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9년 주보

연중 제21주일 2019년 8월 25일(다해)

모든 2 2019. 8. 25. 22:30

 

한스 멤링 「성녀 우르술라의 유골함」

1489,91.5×99×41.5㎝,오크나무,브뤼헤,한스 멤링 미술관

 

 

  +  루카 복음 13,22-30

 

  <동쪽과 서쪽에서 사람들이 와 하느님 나라의 잔칫상에 자리 잡을 것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가르치셨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주님, 구원받을 사람은 적습니까?"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하겠지만 들어가지 못 할 것이다.

  집주인이 일어나 문을 닫아 버리면,너희가 밖에 서서  '주님,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며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여도, 그는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저희는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고, 주님께서는 저희가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집주인은 '너희가 어디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는 모른다. 모두 내게서 물러가라, 불의를 일삼는 자들아!'하고 너희에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모든 예언자가 하느님의 나라 안에 있는데 너희만 밖으로 쫓겨나 있는 것을 보게 되면,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보라, 지금은 꼴찌지만 첫째가 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은 첫째지만 꼴찌가 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말씀의 향기>

 

  신앙의 자리를 선택하는 기준  - 최동일 베드로 응봉 주임 -

 

  저는 낚시가 취미입니다. 낚시를 할 때에 그날 고기가 얼마나 많이 잡힐지를 결정짓는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중요한 요인은 낚시를 하는 자리, 즉 낚시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좋은 낚시 포인트를 찾는 법을 몰라 제일 가깝고, 넓어서 낚시하기에 편한 곳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자리는 고기가 잘 안 잡힙니다. 그래서 조금씩 자리를 옮겨가다 보면 결국에는 한참을 낚싯대를 매고 걸어가야 나오는 깊은 산속의 저수지까지 찾아가게 됩니다. 이런 곳은 인적이 없어 낫으로 풀을 베고 가시덤불을 헤치며 길을 거의 만들다시피 하며 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렵게 들어간 자리는 신기하게도 낚시가 잘 됩니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면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자리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며 고기를 모조리 잡아 갔으니 낚시가 잘 안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인적이 없는 곳은 아무래도 고기들이 평화롭게 많이 번식해서 살고 있으니 잘 잡히는 것이죠. 그래서 낚시를 할 때에는 처음에 신중하게 선택하여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 길를 걸어가야 하고, 좁고 험한 길을 헤쳐 가더라도 처음 자리 잡을 때 조금 고생해서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이후 즐겁게 낚시를 하는 것이고, 귀찮다고 적당히 편한 자리에 자리를 잡으면 고기는 구경도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다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번 주일 복음에서 주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십니다. 오늘 루카 복음은 이 말씀을 다소 간단하게 기록하고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마태오 복음의 병행구는 주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고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마태 7,13-14).

  신앙의 길을 선택할 때에는 처음에 그 자리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결정을 할 때 당장 내 눈 앞에 보이는 편안함을 기준으로 선택하기보다는 장차 얻게 될 결과를 기준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편안함을 가지고 결정을 하면 대부분 생명의 결과는 반대의 방향을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좁고 험한 길일지라도 영원한 생명의 길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길이 좁고 험하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 혼자 걷는 것이 아니니까요.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동반자로 함께 걸어 주시고 성령께서 길을 밝혀 주시며, 어머니인 교회가 우리에게 지치지 않을 힘을 전해 줄 것이기에 아무리 좁고 험한 길이라 해도 우리는 다치거나 지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 주 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위원히 편찬-

 

24.  시험이나 큰일을 앞두고 점을 보아도 됩니까?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우리나라 무속 전통의 점(店)또는 점복(占卜)은 신령의 뜻이 미래의 일을 무당의 주술이나 의식을 통하여 파악함으로써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종교 행위입니다.

  오늘날에는 전통 점술 이외에 '타로'점과 같은 서양점술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심리적 위한을 얻고 '편한 삶'을 유지하고자 점술을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점은 미신 행위로 우리가 참하느님께 드려야 할 예배에서 벗어납니다.

  시험이나 큰일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점에 마음이 솔깃할 수 있지만,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하느님께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은, 그 일이 자신의 뜻대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를 청합니다. 일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하느님을 원망하거나 더 이상 기도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고 그 결과를 하느님께 맡기는 이는, 설령 그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바와 다르다고 할지라도 하느님께서 자신이 미쳐 깨닫지 못한 방식으로 이끌어 주시리라 신뢰합니다.

 

25.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됩니까?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믿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죽는 모든 이들의 영혼이..모두가 사후에 하느님의 백성을 이룬다는 것과, 이 영혼들이 자신들의 육신에 다시 결합되는 부활의 날에 죽음이 완전히 정복될 것임을 믿습니다."(바오로6세,자의교서 「하느님백성의 신앙고백[Sollemni hac Liturgia],1968년 6월 30일)

 

  민간 신앙과 무속에 따르면 인간이 죽으면 그 넋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갑니다. 그런데 이승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들이나 원한을 가지고 죽은 이들의 넋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사람들이 자신의 한(恨)을 풀어 주기를 바라며 떠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이러한 존재를 통상 '귀신'이라고 부릅니다. 귀신이 한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귀신을 험악하고 무서운 존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귀신은 그리스도교가 말하는 사탄이나 악마와는 다릅니다. 사탄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고 인간을 악으로 이끄는 영적존재이고, 귀신은 원한 때문에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떠도는 죽은 이의 넋입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은 귀신을 믿지 않습니다. 죽은사람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 서게 될 것이며 그분과 함께 부활하리라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희망입니다.

 

 

<사회와 교회를 잇는 길잡이 사잇길>

 

예상치 않은 삶의 감동과 축복을 누려봅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아주 좋은 계획대로 살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예상하지 못한, 짐작하지도 못한 그 일들은 그 자체로 나의 하루를 망가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살다보면, 삶의 재미와 감동은 꼭 계획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기를 가질 계획이 없었던 부부에게 한 생명의 탄생이 그 시작부터 수없이 예기치 않은 일들을 가져다주지만 그 아기가 가져다주는 삶의 감동들이 있다.

 

 

  상영계획은 없지만, 꼭 상영 되기를 바라는 한 영화가 있다. <미국(2019),언필랜드 Unplanned>.그 뜻대로 "예상외의,생각 밖의, 계획이 서지 않은"이야기가 전개 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실제 미국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에서 8년간 2만 2천 건이 넘는 낙태를 진행했던 애비 존슨(Abby Johnson)이라는 여인이 2009년 출간한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영화는 미국 가족계획협회의 치밀한 낙태 행위들을 고발하지만,제목대로 예기치 않게(Unplanned) 주인공 애비존슨과 그녀와 함께 일하던 500여 명이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직장을 떠난다. 심지어 지금도 낙태관련직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중 매일 1~4명이 자신들의 일에서 떠나고 싶다는 상담을 애비 존슨에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판결이 났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70년대 낙태 옹호 분위기에서 최근 낙태를 거부하고 생명을 살리려는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우리의 오늘이 또 다시 예기치 않은 일로 감동과 축복의 날들이 될 수 있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은, 오늘도 우리의 계획에 또 다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다가오시지만 분명 또 다른 삶의 행복을 가져다주신다.

  그렇다면 우리가 예상치 않은 생명의 여러 아픔과 슬픔들을 함께 진지하게 나눌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생명을, 한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는, 그 감동과 축복의 일을 선택하고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이영일 야고보 신부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대전교구 담당 -

 

 

 

창문을 열면

바람이 오고

 

마음을 열면

평화가 옵니다.

 

이 아침에

모두 열고

귀기울여 봅니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