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 보아라.
우리 벗아,생각하고 생각할지어다.
천주께서 아득한 태초로부터 천지 만물을 지어 제 자리에 놓으시고,그 중에 사람을 당신 모상과 같이 내어 세상에 두신 목적과 그 뜻을 생각할지어다. 온갖 세상에 한 번 나서,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없고,살아 있어 쓸데 없고,비록 주님 은총으로 세상에 나고 영세입교해 그 분의 제자되니,이름이 또한 귀하거니와 실행이 없으면 이름이 무엇에 쓰이며 세상에 나서 입교한 효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오히려 주님을 배반하고 그 은혜를 저버리는 것이니, 주님 은혜만 입고 그 분께 죄를 짓는다면 태어나지 않은 것과 어찌 같으리오.
우리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아,알지어다.
우리 주 예수 세상에 내려,친히 무수한 고난을 받으시고 괴로운데로부터 거록한 교회를 세우시고 고난 중에 자라게 하신지라.그러나 세상 풍속이 아무리 치고 싸운다 한들 능히 이기지 못할지니,예수 승천 후 사도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러 교회가 두루 수 없는 박해와 어려운 가운데 자라니라.
이제 우리 조선에 교회 들어 온 지 5,60여년 동안 여러 번 군난으로 교우들이 이지경이 되고, 또 오늘날 군난이 치성하여 여러 교우들과 나까지 잡히고 아울러 너희들까지 환난을 당하고 보니,우리 한 몸이 되어 애통한 마음이 어찌 없겠으며,육정에 차마 이별하기 어려움이 없으랴. 그러나 성경에 말씀하시되 작은 털끌이라도 주님께서 돌보신다 하고,모르심이 없이 돌보신다 하셨으니,어찌 이렇다 할 군난이 주께서 하고자 하신 일(主命)아니면 주님의 상(主賞)과 주님의 벌(主罰)아니랴.
오직 주님께 슬피 빌어서 평안함으로 주시기를 기다리라. 내 죽는 것이 너희 육정과 영혼 대사에 어찌 거리낌이 없으랴. 그러나 천주 오래지 않아 나보다 더 착실한 목자를 상으로 보내실 것이니,부디 서러워 말고 큰 사랑을 이뤄, 한몸같이 주님을 섬기다가 사후에 한가지로 영원히 천주님 앞에서 만나,길이 누리기를 천만 천만 바란다.
잘 있거라.
김 신부가 사사로운 마음으로 드리며 표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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