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성 성당(당진지구)
본당 설립 : 2012.1.9
+ 마르코 복음. 8,27-35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길에서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예수님께서는 그 뒤에,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으시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하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히 하셨다. 그러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며 꾸짖으셨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말씀의 향기>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 박상연 그레고리오 홍보국 차장
오늘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으십니다. 당시의 사람들이나 당시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로마 제국의 압제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해내실 분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정치적으로 이스라엘 왕국을 다시 부활시키고 자신들을 구해줄 영웅을 기다리며 예수님을 그 영웅상에 맞추어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생각들을 바로 잡아주십니다. 자신들이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예수님께서 자신은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의 배척을 받아 죽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당시에 예수님께 기대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는, 어쩌면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반박했던 것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이 물은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당시의 제자들과 이스라엘 민족들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던지시는 물음입니다.
여러분은 주님을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많은 경우에 우리가 원하는 하느님 상을 만들어 놓고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혹은 내가 바라는 것을 이루어주시는 주님, 이렇게 주님의 모습을 그려놓는다면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많은 실망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을 믿는다면, 적어도 하느님은 어느 정도에 부응해야 한다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오늘 복음의 제자들처럼 우리도 반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때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바로 "사탄아 물러가라."입니다. 인간의 일만을 생각하며, 인간적으로 그려놓은 하느님 상에 갇혀 버리는 것, 이것이 바로 사탄의 행위입니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의 모양으로 우상을 지어낸 것만이 우상숭배가 아닙니다. 제자들과 같이 예수님의 모습을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생각하고 믿는 것,그래서 예수님은 돌아가셔서는 안 된다고 말리는 것도 우상숭배입니다. 우리들이 원하는 모습의 하느님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꼭 맞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하느님을 믿는 것, 그리고 그 모습에서 벗어나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는가 하고 원망하는 것도 모두 진정한 하느님이 아닌 우상의 하느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사탄아 물러가라."하신 것은 이러한 우상에서 깨어나라는 촉구입니다. 우리를 가두고 있는 우상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일을 해야 하는 주님의 모습을 올바로 바라보라는 깨우침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우상의 모습에서 벗어나 참 하느님의 모습을 찾기를 바라십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신앙생활을 돌아보며 나 자신은 어떠한 주님의 모습을 기대하고 그려놓고 그 안에 갇혀있는지 반성해 봅시다. 그리고 올바른 주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와 은총을 청하며 한 주간을 보내기 바랍니다.
봉헌 생활(6) - 윤진 니꼴라 수녀. 거룩한 말씀의 회
복음, 순교자가 될 만큼 넘치는 기쁨
하느님의 뜻으로 자신을 온전히 채우기 위한 자기 비움의 시작인 하느님께 응답의 삶을 시작한 사람은 사랑에 빠진 사람 특유의 바쳐짐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그를 기쁘게 할까(1 코린 7,32 참조)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며, '죽어도 좋다!'라고 할 만큼 제 목숨조차 아깝지 않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사랑의 근원이시며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알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우리의 "앎"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삶"일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시간을 정성껏 살아가며 사랑을 배우고자 열려 있는 마음으로 날마다 또 매 순간 우리 자신으로서는 미처 알지도 알 수도 없는 사랑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 참 멋진 인생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느님을 말씀과 성사 안에서 고백하며, 주님을 뵈올 때까지 믿고 따라가는 여정이 우리의 거룩한 부르심, 삶의 성소입니다.
그중에서 사제와 수도자는 주님을 더욱 가까이 따르는 교회의 공적 부르심에 응답한 삶입니다. 이 성소의 증거는 교회 역사 안에서 한 번도 끊어진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러니 매 순간 '내가 안다'라고 하는 선택들이 진정한 앎, 주님의 진리로 채워지도록 주님만 바라고 살아갈 용기를 잃지 않도록 부단히 서로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서로를 믿어주는 대단히 용기 있는 순교자적일 결단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지순한 기다림과 인내가 아니고서는 '내 듯'에 맞지 않는 '너'를 견딜 재간이 우리에게는 없기에 주님을 따르는 열정으로 매 순간 사랑이신 하느님을 선택해야 합니다.
세례성사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주님의 복음, 그 참된 기쁨을 살기로 작정한 사람은 그만큼이나 결연한 의지로 따라나서는 것입니다. 그러니 교회와 세상의 성화와 생명에 속하는 신분으로 "예, 주님께서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하고 따라나선 봉헌된 사람들은 더욱이나 그러합니다. 날마다 조금씩 사랑이신 하느님으로 채워져 가는 열망으로 자신의 몸과 소유욕 그리고 의지까지 비워 내려 청결, 청빈, 순명의 서원을 지켜나가는 쉼 없는 노력으로 말입니다. "세상에 대해 순교"한다는 각오가 아니고서는 도무지 주님의 참된 기쁨(복음)을 증거 할 수 없는 풍요롭기 그지없는 이 세상에는 신앙에 대한 앎을 삶으로 증거 하는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들이 절실합니다. 십자가 아래 묵묵히 당신 자신의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참아 받으시며, 세상 안에, 인류 역사 안에, 우리의 일상생활 안에 깃든 하느님의 신비를 바라볼 수 있도록 우리를 도우시는 성모님께 의탁하고 교회의 복음화 활동에는 마리아 방식 외에는 없다는 온유한 사랑의 혁명만을(복음의 기쁨 288 참조) 꿈꾸는 그리스도인의 살아있는 증거 말입니다. 자랑스러워하시도록 이 세상을 복음으로 깨우고 기쁨으로 살맛 나게 만드는 참된 봉헌 생활자가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동안 「봉헌 생활」을 집필해 주신
거룩한 말씀의 회 윤진 니꼴라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충무의 행복 나침반(77)
강정호가 받은 특별한 기념
어둠도 때론 빛의 출발이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정호 선수...
야구에 관심이 별로 없던 사람들도 이제는 조금씩 그의 경기 결과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이국땅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괜히 가슴마저 뭉클해지곤 합니다.
그런 그가 지난달 23일 감독으로부터'라인업 카드'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처음으로 한 경기에서 연속으로 2번이나 멀티홈런을 날린 날이었죠. 메이저리그에서는 의미 있는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당일 경기 출전 선수 명단이 적혀 있는 '라인업 카드'를 설물로 준다고 합니다.
사실 강정호 선수가 라인업 카드 선물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무대 데뷔 첫 번째 타석에 들어선 날, 첫 홈경기 홈런 친 날에도 감독은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강정호 선수에게 선물을 건넸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강정호 선수가 5월 23일과 29일에 받은 두 번의 '라인업 카드'선물이었습니다. 그날들은 어찌 보면 그에게 있어 가장 최악의 날들이었으니까요. 무리한 홈 슬라이딩 실패 그리고 한 경기에서 3번이나 연속으로 삼진을 당했던 날 선물이라뇨?
감독은 이에 대해 이런 선물을 주는 사회는 사람을 쉽게 지치게 합니다. 성공에 대한 강박강념을 만들어 사람들을 늘 긴장하게 만듭니다. 승자와 패자를 쉽게 편 가르고, 승리의 순간에만 빛이 비춰지는 야박함에 실패한 많은 사람들이 그늘 속에 시들어 갑니다.
잘할 때에만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뼈아픈 실수를 했을 때에도 그것을 기념할 선물을 주는 따뜻한 사회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성공만이 기회가 아니라, 실패 또한 기회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무한 경쟁이라는 무거움을 짊어지고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갑니다. 뒤처지는 사람들은 이억 속에 사라지고 앞서가는 사람들만을 위한 화려한 기념비가 세워집니다. 넘어져도 일으켜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거라는 질주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토록 삭막한 세상은 하느님이 만든 세상이 아닙니다. 오로지 우리 인간들이 만든 세상일 뿐입니다.
조금이라도 하느님 세상에 가까운 삶을 만들어 가는 일은 정말 불가능한 걸까요?
-이충무 바오로 / 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구월(九月)이면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이 아름다워
눈물 나는 구월이면
숲 사이 길을 찾는 바람이나
그 바람 따라 길을 내는
새들이 아름다워
길을 나선다.
볕에 그을려 촘촘히 잦아드는
내 영혼의 이 아침
삶의 감사에 기도드린다.
글. 그림 이순구(베네딕도)
자연에게서 삶을 배우네 -우테 라텐 도르프(Ute Latendort)-
해에게서 배우네
따뜻해지는 법을
구름에게서 배우네
가볍게 떠다니는 법을
바람에게서 배우네
자극을 주는 법을
새들에게서 배우네
높이 오르는 법을
나무에게서 배우네
꿋꿋이 서 있는 법을
꽃들에게서 배우네
환히 밝히는 법을
바위에게서 배우네
제자리에 있는 법을
봄에 물오른 숲에게서 배우네
새로워지는 법을
늦가을에 수북이 쌓인
낙엽에게서 배우네
떨어지는 법을
폭풍우에게서 배우네
열정을
비에게서 배우네
흘러가는 법을
대지에게서 배우네
어머니 마음을
달에게서 배우네
달라지는 법을
별들에게서 배우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는 법을
사계절에게서 배우네
삶은 늘 새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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