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닿고 싶은 곳/최문자

모든 2 2022. 1. 29. 01:46

 

 

닿고 싶은 곳/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슬픔의 방향을 정하고 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해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 최문자(1943년 서울 생) 1982년 <현대문학>등단.

시집<사과 사이 새><파의 목소리><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하다>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