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종" 김옥순 작
기쁨의 맛/이해인
바람에 실려
푸르게 날아오는
소나무의 향기 같은 것
꼭꼭 씹어서 먹고 나면
더욱 감칠맛 나는
잣의 향기 같은 것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대하고 사랑할 때의
평화로움 같은 것
누가 나에게
싫은 말을 해도 내색 않고
잘 참아냈을 때의
잔잔한 미소 같은 것
날마다 새롭게
내가 만들어 먹는
기쁨 과자,기쁨 초콜릿, 기쁨 음료수
그래서 나는 평생
배고프지 않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날마다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고 요리하는 기쁨을 나름대로 표현해 본 시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기뻐하면 큰일날 것처럼 살고 있다고, 특히 신부 수녀들의 표정은 너무 근엄하고 경직되어 있어 가까이 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듣습니다. '좀 더 웃는 얼굴을 보여달라는 주문도 많이 받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중엔 엘레나 포어터의<파레아나의 편지>가 있는데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기쁨의 게임'을 실천하여 주인공이 온 마을 사람들을 희망과 기쁨으로 변화시켜가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해 성탄 선물 뽑기에서 인형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 파레아나에게 지팡이가 주어지자 서럽게 우는 걸 보고 목사님인 아버지가 말합니다. "바보같이 울긴 왜 울어? 너에게 지금 이 지팡이가 필요 없다는 걸 기뻐하면 되잖니?"라고요. 이 책을 읽고 나도 기쁨의 게임을 생활에 적용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특히 주어진 상황이 안 좋을 때 일수록 이 기쁨의 게임은 빛을 발해서 좋습니다.
잠깐 인내해서 오래 선물 받는 환희심을 기쁨의 게임은 가르쳐 줍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안들어 우울의 늪에 빠지려고 할 때, 인간관계가 어긋나고 복잡해질 때 나는 상황에 맞는 화살기도와 평소에 자주 연습한 기쁨의 게임으로 위기를 모면하곤 하였습니다. 기쁨의 게임을 하는 것은 병상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간호사가 체온과 혈압을 재러 올 때도 귀찮은 표정 대신 웃으며 대하고 가장 힘든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을 적에도 '이렇게라도 치료를 받을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가'하며 기뻐하고,문병 온 이들이 더러 맘에 안 드는 말을 해도 '마음은 안 그런데 말이 헛나오는 거겠지'라고 이해하면서 웃으니, 기쁨의 게임은 조금씩 더 발전해 갔습니다.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시기에 우리는 대청소도 하고 김장을 하면서 기뻐할 것입니다. 성가연습을 하고 성탄편지를 쓰고 은인들에게 선물할 과자를 구우며 기뻐할 것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방문하고 예수아기의 구유에 놓을 자신만의 선물을 준비하면서 기뻐할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맞이하는 이 기다림의 계절에 우리 모두 기쁨의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어리석어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의 승리자가 되는 비결이기도한 착한 마음과 겸손한 용기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이해인 수녀 시인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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