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후회뿐인 기도 /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시인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
‘이러면 안 되는데’ 늘 이렇게 말하다가 / 한 생애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 하느님과의 수직적인 관계 / 이웃과의 수평적인 관계 / 나 자신과의 곡선의 관계 / 시원하고 투명하길 바라지만 / 살아갈수록 메마르고 복잡하고 / 그래서 부끄러워요 / 좀 더 높이 비상 할 순 없는지 / 좀 더 넓게 트일 수는 없는지 / 좀 더 밝게 웃을 수는 없는지 나는 스스로 답답하여 / 자주 한숨 쉬고 남몰래 운답니다 / 그러나 이 또한 기도의 일부로 받아들여 주신다면 / 부끄러운 중에도 조금은 위로가 될 것 같다고 / ‘내 탓이오. 내 탓이오.’ 가슴을 치는 이 시간은 / 눈물 속에도 행복하다고 / 바람 속에 홀로 서서 하늘을 봅니다. - 이해인의 시 <부끄러운 고백>
최근에 밀양 가르멜 수녀원 성당에서 내가 잘 아는 언니의 추모 미사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미사 20분 전쯤 주 례사제가 고해성사를 보실 분은 지금 봐도 된다 해서 고해실로 들어갔는데 단 한 명도 움직이질 않다가 내가 먼저 들어갔다 나오니 연이어 성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잘 아는 사제 앞에서 고해성사를 보는 일은 인간적으로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그날도 그랬지만 용기를 내어 먼저 고해실로 들어갔는데 성사를 보고나선 홀가분한 자유가 내 영혼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성인들의 전기를 즐겨 읽었는데 어찌나 자신을 큰 죄인으로 비하 시키고 절절히 통회하는지 그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수도원에 입회하여 반세기를 살아온 지금은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됩니다. 무한한 사랑이신 하느님 앞에 유한한 내가 고백할 것은 오직 죄뿐이고 자랑할 것은 약점뿐임을 차츰 알아듣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때로는 이주에 한 번씩 묵상 나누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자신이 공동체에 잘못한 것을 서로 고백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다른 이가 자신의 허물과 잘못을 고백하는 모습은 그리도 겸손해 보이고 아름다운데 막상 내 차례가 오면 진땀이 날만큼 부끄럽고 늘 비슷한 걸 말해야 하는 자신이 초라하게 여겨져서 숨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대림 시기나 사순 시기에 판공성사표를 들고 고해성사를 준비하는 교우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죄를 고백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도 성사의 은총으로 얻게 되는 평화와 자유로운 행복을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기계적으로 마지못해 고해성사를 보기보다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듯 나의 죄를 사제에게 고백할 수 있는 은총을 구하며 오늘도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후회뿐인 기도라도 자주 바치는 이 사순절에 내가 아직 살아서 참회할 수 있음을 감사하면서 참회한 만큼의 기쁨으로 다가올 부활절을 기다립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사랑에 대해 / 너무 많이 말한 것이 후회됩니다 / 기도를 제대로 못하면서 / 남에게 기도를 가르치려 한 것도 후회됩니다 / 진정 후회없는 기도를 바치는 것이 / 세상에선 참 어려운 일이네요 / 오래고 오래된 사랑의 하느님 저의 게으른 푸념을 항상 내치지 않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해인의 시 <후회뿐인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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