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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토실토실 익어가는 9월의 한낮을 즐기다...

모든 2 2020. 9. 30. 01:52

2020년 9월 24일 2시 20분쯤 금강수목원에 도착

 

큰딸이 메타세콰이어 숲길에 가자고 해서 금강수목원으로 향한다.

산림박물관 옛길로 갈까 하다가 수풀이 무성할 것 같아 수목원 주차장을 찾는다.

주차비와 입장료로 6,000원을 지불하고 수목원으로 들어간다.

열대식물원은 개방을 하지 않아 조금은 실망..찍고 싶은 꽃사진이 있었는데..

메타세콰이어 숲길로 가는 길에 꽃무릇도 만나고 구절초, 여러편의 詩도 만난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에는 어린이와 엄마들이 가을 햇살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찍기에는 좋은 빛은 아니지만 어쩌겠는가 이시간에 나왔으니 그냥 그대로 즐기기로 한다.

숲길의 마지막 쯤에서 뱀을 만난다.

황토길이 뱀의 일광욕으로 좋겠다 싶었다.

사람이 있으니 뱀은 급히 길을 가로질러 수풀로 들어간다.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나와 옆의 탁자에 앉아 싸온 간식을 먹는다.

수풀에 다정히 누운 한쌍의 고양이에게 시선이 머문다.

참 여유가 있어 보인다.모기가 고양이 주위에 얼씬 대지만 고양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낮잠을 자는듯..

큰딸이 자꾸 귀엽다고 관심을 보이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본다.

 

찬찬히 걸어면서 사진도 담으며 가을을 느껴본다.

창연정에 올라 조망도 해 보고 큰딸이 구름다리를 건너고 싶다고 해서 산으로 오른다

뱀이 나타나면 어떻하지 우린 조금은 두려움을 가지고 산길을 간다.가는 길에는 구절초가 군데군데 피어 방실댄다.

구름다리를 건너 내려가는 길은 수풀이 무성하다. 물론 야생화도 피어 나를 유혹한다.

수풀의 야생화를 담고 내려가는 중에 나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괴성을 지른것 같다.

큰딸이 킥킥대며 웃는다. 이심전심인가

뱀을 만날까봐 두려워서 지레 큰소리를 질러 본 것이다.

역시 큰소리로 외쳐보는 것은 두려움을 떨쳐버리기에 좋은 처방인것 같다.

밤나무 밑을 지나면서 밤도 몇개 주워본다. 토실토실 잘 영글었다.

 

가을이 토실토실 익어가는 9월의 한낮을  즐기다...

 

 

 

 

 

 

 

 

 

 

 

 

 

 

 

 

 

 

 

 

 

 

 

 

 

 

 

 

 

 

 

 

 

 

 

 

 

 

 

 

 

 

 

 

 

 

 

 

 

 

 

 

 

 

 

 

 

 

 

 

 

 

 

 

 

 

 

 

 

 

 

 

 

 

 

 

 

나무의 시/류시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세상의 모든 새를

너 자신처럼 느껴야지

네가 외로울 때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너의 나무가 서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지

그리하여 외로움이 너의 그림자만큼 길어질 때

해질녘 너의 그림자가 그 나무에 가 닿을 때

넌 비로소 나무에 대해 말해야지

그러나 언제나 삶에 대해 말해야지

그 어떤 것도 말고

 

 

 

소나무/정두리

 

나이테를 보지 않고 눈어림으로 알 수 있는

버젓한 어깨

튼튼한 다리가 보기 좋다

꽃보다 더 나은 푸른 솔이 좋다

이런 거구나 이래야 하는구나

냄새도 빛깔도 이름과 닮은 의젓한 나무

네 모습을 보면서 소나무야

꿈까지 푸르게 꾸고 싶다

 

 

 

소나무/이상국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데서도 들으라고

소나무 숲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함성처럼 흔들린다

이 땅에서 나 죄 없이 죽은 사람들과

다치고 서러운 혼들 모두 들어오라고

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람 부는 날

저렇게 안 우는 것처럼 울겠는가

 

 

홍시를 보며/박재상

 

감나무에 감꽃이 지고 나더니

아프게도 그 자리에 열매가 맺네

열매는 한창 쑥쑥 자라고

그것이 처음에는 눈이 부신

반짝이는 광택 속

선언한 푸른 빛에서

조금씩 변하더니 어느새

붉은 홍시로까지 오게 되었더니라.

 

가만히 보면

한자리에 매달린 채

자기 모습만을

불과 일년이지만 하늘 속에

열심히 비추는 것을 보고,글쎄,

말 못하는 식물이 저런데

똑똑한 체 잘도 뜨들면서

도대체 우리는 어디다가

자기 모습을 남기는가 생각해 보니

허무라는 심연밖에 없더니라.

아,가을!

 

 

노랑제비꽃/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의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겨울이 길면 봄은 더욱 따뜻하리

감옥의 풀잎 위에 앉아 우는 햇살이여

인생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창 밖에는 벼랑에 핀 노랑제비꽃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은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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