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시민마음 울린 광화문글판

모든 2 2015. 11. 9. 23:45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벼락 몇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풍경달다 / 정호승시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 처마끝에

풍경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흔들리지 않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비바람 속에 피었나니

비바람 속에 줄기를 곧게곧게 세웠나니

빗물 속에서 꽃망울 고이고이 맺었나니

젖지 않고 피는 사랑 어디 있으랴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반짝이는 삶들도

다 아픔 속에서 살았나니

아픔 속에서 삶의 꽃 따뜻하게 살렸나니

아픔 속에서 삶망울 착히착히 키웠나니

아프지 않고 가는 삶 어디 있으랴

 

 

 

약해 지지마/시바타 도요

 

 못한다고

주눅 들지마

나도 마흔여섯 해 동안

못한 일들이

산더미야

부모님께 효도하기

아이들 교육

수많은 배움

 

 하지만 노력은 했어

있는 힘껏

있잖아,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

자 일어서서

다시 해보는 거야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해는 기울고/김규동

 -운명

 

기쁨도

슬픔도

가거라

폭풍이 몰아친다

오,폭풍이 몰아친다

이 넋의 고요

 

-인연

사랑이 식기 전에

가야 하는 것을

낙엽지면

찬 서리 내리는 것을

 

-당부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 보면

보이리

길이

 

 

 

 

마흔 번째 봄/함민복

 

 꽃피기 전 봄 산처럼

꽃 핀 봄 산처럼

꽃 지는 봄 산처럼

꽃 진 봄 산처럼

 

 나도 누군가의 가슴

한번 울렁여 보았으면

 

 

 

 

 길 /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휘파람 부는 사람/메리 올리버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