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대전가톨릭미술가회)
「진리를 찾고 갈구하는 사람들」 72.7 × 60.6cm. 구유 석고상. 2020년
+ 마태 복음 2,1-12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 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 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어.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말씀의 향기>
그분의 별을 보고(마태 2,2) - 이원순 마티아 둔산동 주임
새해 첫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이 주님 탄생의 별을 보고 긴 여정을 떠나는 동방박사의 이야기라서, 다시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들에게 지금 나를 이끌고 있는 별은 무엇인지, 또 내가 찾고 있는 별은 어떤 별인지를 묵상하게 합니다.
복음에서, 상반되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예수님의 별을 찾습니다. 동방박사들과 헤로데입니다. 동방박사들은 유다인들의 임금이신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다고 헤로데에게 말합니다.
그 많은 별 중에서 "그분의 별"을 발견하고 길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 인간이 진리를 찾고, 내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방박사들이 주님의 별을 보고 찾아 나섰다는 것은, 요한복음에 비추어서 재해석해 본다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동방박사들은 작은 고을 베들레헴에서, 그분의 별을 발견하고 "더없이 기뻐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합니다.
동방박사들을 인도했던 주님의 별이, 예루살렘 도시에 들어서자 별이 보이지 않았다고 복음서는 말합니다.
예루살렘이란, 헤로데와 지도자들이 살고 있는 도시로 권력과 화려함의 도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유다인들이 무시하는 이방인이었던 동방박사들은 아주 먼 곳에서 "그분의 별"을 보았지만, 오히려 지척인 도시 예루살렘에서, 하느님의 선민이라고 자부하며 살던 유다인들은 그분의 별을 보지 못합니다. 이것은 오늘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가까운 성당이 있는 도시에 살면서 우리 또한 세상의 유혹에 눈이 가려져, 우리의 깊은 내면을 비추고, 우리를 진리와 생명의 길로 이끌고 있는 그리스도의 별을 보지 못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성찰하게 합니다.
우리를 이끄는 별은 참 많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 참된 생명의 길로 이끄는 큰 별은 하나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작은 고을 베들레헴을 비추고 있던 그 별을 보고, 우리가 길을 걷도록 초대하고 계십니다. 별을 보고 길을 나선다는 것은 분명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처럼, 찾는 수고와 길을 나서는 결심과 노력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새해 첫 주일을 맞아, 그분의 별을 다시 발견하고 찾아가, 기뻐 경배하는 은총이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지구는 인류를 위한 집일 뿐만 아니라 산과 강과 바다,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들의 공동의 집입니다.(「찬미받으소서」 1항), 인류의 기원이며 몸붙여 살고 있는 산과 강과 바다는 무한 착취의 대상이 아닙니다. 사람과 산, 바다는 서로 돌봄을 주고 받는 관계입니다. 그러니 산, 강,바다 등의 자연환경들도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인류도 온전하게 보호와 돌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생활의 토대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허법은 인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산, 강, 바다에도 법적인 권리를 부여해야 합니다. 산은 황폐화되지 않고 조화롭게 생명을 유지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강은 깨끗하게 보존되어 막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를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다 역시 무자비한 남획과 오염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이들은 모두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작품을 지키는 이들로서 우리의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 성덕생활의 핵심이 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체험에서 선택적이거나 부차적인 측면이 아닙니다.(「찬미받으소서」217항)"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정신을 구현하라는 지향으로 7년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모든 창조물들에게 법적인 권한이 주어지기를 기원하면서 하느님의 작품을 지키려는 우리의 행동을 펼쳐 나갑시다. 지구는 사람만 살고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러하기에, '인권'을 바탕으로 하는 법 위에 '모든 생명들의 권리'를 수호하는 '지구법'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지혜와 사랑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온갖 것을 선으로 대하시며 일체의 조물들을 어여삐 여기십니다.
2000년 전, 가장 작은 모습으로 오시어 저희와 함께 계시니, 저희 또한 이 지구의 가장 작은 이웃들을 돌보고 자비를 베풀게 하셨습니다.
누군가를 희생하여 자신의 만족을 채우고 모든 것이 모자람 없이 넘쳐나는 지금, 눈에 잘 띄지 않은 채 울고 있는 작은 이를 알아볼 수 있게 하소서. 그들 또한 처음부터 온전한 하나임을 깨달아 그들 중 누구 하나라도 잃지 않으려는 당신의 뜻을 저희가 알게 하소서.
-강승수 요셉 신부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교회와 나' 새롭게 알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앙과 삶을 배웁시다1>
11.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타종교 이해 ① - 하느님의 백성과 타종교
현대는 다종교 사회다. 심지어 한 집안,가족 안에도 서로 다른 종교 신자가 있다. 이 엄연한 현실 앞에서 타종교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어떨까? 이제 이 공의회가 이뤄낸 세 가지 본질적 변화의 장場(교회와 교회 자신;교회와 세상; 교회와 타종교)가은데 셋째로 교회와 타종교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공의회의 교회 이해에 따라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며 모든 인간의 일피에 봉사한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곧 '그리스도 안의 성사'로서 '하느님과의 백성인 교회는 곧 '그리스도 안의 성사'로서 '하느님과의 깊은 결합과 모든 인간의 일치를 위한 도구'(교회헌장 1) 인 것이다. 공의회는 이렇게 이 백성과 전체 인류와의 결합을 표현하면서 선한 의지를 가진 모든 인간과 함께 상호 존중과 사랑의 대화를 열어 제치며, 인간의 품위를 강조하고 그가 새로운 사회의 구성에로 불리었음을 강조한다. 곧 교회 안과 밖의 모든 인간이 새로운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이 되도록 부름 받은 것이다. 공의회의 바로 이러한 사고가 가톨릭 교회의 타종교 이해의 바탕이 된다.
공의회는 '하느님의 백성'과 관련하여 비단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비가톨릭 교회, 비그리스도교 종교공동체 그리고 비종교적 세계관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교회가 비그리스도인에 대해 총체적으로 "아직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로 여러모로 하느님 백성을 이루도록 부름 받고 있다."(교회헌장 16)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입장은 더욱 심화되어,"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의 자녀들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뿐 아니라 곧바로 인류 전체를 향하여 말하며, 현대 세계에서 교회의 현존과 활동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이에게 밝히고자 한다."(사목헌장 2)로 공표한다.
이러한 공의회 정신이 보다 구체적으로 표명된 것은 「비그리스도교 선언」을 통해서다. 이 선언에서 처음으로 타종교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 분명하게 밝혀진다. "가톨릭 교회는 이들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거룩한 것은 아무것도 배척하지 않는다."(비그리스도교선언 2) 이는 단순히 가톨릭 교회가 선교를 위해 경미한 행보를 내딛은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들여댜보는 시도이자 동시에 전체 인간의 보편적 구원을 향한 노력의 행보로 봐야 할 것이다. 공의회는 사람들이 종교에서 찾는 것이 "인간의 마음을 번민하게 하는 인생의 풀리지 않는 물음에 대한 해답"(동同 선언 1) 임을 간파하며, 그에 맞갖게 타종교 안에 있는 옳고 거룩한 것에 대하여 열린 자세를 취한다. 교회는 그들 안에 있는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에 의해 부름 받은 그들의 길, 그들의 계시를 인정하고,유다인과 이슬람인 그리고 이교도들과도 대화하고 있다. 곧 공의회는 한편으론 교회의 메시지와 타종교의 가르침 사이의 구별을 확실히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추는"(동 선언 2) 진리의 빛을 인식한다. 이것은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해야 할 교회의 사명에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것은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을 똑 같은 진리의 물음 앞에 세울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나타나는 것은 종교들의 구원에 대한 이해와 구원의 중요성에 대한 물음이다.(진리에 근거한) 구원을 제시하지 않는 종교는 참 종교가 아닌 까닭이다. 공의회의 이러한 타종교 이해는 오직 가톨릭 교회에만 진리와 구원이 있다는 이전의 독점적(배타적)사고에서 보편적(포괄적)사고로의 전향을 명백히 보여준다.
-서명옥 로사 대전가톨릭대학교 기초신학 강사-
정지풍 아킬레오 신부(대전가톨릭미술가회)
「진리를 찾고 갈구하는 사람들」
72.7× 60.6cm. 구유 석고상.2020년
주님 공현 대축일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예수님이 이방인인 동방박사의 경배를 받고 이 세상의 왕, 구원자로서 모든 인류에게 자신을 공적으로 드러내신 날입니다.
구세주 탄생을 알아보고 별을 따라 아기 예수를 찾은 동방박사들의 모습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 경배를 드리러 온 그들의 지위와 품격에 비추어 강생의 신비와 구원의 보편성이 드러납니다. 새해에도 우리의 삶이 주님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여정이 되시기를 빕니다.
<이충무의 숨은 행복 찾기(23)>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그리는 마음으로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오는 일을 그리 오래도록 반복해 왔건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세월의 오고감에 대해 복잡한 심경입니다.
늘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며 맞이하던 새해를 이젠 미래가 아닌 과거의 어느 한 지점을 간절히 바라며 맞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나 인원 제한도 없이,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가보고 싶은 곳을 가보는 그런 평범한 삶을 새해에 꿈꾸게 될 줄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새롭다는 것은 익숙했던 과거와의 결별만이 아니라, 때론 거꾸로 너무나도 익숙했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처음 가져 봅니다.
옛 선조들은 동짓날로부너 81일 동안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그림을 그리며 봄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하얀색 매화 꽃봉오리 81개를 그려 놓고, 매알 하루에 한 봉오리씩 81일 동인 붉은색으로 칠해 가는 '구구소한도'는 일종의 봄맞이용 그림놀이였습니다.
마지막 한 송이 홍매화가 완성되면 놀랍게도 마당에 있던 매화나무에도 매화꽃이 활짝 피게 되어, 드디어 봄이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되는 기쁨을 맛볼수 있게 됩니다.
매화꽃 꽃봉오리 대신 81개의 지난 시절 일상들을 마음 안에 그려 봅니다. 그리고 빛바랜 그 평범한 일상의 빈틈을 81일 동안 하나하나 감사의 마음으로 색칠해 나갑니다.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고, 그 시간 속에서 얼마나 서로 사랑했으며, 그 소소한 일상들 안에 주님의 은총이 얼마나 넘쳐났는지를 기억하다 보면 어느 새 따뜻한 봄이 찾아올 것만 같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꿈꾸기보다 차분하게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다시 서게 되면 이제 우리 모두 매화꽃이 되어 활짝 웃고 한층 더 서로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충무 바오로 극작가,건양대교수-
<1분 교리>
1) 주의 공현이란?
동방의 세 박사가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간 것을 기념하는 날로, 당신이 이 우주의 참 주님이심을 유대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드러내신 사건을 말합니다.
2) 신자들이 미사에 꼭 참여해야 하는 날은?
미사에 꼭 참여해야 하는 날은 모든 주일과 4대 의무 대축일입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주일미사와 4대 대축일 미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도록 유념해야 합니다. 4대 대축일은 '예수 부활, 예수 성탄,성모 승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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