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0년 주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10년 3월 28일(다해)

모든 2 2021. 8. 22. 00:07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 (루카 19,38)

 

「예루살렘 입성」, Giotto

 

 

+ 루카복음 22,14-23,56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시간이 되자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고난을 겪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파스카 음식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파스카 축제가 하느님의 나라에서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 파스카 음식을 다시는 먹지 않겠다."

  예수님께서 잔을 받아 감사를 드리시고 나서 이르셨다.

   "이것을 받아 나누어 마셔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제부터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마시지 않겠다."

  예수님께서는 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사도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예수님께서 만찬을 드신 뒤에 같은 방식으로 잔을 들어 말씀하셨다.

   "이 잔을 너희를 위하여 흘리는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그러나 보라,나를 팔아넘길 자가 지금 나와 함께 이 식탁에 앉아 있다. 사람의 아들은 정해진 대로 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넘기는 그 사람!"

  사도들도 자기들 가운데 그러한 짓을 저지를 자가 도대체 누구일까 하고 서로 묻기 시작하였다. 사도들 가운데에서 누구를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볼 것이냐는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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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어떤 하녀가 불 가에 앉은 베드로를 보고 그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말하였다.

 

 

<말씀의 향기>

 

무엇에 환호하는가 - 김택민 마태오 도룡동 보좌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그리고 환호하는 무리들, 그들은 지금 무엇에 환호하고 있습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은 왕을 기다렸습니다. 자신들을 비참한 현실에서 일으켜 세워줄 다윗과 같은 위대한 왕 말입니다. 그분이 바로 메시아이신 예수님이십니다. 그런 분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십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은 왕이신 예수님께서 새롭고도 놀라운 큰일을 해내실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군중들은 이 세상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실 그분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호합니다. 제자들은 앞다투어 자신을 예수님의 좌우에 머루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기도 합니다. 진정 그들이 환호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지금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대체 무엇에 환호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진정 그들이 원했던 평화란 무엇이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주시는 평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이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메시아이신 예수님마저도 자신의 뜻을 이루어 줄 도구로 여깁니다. 우리들이 매일같이 하느님 앞에 드리는 기도의 내용들은 무엇을 청하는 기도입니까? 우리가 저 천상 왕국에 희망을 두고 있다면, 우리의 기도 또한 이 세상의 문제들을 초월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수님의 겟세마니 기도를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아버니,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오늘 수난복음에서는 하느님의 뜻을 몰랐기에 그분을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수석 사제들, 빌라도, 군중들 등등, 이제 우리들은 그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또다시 똑같이 범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주님 수난 성지주일인 오늘 혹여 우리의 마음속에 하느님이 아니라 나의 뜻만이 가득 차 있었다면 그것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제 성주간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이제 마음을 다해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환호하십시오. 세상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께 환호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신 어린양이신 그분께 환호하십시오. 그분께서는 우리의 생각을 초월하시고 더 좋은 것을 베풀어주시는 자비로우신 아버지이십니다. 아멘.

 

 

<시니어 칼럼>

 

우리가 먹고 있는 산 분해 간장은 무엇이 문제인가? -오만진 아가비도 .충남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

 

  콩은 오곡 중의 하나로 예부터 중요한 곡물로 여겨왔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왔으나 한국이라는 설도 있다. 근래 콩의 생산량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이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콩은 우리 식생활의 기초가 되고 있는 장류, 두부 등과 같은 식품의 소재로 애용되고 있으나 자급률은 8% 미만에 머무르고 있으며 92%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콩에는 단백질,지방,올리고당,이소플라본 등과 같은 생리활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기능성 식품 소재로써 각관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식품자원이다. 콩 속의 여러 영양성분은 혈청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심장병이나 혈전증, 고혈압, 암,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우리 식생활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은 콩을 원료로 하고 있어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데 훌륭한 식품이다. 이 중 우리가 매일 조리할 때 사용하고 있는 간장은 시중에서 3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즉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소금에 담가 제조하는 전통 발효간장, 콩에 유용 곰팡이를 접종하여 담근 양조간장, 기름을 짜고 남은 콩에 염산이나 황산을 가하여 분해시켜 제조하는 산 분해 간장이 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영양적으로 우수하고 안전한 발효간장을 이용하여 왔었으나 1930년대 일본강점기에 산 분해 간장을 제조하기 시작해 이래 소비량의 70% 이상을 산 분해 간장이 있다. 이러한 산 분해 간장은 전통적인 발효간장이나 양조간장에 비하여 가격이 저렴한 면이 있지만 안전성에 약간의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산 분해 간장 속에는 암이나 불임 유발, 생식기능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MCPD나 DCP와 같은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산 분해 간장 속에 존재할 수 있는 MCPD와 DCP의 잔류양은 식약청의 식품공전에서 0.3ppm 이하로 엄격이 제한하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다른 간장에 비하여 값이 싸고 산 분해 간장의 맛에 길들여 있기 때문에 대중음식점에서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우리 모두는 안전성이 떨어지는 산 분해 간장을 식탁에서 추방하고 100% 양조간장을 선택하여 우리 건강을 지켜야겠다.

 

<함께 만드는 이야기 마당>

 

  하느님의 사랑  -고수옥 로사.계룡 성당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겨울방학을 하기 전에 중학교 2학년인 아들 치릴로와 초등학교 5학년인 딸 플로라를 앉혀놓고 반강제적으로 방학동안 매일 미사에 나가자고 했습니다.

 

  두 아이 다 복사를 서고,치릴로는 예비 신학생 모임에 나가지만 부끄럽게도 부모로서 제대로 신앙심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아이들의 신앙도 얼마만큼의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두 아이의 불평을 뒤로 하고 겨울방학을 하자마자 매일 미사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월요일 새벽, 아이들과의 약속도 있고 방학이 끝나갈 즈음엔 사랑의 하느님께서 두 아이와 저에게 선물을 주실 거라는 믿음 하나만을 가슴에 품고 미사를 빠지지 않았습니다.

 

   집에서 성당까지 5분 거리지만,두 아이와 성당까지 걸어가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매일 미사에 다녔고 어느덧 개학이 다가올 즈음 아들로부터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습니다.

 

  "엄마, 이제 개학하면 오전 미사는 못나가지만 저녁 미사에는 나갈게요" 반강제적이고 일방적이었던 매일 미사의 약속에 불평,불만을 토로했던 아들이었는데...

 

  소리없이 내리는 비가 메마른 밭을 촉촉이 적셔주듯이, 저는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과 매일 미사를 다니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금 체험하는 은총을 듬뿍 받았습니다.

 

  참,지금도 아들은 저와 매일 미사에 열심히 다니고 있음을 자랑처럼 알려드립니다.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향기를 뿜어

코끝에 적시는...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우리 집 전통

 

  지난해 2월 초 한번 서울 용산 '남일당'을 간 적이 있습니다. '용산문제'와 관련하여 수십명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들이 쓴 글들과 사진작자와 화가들이 만든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고, 오후 6시 '헌정식'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 헌정식 다음의 미사에도 두 대학생 아이와 함께 참례했습니다. 미사 후 아이들의 자취방으로 가서 중국음식점에 배달 주문을 해서 늦은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자취방에서 세 식구가 함께  저녁을 먹는 오붓한 시간이었습니다. 노인요양병원에 계시는 노친께 죄송한 마음과 혼자 집을 지키는 아내에게는 미안해지는 마음을 안은 채 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용산참사 유족들,이런저런 일로 가족을 잃었거나 살던 곳에서 내쫓김을 당한 사람들이 슬픈 처지를 생각하면 내 가족의 단란함과 오붓함을 즐긴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워지기도 하는 심정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용산미사'에 참례하고 온 날은 알게 모르게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배고팠던 참이라 그런 대로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났을 때였습니다. 딸아이와 아들녀석은 사이좋게 빈 그릇들을 주방 싱크대로 나르고, 딸아이가 그릇들을 씻는 것이었습니다.

  "빈 그릇들을 그냥 내놓아도 되지 않니? 다른 집들은 대개 그렇게 하던데..."

 

  추운 저녁 밖에서 오래 있다가 들어와 늦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딸아이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으로 내가 실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러자 딸아이의 대답은 너무도 뜻밖이었습니다.

 

  "음식점 그릇을 씻어 내놓는 거, 우리 집 전통이잖아요."

  그러자 아들녀석이 즉각 맞장구를 쳤습니다.

 

  "맞아요,우리 집 전통."

 

  나는 그 순간 '전통'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매우 색다른 질감으로 가슴에 안기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그것도 전통일 수가 있겠구나. 그게 우리집 전통이라면, 조금 어렵고 고생스럽더라도, 대대손손 잘 지켜나가야겠다."나는 그런 소리를 하며, 내 아이들을 고맙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다시 보았습니다.

 

-지요하(소설가, 태안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