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이용숙 안젤라 | 음악평론가
독일에 간 첫해에 저를 가장 매혹한 것은 울창한 숲이었습니다. 바로 독일 낭만주의와 그림 동화를 탄생시킨 신비 롭고 비밀에 찬 숲들입니다. 집 동네를 나서서 10분만 걸으면 프랑크푸르트 외곽 타우누스산의 고즈넉한 숲이 펼쳐졌습니다. 대학에서 강의가 없는 날은 혼자 숲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온종일 책을 읽고 공부했습니다. 나무 그루터기에 내려앉는 햇살이 어찌나 평온하던지,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서 저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겁없이 아찔한 짓을 한 셈이지만요.
대학에서 지도교수를 정하고 첫 면담을 할 때 그분이 제게 물으셨습니다. 독일에 와서 가장 마음에 드는게 한 가지 있다면 무엇이냐고요. 지체 없이 ‘숲’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한국에는 숲이 없느냐’고 물으셨습니 다. 그럴리가요.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지인 나라인데요.
왜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숲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못 했을까, 돌이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국내에서 여행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숲에 감탄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고요. 정치 사회적으로 억압과 긴장이 크고 마음이 답답했던 시절에 고교 시절과 대학을 거쳤고, 방학이 되면 농촌활동을 하러 가거나 가톨릭 학생회에서 함께 책 읽고 토론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아무 생각 없이 놀러 간다’라는 의미의 자유로운 여행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에 저를 사로잡은 예수님 말씀은 요한복음 8장 32절에 들어 있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였습니다. 사실은 이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했기 때문에 그처럼 좋아했는지도 모릅니 다. 읽을 수 있는 모든 책을 다 읽어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면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올 거라고 믿었고, 깨달음을 얻으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줄 알고 온종일 코를 책에 박고 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세월이 더 지난 뒤에야 오해하고 있던 이 성경 구절의 맥락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31절에서 예수님은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말씀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였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진정한 자유를 얻는 비결을 알려주십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말씀은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고, 자연스러운 듯하지만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합니다. 자유로워지려면 모든 규범을 벗어나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말씀 안에 머무르라고 하시니 말입니다.
“너희는 나를 죽이려고 한다. 내 말이 너희 안에 있을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요한 8,37) 예수님은 또 이렇게 탄식하십니다. 하느님에게서 들은 진리를 사람에게 전해주려고 오셨는데 그 말씀을 받아들일 자리를 우리가 온갖 지식과 욕망과 허영으로 채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리를 통해 자유롭게 되려면 우선 본질적이지 않은 많은 것들을 버리고 숲 속의 빈터처럼 햇살을 받아들일 고요한 공간을 제 안에 먼저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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