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미 예수님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부님,
작년 초부터 대부분의 모임이 코로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 긴 시간 신부님들 사목 현장에서 많은 고민과 함께 조금이라도 신자들의 신앙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척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민들 모두 그런 사정들이 조금씩 풀려갈 것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교구장 서리로서 2022년도 사목교서를 발표할 입장이 아니기에, 신부님들께서 내년도 사목계획을 세우시는 데에 중요하게 참고하셨으면 하는 몇 가지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사제직무의 시작은 성사 은총입니다.
하느님께서 펼치신 인간 구원 역사의 절정이 곧 예수님의 십자가상 죽으심과 부활이고, 교회는 주님의 명에 따라 이 구원의 은총을 성사를 통해 세상에 전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교회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한 현대 세계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결국 성사 안에 수렴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가난한 이들을 돕고 사회정의를 위해 일할 때, 조급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려고 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언젠가는 우리의 봉사를 넘어서 주님께서 마련하신 성사의 은총을 받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성사 은총 가운데 매일 반복되는 가장 일상적인 성사는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입니다. 신부님들께서 늘 애쓰고 계시지만, 신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고해성사의 은총을 잘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적인 시간은 물론 성사를 베푸는 시간도 더 잘 배려해 주시기를 빕니다. 필요하다면, 앞으로 본당 혹은 지구에서 상설 고해서 운영도 깊이 고려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미사는 곧 주님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을 가장 직접적으로 만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매일 반복해서 봉독하는 미사 정문이지만, 처음 읽고 진정으로 선포하는 마음으로 봉독해야 하는 정문입니다. 신부님의 삶을 변화시켜주는 힘이 있습니다. 신부님들의 강론에서 신자들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경공부를 잘 한 신자일수록 신부님들이 선포하는 주님 말씀을 더 영적 감동을 받는 것은 아주 분명합니다. 성사 안에서 말씀을 선포하는 사제들이 먼저 성경봉독과 필사 등을 생활하면서, 신자들이 그 길에 맛들이도록 사목적인 배려를 함께 해 나갑시다.
2. 시노드 교회
최근 교회 안에서 가장 중심 주제로 떠오른 것이 시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노드는 어느 특정한 과정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가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교회공동체의 운영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교구는 3년 반 정도의 시노드 기간을 가지면서, 그 안에서 사제와 신자들이 한 자리에서 교회 혹은 본당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본당에서 신부님들이 '본당 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신자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는 소리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그룹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교회발전을 위한 많은 의견들을 종합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사제와 신자가 한 자리에서 교회 문제를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처음에는 어색하고 약간 두려움도 주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은혜로운 체험이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교구청 각 부서에서는 시노드의 최종건의안을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겠다."(마태 28,18-20)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교회가 주님의 말씀을 이루기 위해서, 이제 신자들이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선교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신자들이 성사의 은총으로 충만하고, 복음으로 무장된 선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이에 본당은 주님을 찬미하는 공동체가 되면서, 세상 안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는 신자들의 체험이 나누어지고, 이에 장애가 되는 환경을 함께 바라보면서 해결하고 지원하는 구조를 지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부님들께서 고민해 주시고 지구 차원에서 그리고 전 교구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고 이루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3.사제 성소
사제 성소는 가톨릭교회 존립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올 전반기에 신학생 현황을 포함한 신학교 운영 문제와 성소국에서 분석한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예측할 수 있는 성소 상황의 자료를 신부님께 드리고 논의를 시작했습니다만, 구체적인 진전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제 성소가 일어나는 곳은 사목 현장입니다. 신부님께서 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믿습니다만, 조금 더 절박한 마음으로 어린이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의 뜻대로 열매가 맺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신부님들께서 어느 곳에 부임하시든 '이곳에서 적어도 한 명의 성소자를 찾는 것은 나의 중요한 임무이다.'라는 마음으로 임해주십시오. 그리고 신자들 특히 사목 협력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정기적으로 함께 고민하는 시간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최근의 교회 내의 여러 가지 일들을 볼 때, 사제 성소의 부르심을 받은 젊은이들을 훌륭하게 양성하는 문제도 계속 반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신학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품성을 지닌 사제를 양성하는 우리의 과제를 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합시다. 사제 양성은 일차적으로 신학교의 몫이지만, 분명 모든 교구 사제들 특히 본당 신부님들이 차지하는 몫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사제 양성에서 신학교와 본당이 함께 공유해야 할 부분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4. 생태계 문제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 회복 문제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중대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실생활에서 여러 가지 실천 운동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실천 정도로 생태계 위기가 회복되기 어렵고, 개인적인 차원은 물론 사회적 국제적으로 강도 높은 규제와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의 통계입니다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비하는 평균적인 전기와 물이 독일 국민의 4배라고 했습니다.
전기와 물 사용 절약, 재활용을 위한 아나바다 운동, 철저한 쓰레기 분리 등 생태계 회복 운동에 관한 자료들은 신부님들께서도 이미 많이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음화국과 관련 신부님들이 신부님들과 교구민들을 위하여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서서히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교구에 따라서는 모든 본당에 태양광과 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를 보급 확대하기 위하여 '탄소 중립 선언'을 하고 한국 에너지 공단과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교구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차후에 신부님들과 논의해 나가기로 하겠습니다. 사목 계획에 이런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신자들의 실천에 더 큰 힘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전 교구 차원에서 함께 논의하고 실천할 부분 나아가 사회운동 차원으로 펼쳐나갈 필요성 등도 준비하겠습니다.
신부님들께서 2022년 사목 계획을 세우실 때,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들을 잘 담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도 안에서 늘 신부님들과 교구민들과 함께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종수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서리 주교 김 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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