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은 곳/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슬픔의 방향을 정하고 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해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 최문자(1943년 서울 생) 1982년 <현대문학>등단.
시집<사과 사이 새><파의 목소리><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하다>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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