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24년 주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24년 3월 24일(나해)

모든 2 2024. 3. 29. 22:09

 

수철리공소(신례원성당) / 그림 안종찬(바오로)

 

 

+ 마르코 복음 14,1-15,47

 

○  <파스카와 무교절 이틀 전이었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속임수를 써서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까 궁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백성이 소동을 일으킬지 모르니 축제 기간에는 안 된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베타니아에 있는 나병 환자 시몬의 집에 계실 때의 일이다. 마침 식탁에 앉아 계시는데, 어떤 여자가 값비싼 순 나르드 향유가 든 옥합을 가지고 와서, 그 옥합을 깨뜨려 그분 머리에 향유를 부었다. 몇 사람이 불쾌해하며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 여자를 나무랐다.

◎"왜 저렇게 향유를 허투루 쓰는가?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 그 돈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을 터인데."

○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이 여자를 가만두어라. 왜 괴롭히느냐? 이 여자는 나에게 좋은 일을 하였다. 시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으니, 너희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들에게 잘해 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여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였다. 내 장례를 위하여 미리 내 몸에 향유를 바른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온 세상 어디든지 복음이 선포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한 일도 전해져서 이 여자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 이스카리옷이 예수님을 수석 사제들에게 팔아넘기려고 그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그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그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하였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

  무교절 첫날 파스카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물었다.

◎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가서 차리면 좋겠습니까?"

○  예수님께서 제자두 사람을 보내며 이르셨다.

†  "도성 안으로 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를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가거라.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의 주인에게, '스승님께서 '내가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음식을 먹을 내 방이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십니다. '하여라 그러면 그 사람이 이미 자리를 깔아 준비된 큰 이 층 방을 보여 줄 것이다. 거기에다 차려라."

○  제자들이 떠나 도성 안으로 가서 보니, 예수님께서 일러주신 그대로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파스카 음식을 차렸다. 저녁때가 되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그곳으로 가셨다. 그들이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 나와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자가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 그러자 제자들은 근심하며 차례로 묻기 시작하였다.

●  "저는 아니겠지요?"

○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그는 열둘 가운데 하나로서 나와 함께 같은 대접에 빵을 적시는 사람이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 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  제자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니 모두 그것을 마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날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

○ 그들은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 올리브산으로 갔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너희는 모두 떨어져 나갈 것이다. 성경에, '내가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 '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되살아나서 너희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갈 것이다."

○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  "모두 떨어져 나갈지라도 저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이 밤, 닭이 두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  베드로가 더욱 힘주어 장담하였다.

●  "스승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는 결코 스승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  다른 제자들도 모두 그렇게 말하였다.

그들은 겟세마니라는 곳으로 갔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가 기도하는 동안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  그런 다음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가셨다. 그분께서는 공포와 번민에 휩싸이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남아서 깨어 있어라."

○  예수님께서는 앞으로 조금 나아가 땅에 엎드리시어, 하실 수만 있으면 그 시간이 당신을 비켜 가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예수님께서 돌아와 보시니 제자들은 자고 있었다. 그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 "시몬아, 자고 있느냐?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더란 말이냐? 너희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여라.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한다."

○  예수님께서 다시 가셔서 같은 말씀으로 기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와 보시니 그들은 여전히 눈이 무겁게 내리감겨 자고 있었다. 그래서 제자들은 예수님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랐다. 예수님께서는 세 번째 오셔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  "아직도 자고 있느냐? 아직도 쉬고 있느냐? 이제 되었다. 시간이 되어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어간다. 일어나 가자. 보라, 나를 팔아넘길 자가 가까이 왔다."

  ○  그러자 곧, 예수님께서 아직 말씀하고 계실 때에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다가왔다. 그와 함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원로들이 보낸 무리도 칼과 몽둥이를 들고 왔다. 그분을 팔아넘길 자는, "내가 입 맞추는 이가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붙잡아 잘 끌고 가시오."하고 그들에게 미리 신호를 일러주었다. 그가 와서는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말하였다.

● "스승님!"

○ 그러고 나서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들이 예수님께 손을 대어 그분을 붙잡았다. 그때 곁에 서 있던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대사제의 종을 내리쳐 그의 귀를 잘라 버렸다. 예수님께서 나서시어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강도라도 잡을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 나를 잡으러 나왔단 말이냐? 내가 날마다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으면서 가르쳤지만 너희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이리된 것이다."

○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다. 어떤 젊은이가 알몸에 아마포만 두른 채 그분을 따라갔다. 사람들이 그를 붙잡자, 그는 아마포를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다.

  그들은 예수님을 대사제에게 끌고 갔다. 그러자 수석 사제들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이 모두 모여 왔다. 베드로는 멀찍이 떨어져서 예수님을 뒤따라 대사제의 저택 안뜰까지 들어가, 시종들과 함께 앉아 불을 쬐고 있었다. 수석 사제들과 온 최고 의회는 예수님을 사형에 처하려고 그분에 대한 증언을 찾았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 사실 많은 사람이 그분께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였지만, 그 증언들이 서로 들어맞지 않았던 것이다. 더러는 나서서 이렇게 거짓 증언을 하기로 하였다.

◎  우리는 저자가, '나는 사람 손으로 지은 이 성전을 허물고, 손으로 짓지 않는 다른 성전을 사흘 안에 세우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 그들의 증언도 서로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자 대사제가 한가운데로 나서서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이자들이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데 어찌 된 일이오?"

○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입을 다무신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대사제는 다시 물었다.

●  "당신이 찬양받으실 분의 아들 메시아요?"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그렇다.'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다.'"

○  대사제가 자기 옷을 찢고 이렇게 말하였다.

●  "이제 우리에게 무슨 증인이 더 필요합니까? 여러분도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  그들은 모두 예수님께서 사형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단죄하였다. 어떤 자들은 예수님께 침을 뱉고 그분의 얼굴을 가린 다음, 주먹으로 치면서 놀려 대기 시작하였다.

◎  "알아맞혀 보아라, "

○  시종들도 예수님의 뺨을 때렸다.

베드로가 안뜰 아래쪽에 있는데 대사제의 하녀 하나가 와서, 불을 쬐고 있는 베드로를 보고 그를 찬찬히 살피면서 말하였다.

●  "당신도 저 나자렛 사람 예수와 함께 있던 사람이지요?"

○  베드로는 부인하였다.

●  "나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겠소?"

○ 베드로가 바깥뜰로 나가자 닭이 울었다. 그 하녀가 베드로를 보면서 곁에 서 있는 이들에게 다시 말하기 시작하였다.

●  "이 사람은 그들과 한패예요."

○  베드로는 또 부인하였다. 그런데 조금 뒤에 곁에 서 있던 이들이 다시 베드로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갈릴래아 사람이니 그들과 한패임에 틀림없소."

○베드로는 거짓이면 천벌을 받겠다고 맹세하기 시작하며 말하였다.

●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 그러자 곧 닭이 두 번째 울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너는 세 번이나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울기 시작하였다.>

아침이 되자 수석 사제들은 곧바로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 곧 온 최고 의회와 의논한 끝에, 예수님을 결박하여 끌고 가서 빌라도에게 넘겼다. 빌라도가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 "네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   그러자 수석 사제들이 여러 가지로 예수님을 고소하였다. 빌라도가 다시 예수님께 물었다.

●  "당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소? 보시오, 저들이 당신을 갖가지로 고소하고 있지 않소?"

○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빌라도는 축제 때마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죄수 하나를 풀어 주곤 하였다. 마침 바라빠라고 하는 사람이 반란 때에 살인을 저지른 반란군들과 함께 감옥에 있었다. 그래서 군중은 올라가 자기들에게 해 오던 대로 해 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하였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  "유다인들의 임금을 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오?"

○  빌라도는 수석 사제들이 예수님을 시기하여 자기에게 넘겼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수석 사제들은 군중을 부추겨 그분이 아니라 바라빠를 풀어 달라고 청하게 하였다. 빌라도가 다시 군중에게 물었다.

● "그러면 여러분이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부르는 이 사람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것이오?"

○  그러자 군중은 거듭 소리 질렀다.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  빌라도가 그들에게 물었다.

●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  군중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  그리하여 빌라도는 군중을 만족시키려고, 바라빠를 풀어 주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목 박으라고 넘겨주었다. 군사들은 예수님을 안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총독 관저였다. 그들은 온 부대를 집합시킨 다음, 그분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서는, 이렇게 말하며 인사하기 시작하였다.

◎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  또 갈대로 그분의 머리를 때리고 침을 뱉고서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예수님께 절하였다. 그렇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자주색 옷을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혔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다.

그들은 지나가는 어떤 사람에게 강제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게 하였다. 그는 키레네 사람 시몬으로서 알렉산드로스와 루포스의 아버지였는데, 시골에서 올라오는 길이었다. 그들은 예수님을 골고타라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는 번역하면 '해골 터'라는 뜻이다. 그들이 몰약을 탄 포도주를 예수님께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건넸지만 그분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 그러고 나서,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는데, 누가 무엇을 차지할지 제비를 뽑아 결정하였다. 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목 박은 때는 아침 아홉시였다. 그분의 죄명 패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강도 둘을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하나는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못 박았다. 지나가는 자들이 머리를 흔들며 그분을 이렇게 모독하였다.

◎  "저런!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더니. 십자가에서 내려와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

○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함께  조롱하며 서로 말하였다.

◎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을 구원하지 못하는군. 우리가 보고 믿게, 이스라엘의 임금 메시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그분께 비아냥거렸다.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오후 세 시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으셨다.

†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 이는 번역하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곁에 서 있던 자들 가운데 몇이 이 말씀을 듣고 말하였다.

◎ "저것 봐! 엘리야를 부르네, "

○ 그러자 어떤 사람이 달려가서 해면을 신 포도주에 적신 다음, 갈대에 꽃아 예수님께 마시라고 갖다 대며 말하였다.

● "자, 엘리야가 와서 그를 내려 주나 봅시다."

○ 예수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다.

○그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그리고 예수님을 마주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그분께서 그렇게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  여자들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에는 마리아 막달레나, 작은 야고보와 요새의 어머니 마리아,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그분을 따르며 시중들던 여자들이었다. 그 밖에도 예수님과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다른 여자들도 많이 있었다. 이미 저녁때가 되어 있었다. 그날은 준비일 곧 안식일 전날이었으므로,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이 빌라도에게 당당히 들어가, 예수님의 시신을 내 달라고 청하였다. 그는 명망있는 의회 의원으로서 하느님의 나라를 열심히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서 벌써 돌아가셨을까 의아하게 생각하여, 백인대장을 불러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느냐고 물었다. 빌라도는 백인대장에게 알아보고 나서 요셉에게 시신을 내주었다. 요셉은 아마포를 사 가지고 와서, 그분의 시신을 내려 아마포로 싼 다음 바위를 깎아 만든 무덤에 모시고, 무덤 입구에 돌을 굴려 막아 놓았다. 마리아 막달레나와 요새의 어머니 마리아는 그분을 어디에 모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말씀의 향기>

 

지금 나는 어떤 예수님을 만나려 합니까? / 이의철 가밀로 온양신정동 주임

  

  거룩한 3월 요셉 성월을 보내며, 오늘 우리는 주님의 수난 성지 주일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모든 교회는 예수님께서 공생활의 완성을 이루시는 예루살렘 입성 행렬을 재현합니다.

  또한 미사 중 듣게 되는 수난 복음을 통해 십자가에 매달리시어 죽음을 맞이하게 되시는 예수님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감정의 두 가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기쁨과 사형 선고를 받으시고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을 뵙는 가장 큰 고통을 우리는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수님은 일반 대중들이나 심지어 따르던 신앙인들에게도 자신들이 꿈꾸고 기대하던 메시아, 구원자, 그리스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예루살렘 행렬의 환호와 열광은 순식간에 분노와 실망감으로 바뀌어, 예수님을 십자가 형에 심판하는 모습으로 자리하게 됨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시대의 그들은 이천 년 후의 나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면 나는 지금 예수님을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요? 아직도 나와 다른 예수님의 모습으로 인하여 분노와 실망감의 신앙생활에 머물러 있습니까? 아니면 고통과 죽음을 받아들이신 예수님의 그 천상 승리에 감탄하고 희망하며 신앙생활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까?

 

  내가 어떤 형태에 머물러 있든지 간에,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묵묵히 십자가를 통한 영광스러운 천상의 승리를 이루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즉, 우리가 아무리 예수님께서 세상을 향해 칼을 든 강력한 심판자 이자 해방자이기를 요구하며 이 믿음 생활을 이어간다고 할지라도, 그래서 때로는 실망과 좌절과 분노에 빠지는 실수를 한다고 할지라도, 예수님은 저 십자가의 고통과 죽음이라는 하느님 아버지의 방법을 통해 더 큰 승리와 해방을 전달해 주십니다. 진정한 주인이신 하느님의 방법으로 나를 치유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며, 변화시켜 주십니다.

 

  결국, 신앙인은 이 십자가를 볼 때마다 본인들이 예수님의 온전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우선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기뻐해야 하고, 희망해야 합니다. 그것이 십자가의 의미이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온전한 천상의 뜻입니다. 이것을 예수님께서는 올해도 교회의 전례력을 통해 이루어 나가실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또 다른 군중으로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라는 십자가 죽음의 외침에 계속 머물러 계실 것입니까? 아니면 예수님을 보고 서 있던 외인 백인대장처럼,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참된 신앙의 증거자 모습을 준비하시겠습니까? 새로운 성 주간을 시작하며, 이 시기 동안 내가 만나볼 수 있는 예수님 방식을 단순하게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여전히 또한 앞으로도 시노달리타스(22)

 

시노드 정신으로 열매 맺는 선교적 변모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교회의 쇄신과 변화를 열망하고 있는 오늘날,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여정’은 하 느님뿐만 아니라 세상과 시대가 품고 있는 기대와 요구에 응답하는 유일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를 알고 있다 해서 모두가 제대로 응답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시노드 정신을 ‘공동체’나 ‘다른 이’의 몫으로만 미루고 내적 쇄신에만 힘써 교회적 내향성에 빠지게 된다면 시노드 정신은 제대로 된 열매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로 쇄신되는 것은 결국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신자들’이 복음을 선포하는 공동체로 새로 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선교 교령 「만민에게(Ad gentes)」는 교회를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라고 정의한다. 교회에 있어 “선교는 바로 예수님을 향한 열정이며 또한 그분 백성을 향한 열정”(「복음의 기쁨 268항」) 의 표현이다. 그래서 교황 프란체스코는 「복음의 기쁨」 제1장에서 ‘교회의 선교적 변모’를 강조하며 “말만이 아니라 삶으로, 무엇보다도 하느님 현존으로 변모된 삶을 통하여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복음 선포자”(259 항)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선교적 변모를 이루기 위해 성찰하고 살펴야 하는 네 가지 자세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 방식은 모든 이가 환대와 사랑과 용서를 받고 복음의 선한 삶을 살도록 격려받는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말과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일상생활에 뛰어들어 그들과 거리를 좁히고, 필요하다면 기꺼이 자신을 낮추며, 인간의 삶을 끌어안고 다른 이들 안에서 고통받고 계시는 그리스도의 몸을”(24항) 어루만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배움과 변화이다. 이는 오늘날의 시대가 가르치고자 했던 중요한 것들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교회는 ‘배우는 사람’을 뜻하는 ‘제자’들의 공동체여야만 했지만 경직된 시스템에 갇혀 새로운 것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교회 울타리 너머에는 배워야 하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다. 선교적 변모는 이를 향한 개방성이고 배움이고 변화이다. 세 번째는 본질이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덜 중요한지, 전혀 그렇지 않은지’를 아는 것으로 교황 프란체스코는 이를 ‘진리의 서열 또는 위계’라고 한다. 그에게 복음의 핵심이자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심은 바로 자비이다. 네 번째는 무상성(無償性)이다.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라는 말씀처럼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아낌없이 거저 나누어주는 예수님의 모습이다. 거저 줄 수 있는 힘은 바로 거저 받은 것에 대하여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이다.

-안동훈 안드레아 신부 가수원 주임-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19)

 

 

전주교구 순창성당 유리화

「빛이 되다」

손승희(손소벽 막달레나) 유리화 작가

 

 

•재료

엔틱글라스 (Antique Glass)

판석유리 (Dalle de Verre)

•크기 : 223x81(cm)

•제작연도 : 2020년

•제작의도

  이 작품은 빛과 열매라는 성경적 상징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을 전합니다. 빛은 창조의 시작을 상징하며, 예수님의 가르침이 세상을 비추는 진리의 빛임을 의미합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라는 요한 복음서의 말씀처럼, 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을 상징합니다.

 

  창문에 표현된 열매는 성령의 결과물로서, 신자들의 영적 성장과 선한 행동의 결실을 상징합니다. 갈라티아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성령의 열매 는 사랑과 기쁨, 평화” 등을 나타내며, 이는 예수님의 사랑이 신자들의 삶에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추상적인 디자인은 신자 각자가 예수님의 사랑을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체험하도록 돕습니다. 누군가는 이 창을 통해 빛나는 햇살을 보고 따뜻함과 위로를 느낄 수 있으며, 또 다른 이는 색색의 유리 조각에서 다양한 삶의 단편을 보며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작품을 단순히 관람하는 것을 넘어, 성당 안에서 기도와 명상을 하는 동안 신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깊이 이해하며 성령 의 열매를 자신의 삶 속에서 맺도록 영감을 주고자 했습니다.

 

 

 

해외 선교지 칠레, 그곳은

 

평신도들의 교회

 

  칠레 본당에서 사목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본당 안에서 평신도들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입니다. 사제들은 성사집행에 충실하고, 교리교육, 말씀 전례, 환자 봉성체, 미사 없는 장례예식은 평신도들이 직접 집전합니다. 사제와 부제가 부족한 곳에 성체분배, 말씀선포, 세례식을 집전할 수 있는 특별직무를 받은 봉사자를 둘 수 있다는 교회법 230조 3항에 의거하여 본당마다 봉사자 그룹이 있습니다. 저희 본당도 20명 정도 되는 봉사자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약과 도둑질이 끊이지 않는 동네 한가운데에서 신앙을 지키고, 성실하 게 일하며, 하느님 말씀에 의지하고, 누가 봐도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살아가는 신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나라 말 표현으로 모자를 벗어 존경할 만한 신자들 한 분 한 분을 만날 때 또 한 번 살아계신 하느님을 느낍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평신도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하나의 말씀의 신비를 깨닫게 됩니다.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선포될 때 하느님의 말씀은 선포자 안에서 더 깊이 자리잡고, 뿌리를 뻗어 내린다는 것입니다. 자식을 키우며 배우자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고 보호하며 주님의 계명에 따라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한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 신자들은 더 깊이 공감하며, 말씀을 살아갈 의지를 가집니다. 말씀을 선포하는 평신도 봉사자들은 일정기간 사목 하고 떠나는 신부들과 달리 그 공동체와 평생을 살며 그들과 함께하며 공동체의 모범으로 살아갑니다.

 

  저희 본당에서 한평생을 교리교사와 봉성체특별직무자로 봉사했던 오스칼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돌아가 시기 한 달 전에 그분과의 만남은 참으로 저에게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분을 방문했을 때 92세의 나이로 침대에 누워서 삶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말할 힘이 없었습니다. 그분의 딸이 그분의 말을 알아듣고 저에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한 동양인 젊은 신부의 방문에 깊은 감사와 존경이 담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았고, 저는 그분과 눈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삶의 마지막 사제와의 만남에서 그분은 자신의 삶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하라는 말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시작해서 끝까지 예수님의 말씀을 입에 담았습니다. 사제에게 온 힘을 다해 예수님의 말씀을 나누셨던 그분의 표정, 눈빛,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그분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과 제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이 서로 대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1시간 정도의 만남이 일주일의 깊은 피정처럼 느껴졌습니다.

 

  한국가톨릭교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됐음을 우리는 아주 큰 자랑으로 여깁니다. 한 번은 칠레 신부들이 저에게 어떻게 평신도들이 신앙을 증거하며 순교할 수 있는지, 정말 대단하다며 한국인의 신앙에 감탄하며 한국교회에 관하여 여러 가지 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삶이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는 아주 귀한 보물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1년 동안 부족한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김동진 사무엘 신부 국내연수-

『해외 선교지 칠레, 그곳은』 연재를 마치며 그동안 집필해 주신 김동진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성지를 걷다 - 원머리성지(2)

 

2. 원머리성지 순교자 묘역

 

  원머리성지에는 1868년 무진박해 때 순교한 박선진 마르코와 박태진 마티아 두 분의 묘가 마을 한복판에 모셔져 있다. 사촌 형 마티아가 모진 고문과 매를 못 이겨 배교하려 할 때, 마르코가 “천주를 배반하고 영벌을 어떻게 받으려 하느냐?”고 하자, 마티아는 이를 곧 뉘우치고 15일 만에 같이 순교하였다.

 

  박해시기에는 박해자의 눈길을 피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라 순교자의 시신을 모셔 올 때 깊은 산속 외딴 곳에 임시로 묻거나 몰래 안장하였다. 그러나 원머리성지는 물이 들어오면 육지가 섬이 되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타 성지와는 달리 교우촌 한가운데 치명자를 모심으로써 교우촌 신앙의 중심지 역할뿐만 아니라 기도 신심 행위의 특별한 장소가 되어 왔다.

 

  원머리 순교자 묘역은 세계 유네스코 유형, 무형 문화 유산으로 등재될 만한 가치를 지닌 조선시대 순교자 묘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가톨릭 문화유산의 소중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순교자 시신이 온전히 모셔져 있는 특색있는 성지이다.

-글. 사진 원머리성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유래와 의미

 

그리스도의 죽음과 구원의 신비가 이어지는 시기, 성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이 장엄한 행렬 예식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행사가 아니라 그 내면적 의미, 즉 주님과 함께 수난의 길로 들어가고 수난을 통해 부활한다는 것을 믿고 고백하고 따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성목요일 오전에는 모든 사제가 한데 모여 봉헌하는 성유 축성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사제직을 세우신 것을 기념합니다. 이어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함께한 최후 만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성금요일에는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것을 새기며, 성 토요일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무덤에 묻히신 것을 묵상하면서 부활을 기다립니다.

 

  성주간이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수난 없는 부활은 없다는 것입니다. 즉 가장 큰 고통인 십자가 수난과 가장 큰 기쁨인 부활을 함께 묵상하는 기간이 바로 성주간입니다.

 

 

멸종 위기의 수컷 거북이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수컷 거북이를 통해 생물종의 멸종 위기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거북이가 알을 낳으면 바닷가 모래 아래에 낳게 되는데, 해안가 모래 온도에 따라 성별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27.7도 아래면 수컷이 태어나고, 31도 이상이면 암컷이 태어납니다. 이제까지는 그 비율이 맞아서 성별이 균형적이었지만, 지난 4년간 99% 이상이 암컷만 태어난다고 합니다.

 

  바다 거북이도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매년 여름철 바닷가에 가면 전에 비해 정말 따뜻해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해양생물 중 최소 41%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라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