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그들은 모두,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하였다.”
(사도 1,14)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오늘 광복 77주년과 성모 승천 대축일을 맞이합니다. 성모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완성하신 하느님을 온 마음으로 함께 찬미합시다.
성모님은 전 생애를 온전히 주님께 봉헌하신 분 입니다. 주님의 어머니로 미리 간택되시어 원죄 없이 잉태되셨고, 가브리엘 천사를 통해 처녀의 몸으로 주님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부르심에 주님의 종으로서 ‘예’라고 응답하셨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실 때, 시메온은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반대를 받으실 때 성모님의 영혼 역시 칼에 꿰찔리는 고통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 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 성모님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처음부터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함께 가는 소명을 받은 것입니다.
성모님은 예수님 공생활 중에도 걱정스러운 소문을 듣게 되면 즉시 예수님을 찾아 나서실 만큼 항상 예수님을 마음에 두고 사셨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은 성모님을 사도의 어머니로, 사도를 성모님의 아들로 정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부활 승천하시며 제자들에게 성령이 오실 때까지 예루살렘에서 기다리라는 명을 주셨 고, 성모님은 제자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하시며 때를 기다리셨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면서 이렇게 참된 제자로서의 삶도 그분의 변함없는 길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령강림과 교회 창립의 증인이 되시어, 사도들의 모후요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모님께서는 이토록 전 생애를 통해 하느님께 순명하며, 아들 예수님과 온전히 일치하여 사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마음으로 믿어 의로움을 얻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을 얻습니다.”(로마 10,10)고 선포하였는데, 성모님은 그 이상을 사신 분입니다. 그런 성모님께서 특별한 구원의 은총을 받으신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성모님께서 하늘나라로 불려 올라가신 것은, 성모님께서 주님과 온전히 일치함으로써 얻은 특별한 구원 은총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성모님의 승천은 우리가 주님을 온전히 믿고 충실히 살아갈 때 우리도 어떻게 구원의 은총을 누리게 될 것인지 아주 분명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모님처럼 살고 성모님처럼 구원받을 존재들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믿음은 무엇보다 성모님처럼 주님과 일치하여 사는 삶을 말합니다. 그리고 주님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 첫째가는 것은 말씀과 성사입니다. 저는 모든 그리스도 신자들이 살아가면서 늘 말씀의 영감을 받고 성사의 은총을 충만히 누리시기를 희망하고 기도합니다. 주님은 말씀이시고 영이시기에, 말씀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 안에서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을 식별하게 도와줍니다. 우리가 매일 많은 수고를 하면서 무엇인가 얻으려 애쓰지만, 정작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고 헤맬 수 있습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양식도 못 되는 것에 돈을 쓰고 배불리지도 못하는 것에 수고를 들이느냐? 들어라, 내 말을 들어라. 너희가 좋은 것을 먹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리라.”(이사 55,2)
우리 가톨릭교회의 신앙은 주님께서 이루신 모든 구원의 은총을 주님 친히 성사로 제정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성사의 은총이 바로 주님께서 말씀하신 ‘좋은 것’이고 ‘기름진 음식’입 니다. 성사의 은총을 누리려는 마음이 신자 여러분 안에 늘 살아있기를 빕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을 믿는 사람은 당연히 주님이 지금 사시는 것처럼 살기를 희망합니다. 성경이 보여주는 주님의 가장 두드러진 모습은 자비입니다. 주님의 한없는 자비 때문에 죄 없으신 그분이 기꺼이 우리를 대신하여 죄인이 되시고, 그로 인해 죄인인 우리가 의롭게 되지 않았습니까? 자비로운 사람은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입은 지극한 자비에 감사하며 가난한 이웃을 통해 주님 닮은 자비로운 삶을 봉헌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실천합니다. 우리 주위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형제들이 우리와 똑같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임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성경이 힘주어 증언하는 하느님의 모습 은 ‘평화’입니다. 우리를 위해 죽으시어 하느님과 우리 죄인을 화해시킨 예수님을 가리켜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에페 2,14)라고 선언합니다. 최근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죄 없는 많은 이들이 희생당하고, 그로 인해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가난한 지역 일수록 아무런 잘못 없이 더욱 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일상생활에서 평화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평화에 민감할 수가 없습니 다. 그래서 매일 만나는 사람과 일에서 주님께서 이루신 평화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 우선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처럼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의하고 폭력적인 상황을 민감하게 바라 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이런 노력이 평화의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 하느님께서 들어주시고 이루어주시는 기도가 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 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하 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하느님 구원의 완전한 표징인 성모님 승천이 조국의 자유를 되찾은 광복과 한 날인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 믿으며,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성모님의 보호에 맡겨드립니다.
자비의 어머니이시며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님, 우리도 성모님을 모범으로 이 세상에서 자비와 평화의 사도가 되도록 이끌어 주시고 빌어주소서, 아멘.
2022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김종수 아우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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