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조배
신학교의 일과는 아침기도와 미사로 시작됩니다. 모든 신학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씻고 일정한 시간까지 대성당에 지정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합니다. 언젠가 한 학기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매일 아침에 내가 제일 먼저 대성당에 들어가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 학기 내내 매일 아침 마다 기상 벨이 울리기 전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씻고 대성당으로 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와 경쟁하듯 그 시간만 되면 복도에서 마주치는 신학생이 있었고,그래서 가장 먼저 대성당에 들어갈 수 없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일등으로 대성당에 들어 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규칙으로 정해진 공동체 기도가 아니라 제가 능동적으로 선택했던 시간,감실
등만 켜져 있던 새벽의 깜깜한 대성당에서 저만의 기도시간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한 기쁨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때 그 새벽의 기도들이 성체조배였습니다.
성체조배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시가니을 내어 성체 앞에 머물며,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 개인적으로 만나는 신심기도의 한 형태입니다.
성체조배는 개인적인 기도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성체조배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머물러야 합니다. 능동적으로 시간을 내어 경건한 몸과 마음의 자세로 성체 앞에 머물러야 합니다.
둘째는 머무는 동안에 조배자는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의 현존을 깊이 묵상하고 예수님과 내면적인 대화를 나눕니다.
이렇게 머물며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 예수님과 대화하는 동안에 조배자는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에 온 마음을 다해 사랑과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또한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사랑과 뜻에서 벗어난 지난 삶을 죄송한 마음으로 말씀드릴 수도 있습니다.
종종 성체조배를 하는 동안에 영적 독서를 한다거나 묵주기도를 하기도합니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니지만,그 시간은 성체 안에 계신 예수님과 나,둘만의 내적이고 솔직한 만남의 시간임을 자각하며,예수님의 현존과 대화에 더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 더 좋은 성체조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박지순 치릴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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