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의 미학/한승구
도심을 뒤로한 채 찾아든 적막한 산골
그곳은 포기와 체념을 배우는 고립된 곳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절망이나 좌절이 아닌
비움이라는 것을 알았고
비움에 따르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해와 용서 관용과 배려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은
일상적인 나로부터의 초월이자 고립의 미학이라 말하고 싶다.
걸림없이 누릴 것 같은 자유는 자유가 아닌
필연으로 받아 들어야 할 고독한 무원의 고립감이었고
더러는 비켜 살 수 없는 정신적 한계와 마주한 자아를 위로해야 했다.
산 속에서 나와야 숲을 볼 수 있고 산을 볼 수 있듯
우리의 삶과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법이다.
비워진 만큼의 평화란 말은 아직도 요원하고
고립의 미학 속에서 여전히 과정을 거치고 있으니
나는 아직도 산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일까.
서당 한승구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중요 무형문화재 제118호 이수자로서 단청, 개금,사찰벽화, 불화와 함께 통도사, 은혜사, 옥천사 등에 고승진영을 봉안하였고 국내외에서 18회의 개인전 및 초대전을 가졌다. 현재 경남 고성의 작업실에서 후학지도를 하며 작업 중이다.
-2020년 1월 "월간 해인"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