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김택민 신부(2012, 감곡성당)
"온전한 마음으로 들어오라, 홀로 머물러라. 다른 사람이 되어 나가라"(성 알퐁소)
+ 마르코 복음 6,30-34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그때에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말씀의 향기>
"가서 좀 쉬어라." '쉼'이라는 선물 - 손발규 임마누엘 천안 불당동 주임
몇 년 전 모 카드회사 광고문에 "수고한 그대 떠라나"라는 글이 있었지요. 왠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최선을 다하였는가?"하고 자문하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 시즌, 전 국토가 휴식을 빌미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각자에게 맡겨진 직무수행에 따른 재충전을 위한 휴식의 쉼인가, 아니면 쉼을 위한 그저 쉼인가?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의 명에 따라 각 지역으로 파견되어, 직무를 완수하고 돌아와, 스승이신 예수님께 그간의 일들에 관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보고를 받으신 주님께서는 위로와 칭찬으로 그들을 품어 안으시며, "쉼"이라는 선물을 주십니다.
일 자체는 선택사항이 아닌 의무이기에 때로는 고통이요,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입니다.
태초에 노동 없이도 살 수 있었던 아담과 하와가 이마에 땀을 흘려야만 먹고 살 수 있게 된 원인은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자 하였던 자신들의 탐욕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담의 후손인 우리 들의 에덴은 어디입니까?
우리들의 에덴은 지금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각자는 이 에덴에서 무엇을 어떻게 추구하고 있는지요.
혹 아담처럼 더 많은 것을 탐하느라 이마에 땀을 흘리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너무 과중한 일과 욕심은 사회 질서를 혼란시키고 인간관계를 해체하는 원인이 됩니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풍요롭게'에서 '조금 적게, 조금 낮게, 조금 부족하게'로 바뀔 때,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쉼"이라는 선물을 우리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걷는 기쁨 가득한 한 주간 되시길 기도합니다.
<행복한 노년의 삶(3)
요실금 이겨내기
모두들 박장대소를 하고 있는데 어느 할머니가 무표정한 얼굴로 계시기에 귀 들리지 않으신 것인지, 불편하신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웃으면 소변이 나와요. 나는 웃지 않아야 해요."작은 소리로 알려주는 할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웃을 때나 재채기, 기침 등에 의해 복압이 올라갔을 때 소변이 그냥 흘러 나오는 복압성 요실금은 노년기에 많이 나타나는 요실금 중 하나입니다.
평균 수명이 연장되어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복압성 요실금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을 기피하고 홀로 서글프게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노인 10중 4명가량이 요실금을 경험하고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고 합니다.
요실금은 큰 병은 아니지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흘러나와 옷이 젖으면 부끄러워 당황하게 되며 우울해지고 사회적 친교나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있게 됩니다. 요실금이 있으면 먼저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하면 적절한 약물요법, 방광훈련 및 골반저근운동,수술요법 등으로 치유가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만 약 8-10초간 대소변 참을 때처럼 항문을 꽉 오므렸다가 8-10초 힘을 푸는 운동을 한 시간에 4-5번씩 하시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케겔운동이라고 하며 요실금이 있을 때 하는 간호교육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축복이라고 생각됩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자신감을 꺾어 겸손하게 만들어주시고, 탄탄하던 몸뚱이를 쇠약하게 하여 육신의 꿈이 허무함을 일깨워주시고, 이 세상에 대한 미련을 놓고 하느님을 생가하며 하느님 나라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지혜와 시간을 주십니다.
그러나 아직 이 세상에 머물도록 우리에게 시간을 허락하신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 시간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도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였다 하더라도 요실금 때문에 불안하고 걱정이 되시면 케겔운동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 당장 요실금이 없더라도 복압성 요실금을 예방할 수도 있답니다. 요실금 걱정없이 미사에 오시면 참 좋으시겠지요?
-김종임 마르타. 충남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미사 속 숨은 보화>
본기도 : ④본기도 할 때 왜 신부님은 팔을 벌리시나요?
사제의 '기도합시다.'라는 초대와 잠시의 침묵이 끝나면 사제는 팔을 벌리고 본기도를 바칩니다. 중세 중엽까지는 이때 사제와 교우들이 모두 동쪽을 향해 양 팔을 올리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도 자세는 로마 지하묘지의 벽화에도 등장하는데, 하늘에 계신 하느님을 향해 몸과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초세기의 호교론자들은 이 자세를 십자가 위에서 팔을 펼치고 인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바치신 그리스도와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모든 이를 위해 십자가에서 벌린 팔과 못박히신 손으로 이루신 모든 것이 신자들을 대표해 팔을 벌리고 기도하는 사제를 통해 미사 중에 그대로 실현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29) 김정한 신부. 내포교회사연구소장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신 분:
김사집(프란치스코)
김사집 (프란치스코) |
1744년 충청도 덕산 출생 1802년 충청도 청주에서 순교(58세) |
김사집(프란치스코)은 '덕산 비빙고지'(충남 당진시 합덕읍 점원리) 출신이다. 옛날에는 덕산에 속한 바닷가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행정구역 상 합덕에 속한 넓은 평야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김사집은 학문에 뜻을 두고 과거에 응시한 적이 있었지만 새로운 학문으로 알려진 서학(西學), 즉 천주교를 접하고서는 다른 일을 그만두고 교회학문에 몰두하였다. 영적 독서, 기도, 전교에서 즐거움을 찾았고, 그의 곧은 심성과 모범적인 태도로 이웃 사람들로부터 큰 명성과 권위를 떨쳤다.
학문적 소양이 깊고 글씨도 잘 썼던 그는 많은 신앙 서적을 베껴서 그것을 살 형편이 못되는 교우들에게 나누어주곤 하였다. 그가 손으로 쓰고 또 써서 나누어준 책들은 박해가 일어나자 좋은 증거물이 되었다. 그 책들을 빌미로 고발된 김사집은 포졸들에게 체포되어 길고 험한 여정을 시작하였다.
고향에서 잡힌 그는 그곳을 관장하는 덕산으로 끌려갔다. 형벌을 받고도 신앙을 버리지 않자 덕산 관장은 그를 옥에 가두어둔 채 다른 죄수를 때리는 천한 일을 시켜 큰 모욕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버리지 않자 군인들이 주준하는 해미로 넘겼다. 거기서 김사집이 치도곤 90대를 맞고도 신앙을 버리지 않자 이번에는 병사 주재지인 청주로 넘겨버렸다.
해미에서 청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혹독하였다. 때는 음력 12월의 한 겨울인데다가 매를 맞은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어 살갗이 옷에 묻어났다. 이렇게 죄수의 칼을 쓴 채로 3일 동안 180리를 걸어가야 했다. 창주에 도착한 김사집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터에서 조리돌림을 당한 후 곤장 80대를 맞고 그 자리에서 순교하였다.
외적인 형태를 보면 김사집이 각 고을의 관장과 포졸들에 의해 덕산, 해미, 청주 등지로 끌려 다닌 것으로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가 선택한 길이었다. 그가 신앙을 버렸으면 더 이상 험난한 여정을 계속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서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을 다시 보게 된다. 그 길은 예수님을 모함한 군중들이, 혹은 로마 군인들이 만들어낸 길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예수님 스스로 걸어가신 길이었다.
오랜 세월 후에도
선듯 펴볼 수 있는
무겁지 않은
오늘이길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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