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4년 주보

연중 제 23주일 2014년 9월 7일(가해)

모든 2 2014. 9. 7. 10:16

「추수」박양신 신부(2014)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수확할 때가 왔습니다."(묵시 14,15)

 

  + 마태오 복음. 18,15-20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그가 네 말을 들으면 네가 그 형제를 얻은 것이다.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모든 일을 둘이나 세 증인의 말로 확정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내가 또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

 

<말씀의 향기>

 

화해에 이르는 길 '하느님께서는 단 한번도 용서하시는 일에 소홀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도 용서를 구하는 일에 소홀하면 안됩니다.  -진윤기 T.아퀴나스 솔뫼성지 전담 보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 . 그러나 그가 네 말을 듣지 않거든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을 더 데리고 가거라. 그래도 듣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을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절차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서도록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공동체가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하는 말씀이지요.

 

  한반도는 남북이 둘로 나뉘어 불신과 불목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분단으 현장입니다.

  한국을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말씀하셨지요.

  "제가 한국 방문을 마치며 여러분에게 남기는 메시지입니다. 그리스도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그 화해시키는 은총을 여러분의 마음에 기쁘게 받아들이고,그 은총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십시오! 여러분의 집에서,여러분의 공동체 안에서,그리고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화해 메시지를 힘차게 증언하기를 부탁 합니다."

 

  화해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받아드려야 합니다. 용서하기 어려운 상대라 하더라도 화해시키는 하느님의 은총을 우리가 믿는다면,기도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 삶에서 그 기도의 결실인 용서의 삶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솔뫼에서 열린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도 화해와 용서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지속적으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두 형제가 갈라져 그 가운데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언제나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이것을 지향해야 합니다."

 

 교황님은 우리 모두와 함께 기도하셨습니다. 이제는 화해를 이룰 당사자들,우리의 선택만이 남은 것이지요. 예수님의 오늘 복음은 형제를 용서하기 위해,새로운 삶의 방향으로 우리가 나아가기 위해,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하십니다. 그 화해의 시작을 우리의 겸손된 기도로부터 시작해 보았으면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메시지(1)>

 

전체 소개 및 첫 연설문

 

우리는 이번 여름 하느님께서 주신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문이었습니다.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간의 여정은 우리 한국 사회에 너무나 큰 선물이었고,우리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오셔서 남겨 주신 행복한 기억과 추억들이 아직도 우리 마음에 따스하게 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교황님께서 우리에게 남겨 주신 메시지를 다시금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는 일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고 여겨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문 일정 가운데 공식적인 연설과 강론은 총 12번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일시 내용 장소
8월 14일(목) 공직자들과 만남 청와대 충무홀
한국 주교들과 만남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강당
8월 15일(금)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대전 월드컵경기장
삼종기도 전 말씀
아시아 청년들과 만남 솔뫼성지
8월 16일(토) 124위 순교자 시복 미사 서울 광화문 광장
한국 수도 공동체들과 만남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평신도 사도직 지도자들과 만남 꽃동네 영성원
8월 17일(주일) 아시아 주교들과 만남 해미순교성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해미읍성
8월 18일(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서울 명동대성당
종교지도자들과 만남

  12번의 말씀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주교,수도자,평신도,젊은이,타종교 지도자 등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그 내용에서도 사회 전반에 걸쳐 신앙을 넘어 삶의 방향과 길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연설이었던 공직자들과의 만남에서는 방문의 목적을 말씀하시고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아시아 청년대회와 124위 시복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말씀하십니다.

 

  "한국의 문화는 선조들의 고유한 품위와 지혜를 잘 이해하며,사회 안에서 그분들을 존경합니다... 지혜롭고 위대한 민족은 선조들의 전통을 소중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젊은이들을 귀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들을 다음 세대에 얼마나 잘 전해 주고 있는지,그리고 어떠한 세상과 사회를 그들에게 물려주려고 준비하고 있는지 성찰하라는 도전을 받을 것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우리가 믿는 도전 가운데 평화가 갖는 중요성을 말씀하십니다. 평화란 인내를 통해 화해와 연대를 이루려는 끝없는 도전이며 '정의의 결과"임을 기억하며,평화를 위해 늘 투신하고 헌신하게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또한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경제적 개념으로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열린 마음으로 소통과 대화와 협력을 증진시키길 바라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 강화되고 연대의 세계화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하셨습니다.

 

 

 

<이충무의 행복나침반(29)>

 

모면과 모색

내 뜻보다 그분의 뜻

 

  심적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부가 나란히 앉아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고 있는데 각자의 기도가 달랐습니다.

 

  남편 : 어서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소서!

  아내 : 이 고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 주소서!

 

  남편이 올린 기도는 '모면의 기도'입니다. 마음이 아파지면 제일 먼저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 기도에는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인간적인 나약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면의 기도에만 머물면 인생은 고통의 '도돌이표'가 되고 맙니다. 일단 고통의 순간에서 벗어나게 되면 간절함은 곧 잊혀지고,얼마 후 우린 어리석게 또다시 동일한 고통을 반복할 가능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올린 기도는 '모색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단지 고통의 순간을 벗어나려는 본능보다 고통의 근원을 이해하려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 모색의 기도는 우리 인생을 '느낌표'로 만들어 줍니다. 고통의 의미를 알고 진정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겟세마니 동산을 거니시면 예수님께서도 처음에는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라는 모면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올리셨습니다. 하지만 이내 모색의 기도를 올리십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모면의 기도에서 모색의 기도로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분을 닮아 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팠는데 다음에 똑같이 아프다면 그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아팠다면 다음엔 조금 덜 아파야 하는 것이 성숙의 길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 어느 기도를 올리고 있는 중입니까? 어느 인생의 길을 가고 있습니까?

 

 

 온누리에

주님의 평화가

모두 함께하시기

마음 모아

간절히 기도합니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

 

고향의 달      - 이해인 -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서

내가 태어날 무렵

어머니가 꿈속에서 보았다는

그 아름다운 달

고향 하늘의

밝고 둥근 달이

오랜 세월 지난 지금도

정다운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네

 

'너는 나의 아이였지

나의 빛을 많이 마시며 컸지'

은은한 미소로 속삭이는 달

 

달빛처럼 고요하고

부더럽게 살고 싶어

눈물 흘리며 괴로워했던

달 아이의 지난 세월도

높이 떠오르네

 

삶이 고단하고 사랑이 어려울 때

차갑고도 포근하게

나를 안아주며 달래던 달

 

나를 낳아준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또 어머니

수많은 어머니를 달 속에 보네

피를 나누지 않고도

이미 가족이 된 내 사랑하는 아들

가을길 코스모스처럼 줄지어서

손 흔드는 모습을 보네

 

 달이 뜰 때마다 그립던 고향

고향에 와서 달을 보니

그립지 않은 것 하나도 없어라

설레임에 잠 못 이루는 한가위 날

물소리 찰랑이는 나의 가슴에도

또 하나의 달이 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