그러자 온 백성이 대답하였다.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요." 그래서 빌라도는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
그때에 총독의 군사들이 예수님을 총독 관저로 데리고 가서 그분 둘레에 온 부대를 집합시킨 다음,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며 조롱하였다.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군사들은 또 예수님께 침을 뱉고 갈대를 빼앗아 그분의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외투를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혔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그들은 나가다가 시몬이라는 키레네 사람을 보고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이윽고 골고다 곧 '해골 터'라는 곳에 이르렀다. 그들이 쓸개즙을 섞은 포도주를 예수님께 마시라고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맛을 보시고서는 마시려고 하지 않으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진 다음 거기에 앉아 예수님을 지켰다. 그들은 또 그분의 머리 위에 죄명을 붙여 놓았다. 거기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 예수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때에 강도 두 사람도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는데,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못 박혔다. 지나가던 자들이 머리를 흔들어 대며 예수님을 모독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는 자야,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아라."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과 함께 조롱하며 말하였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시면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그러면 우리가 믿을 터인데, 하느님을 신뢰한다고 하니, 하느님께서 저자가 마음에 드시면 지금 구해 내 보시라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으니 말이야."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마찬가지로 그분께 비아냥거렸다.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시까지 계속되었다. 오후 세 시쯤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다.
"엘이 엘리 레마 사박타니?"
이는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그곳에 서 있던 자들 가운데 몇이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이자가 엘리야를 부르네." 그러자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곧 달려가서 해면을 가져와 신 포도주에 듬뿍 적신 다음, 갈대에 꽂아 예수님께 마시게 하였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말하였다. "가만,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해 주나 봅시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큰 소리로 외치시고 나서 숨을 거두셨다.
그러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도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무덤이 열리고 잠자던 많은 성도들의 몸이 되살아났다.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신 다음, 그들은 무덤에서 나와 거룩한 도성에 들어가 많은 이들이게 나타났다. 백인대장과 또 그와 함께 예수님을 지키던 이들이 지진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말하였다.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거기에는 많은 여자들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르며 시중들던 이들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제베대오 아들들의 어머니도 있었다.
저녁때가 되자 아리마태아 출신의 부유한 사람으로서 요셉이라는 이가 왔는데, 그도 예수님의 제자였다. 이 사람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자, 빌라도가 내주라고 명령하였다. 요셉은 시신을 받아 깨끗한 아마포로 감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자기의 새 무덤에 모시고 나서, 무덤 입구에 큰 돌을 굴려 막아 놓고 갔다. 거기 무덤 맞은쪽에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앉아 있었다. 이튿날 곧 준비일 다음 날에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함께 빌라도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리, 저 사기꾼이 살아 있을 때, '나는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다.'하고 말한 것을 저희는 기억합니다. 그러니 셋째 날까지 무덤을 지키도록 명령하십시오. 그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 내고서는, '그분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다.'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이 마지막 기만이 처음 것보다 더 해로울 것입니다."
빌라도가 대답하였다. "당신들에게 경비병이 있지 않소, 가서 재주껏 지키시오." 그들은 가서 그 돌을 봉인하고 경비병들을 세워 무덤을 지키게 하였다.
<말씀의 향기>
고통스런 수난은 영광의 부활을 위한 여정 - 최견우 사도요한 온양신정동 주임
로마 유학 시절, ‘지금은 성인이 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성주간 전례에 참례해 봤습니다. 공동집전 사제는 미사 시작 2시간 전에, 성 베드로 성당에 모여야 했고 2~3시 간의 미사가 끝나면, 다시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긴 미사를 해 본 적이 없었고, 미사를 드리기 위해 2시간의 기다림도 없었 습니다. 사실 성주간 동안 저의 모든 활동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주간을 주님과 함께 지낸 셈입니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개선장군처럼 백마를 타고 들어오신 것이 아니라, 소박하고 심지어 고집까지 센 나귀를 타고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볼품없는 겉옷을 안장으로 삼고, 마구잡이로 꺾은 나뭇가지를 밟으며 입성하십니다. 현실의 해방을 위한 승리의 메시아가 아닌, 백성들 눈높이에 맞춰진 보잘것없는 분으로 오십니다.
우리도 성지 가지를 들고 오늘 전례에 참여합니다. 유다인처럼 우리도 성지 가지를 들고 주님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그 가지를 십자가 뒤에 걸어 놓습니다. 환영의 의미였던 성지 가지가 고통의 상징인 십자가 뒤에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관심 없이 거의 10달을 보낸 다음, 재의 수요일이 되어서야 성지 가지를 기억하고 그 가지를 태워 우리 이마에 뿌립니다.
십자가의 상징에 부합하게 성지 가지를 걸지만, 우리는 십자가나 성지 가지와는 무관한 삶을 살아갑니 다. 그러면서 내 십자가가 무겁다고 한숨짓고 불평을 주님께 쏟아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희생이었을까 요? 주님께서는 억울하셨지만, 침묵 속에서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우리도 변명이나 불평 없이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반복된 삶이 무료해지거나 삶에 지쳐 갈 때, 이제는 십자가와 함께 성지 가지도 보았으면 합니다.
수난(Passio)이라고 할 때 우리는 고통만을 연상합니다. 이 단어에는 열정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그저 주어지는 수동적인 십자가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고통과 수난을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부활은 더욱더 큰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즉, 주님의 십자가가 나의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제 수난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영광의 부활을 위한 깊은 상심의 수난이 한 주간에 걸쳐 시작됩니다. 새벽이 오기 전에 가장 짙은 어둠이 세상에 깔리듯이, 주님의 수난도 절정을 향해 갈 것입니다. 이 한 주간, 우리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요?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신 메시아, 우리에게 정겹고 평안한 모습으로 다가오실 주님을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열정을 담아 수난을 받아들인다면 새롭게 해석될 부활의 삶이 되지 않을까요?
<공동의 집>
세종성프란치스코본당 활동보고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찬미받으소서 3~6항)
저희 본당 주보성인인 프란치스코 성인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당신의 무한한 아름다움과 선함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놀라운 책으로 자연을 받아 들이도록 권유합니다’(찬미받으소서 12항). 본당 설정 10주년을 맞고 있는 본당 공동체가 주님의 말씀과 가까워질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보는 것 또 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본 분과는 지속적인 생태 영성교육을 통하여 본당 공동체가 생태적 회심과 생태적 감수성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모든 피조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공동체가 함께 또는 개개인이 각자의 소명에 맞게 작은 것부터 기쁘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기를 바랍니다.
본당 사회복음화분과는 의식개선으로 찬미 받으소서 회칙 통독과 환경 관련 도서를 읽고, 토론하기를 진행하였습니다. 실천사항으로는 플라스틱 병뚜껑과 멸균팩 모으기를 실시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보상으로 받은 업사이클링 제품의 전시 및 나눔을 통해 자원 순환의 어려움과 필요성을 경험하였습니다. 이어 진행한 멸균팩 모으기 캠페인은 재활용 공정을 거쳐 핸드타월이나 플라스틱 용기로 제작되는 제품의 주원료를 모으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 있었습니다. 정성껏 모은 종이팩과 멸균팩은 핸드타월과 휴지로 보상받아 본당에서 사용하였습니다. 위 캠페인의 알림은 미사시간에 취지를 설명하거나 포스터를 제작하여 본당 주보와 밴드, 게시판을 통해 알렸습니다. 또한 본당 로비의 디지털 기기를 통하여 기후위기 동영상을 상영하였고 주일미사에 기 후위기 피켓팅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본당에서 열린 제2회 기후학교는 각 분야별 환경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공동의 집을 돌보기 위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나 정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에 본 분과는 지속적으로 환경부 앞 피켓팅과 거리미사 봉헌, 전국의 환경 이슈 및 정책 현안에 적극 참여하고자 합 니다. 그리고 대전교구 204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본 당에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안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보다 실질적인 참여와 연대 안에서 주님을 찬미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길 희망해 봅니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찾아 이 땅에서 걸어가고 있습니다.
노래하며 걸어갑시다!(찬미받으소서 244항)
-강미경 마더데레사 세종성프란치스코본당 사회복음화분과-
<가톨릭 신자로서 알아야 하는 <미사>
40. 미사 해설 - 성찬 전례(4) : 예물 준비에 대해서
지난 편에 이어 예물 준비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 빵 봉헌
사제는 빵이 담긴 성반을 두 손으로 제대 위에 조금 높이 받쳐 들고 조용히 기도한다.
◆ 포도주 준비
사제 또는 부제는 성작에 포도주를 붓고 물을 조금 따르면서 속으로 기도한다.
◆ 포도주 봉헌
사제는 두 손으로 성작을 제대 위에 조금 높이 받쳐 들고 조용히 기도한다.
◆ 봉헌 기도
그 다음에 사제는 허리를 굽히고 속으로 기도한다.
◆ 정화 예식
이어서 사제는 제대 한쪽으로 가서 손을 씻으며 속으로 기도한다.
◆ 성찬례로 초대
사제는 제대로 가서 교우들을 바라보고 팔을 벌렸다 모으면서 말한다.
④ 정화 예식 : 예물 준비가 끝나면, 주례사제는 제대 한쪽으로 가서 조용히 손을 씻으며 다음과 같이 사적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없애 주소서.” 이 기도는 유다인들이 식사 전 손을 깨끗이 씻었던(마르 7,3-4) 전통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예식 안에 담긴 상징성은 깨끗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성찬례에 임하겠다는 내적 정화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⑤ 성찬례로 초대 : 예물을 제대 위에 차리고 정해진 예식을 마치면, 사제는 함께 기도하자고 신자들을 초대합니다. 이 초대문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예식서에 나온 부분을 다시금 읽어 보고, 되새겨 봅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드리는 미사는 하느님 아버지께 드리는 제사이자, 기도 그 자체입니다. 그렇기에 주례 사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가 봉헌하는 이 거룩한 제사를 받아주십사 청하고, 신자들에게는 거룩한 제사를 봉헌하는데 합당한 마음을 지니자고 초대합니다. 이러한 초대에 신자들은 주님의 이름을 통해 봉헌되는 이 제사가 우리 공동체와 온 교회, 그리고 세상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응답합니다. 즉, 이 부분은 성찬례를 준비시키는 목적과 동시에 거룩한 미사의 합당한 목적을 일러주는 부분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성찬 전례 중 감사기도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 사목국 차장-
* 교구 내 공소
해미성당 대곡리공소
대곡리공소는 한티(한치, 大峙) 고개의 서쪽인 해미 방향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주교 신자들이 체포되어 해미로 압송될 때 거쳐가던 곳이다. 1870년대에 이르러 김씨, 황씨, 박씨 집안이 살기 시작하면서 교우촌이 형성되었다. 신자수가 늘어 1893년 양촌본당의 퀴를리에 신부에 의해 공소(신자수 23명)가 설정되었다. 초대 회장은 최씨 였고 2대 회장은 김인제(안드레아)였다. 현재의 공소건물은 1939년에 지어진 4칸×2칸 규모의 목조건물로 진흥회관(마을회관)으로 사용하던 것을 1953년경 수리하여 공소로 사용하였다. 당시 박병화 회장이 공소부지를 교회에 희사하였다. 신자수 감소로 1990 년대 중반부터 공소예절은 중단되고 건물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17세대 31명의 교우가 있으며 13명이 해미성당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이충무의 숨은 행복 찾기(53)>
혼자로, 또 각자로
살다보면 비슷한 것 같은데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혼자’와 ‘각자’라는 단어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듣기엔 ‘혼자’나 ‘각자’나 언뜻 그게 그거 같아서 언제 어떤 단어를 골라 써야 맞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정확한 차이를 몰라도 두 개의 단어로 잠시 묵상해 보기로 했습니다. “삶을 살아오며 혼자라고 느낄 때와 각자라고 느낄 때 마음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
‘혼자’라는 단어는 지금 여기 나 하나뿐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곁에 아무도 없고, 오로지 절대적으로 나만 혼자 남아 있는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혼자 걷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텔레비전을 볼 때 편하기도 하고 외롭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종종 혼자라는 느낌을 받았던 순간도 떠오릅니다.
반면에 ‘각자’라는 단어는 지금 여기 나 하나뿐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누군가를 전제로 한 혼자인 상태인 셈입니다.
각자 걷고, 각자 밥을 먹고, 각자 텔레비전을 본다는 건 그런 일을 하고 난 후 서로 한자리에 모이게 될 거라는 기대를 품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 삶은 ‘혼자’와 ‘각자’인 상태의 무한 반복의 여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 ‘혼자’의 방과 ‘각자’의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혼자만의 방 안에 들어가면 정말 나 홀로 존재해야 합니다. 절대적인 고독의 시간을 가지고 침묵 속에서 나의 진솔한 모습과 마주해야 합니다.
각자의 방 안에 들어가면 혼자임에도 혼자라고 느껴서는 안 됩니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을 떠 올리고, 그들에게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기억해야 합니다.
‘혼자’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 ‘각자’ 부단히 타인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를 부활의 문 앞에 데려다 주는 주님의 손길인지도 모릅니다.
-이충무 바오로 극작가, 건양대교수-
<1분 교리>
Q) 성주간이란?
A)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 토요일'까지의 한 주간으로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가장 견고하게 묵상하는 때입니다.
성주간의 첫날인 '주님 수난 성지주일'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주일로, 미사 전에 예수님을 임금으로 환영한다는 뜻으로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 행진'을 합니다.
'성 목요일' 오전에는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성유축성미사를 봉헌합니다. 이때 갱신'을 합니다. 사제품을 받을 때 한 서약을 새롭게 하는 '사제 서약 갱신'을 합니다. 이날 저녁에는 예수님께서 제정하신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주님 만찬 미사'를 봉헌합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한 <사순시기>는 이 미사 전에 끝납니다.
'주님 만찬 미사'가 끝나면 성체를 수난 감실로 옮기고 제대 중앙의 십자가를 천으로 가립니다.
파스카 성삼일은 성 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로부터 부활 주일의 저녁 미사까지입니다. 건너감을 뜻하는 파스카(Pascha)는 원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됨을 기념하는 축제였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의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우리의 생명을 되찾아 주셨습니다. 이로써 당신의 파스카 신비로 인류를 구원하시고 하느님을 완전하게 헌양하는 업적을 이루셨습니다.
2023년생
찬미 예수님
기후 위기 뉴스는 어느새 우리에게 들리지 않는 사이렌이 된 것 같습니다. 비상 상황이라고들 하는데 내용은 어렵고, 해결책은 막막하고, 볼수록 우울해지기만 한다는 생각에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듭니다. 오늘은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면 생애주기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쓴 기사가 있어서 올립니다.
올해 태어난 A군은 2030년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우리는 지구가 1.5도 넘게 뜨거워지는 것을 먼저 막지 못했습니다. 되먹임 현상에 의해 지구는 스스로 점점 더 뜨거워집니다. 2도 상승이라는 마의 수치를 향해 달려갑니다. 이것조차 막지 못하면 다음의 시나리오가 전개됩니다.
2042년 A는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이즈음 북극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A의 성인기 동안에 뎅기열을 전염시키는 흰줄숲모기와 이집트숲모기의 위협을 받습니다. A가 아직 30살이 되지 않은 2050년쯤 식량부족이 현실화합니다. 가뭄과 열에 약한 옥수수의 수확량이 1억 톤 줄어 인간식량과 동물 사료 공급에 위기가 옵니다. 이 와중에도 지구의 온도는 계속 높아져 3도 상승에 이릅니다.
A가 중년에 접어든 2075년(62세)쯤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4도 높아져 있습니다. 지구엔 이제 생물학적으로 사람이 살기 적합한 곳이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든 종 가운데 최소 6분의 1이 멸종위험에 놓입니다.
-사회 복음화분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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