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4년 주보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주일) 2014년 10월 19일(가해)

모든 2 2021. 5. 20. 11:35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나자렛 성모영보성당 모자이크화」김진철 신부

 

+  마태오 복음 28,16-20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그때에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말씀의 향기>

 

전교 -우리 안에 이미 있습니다. 발견해 보세요. "사도직은 모든 것을 다 주려고 하는 것이지 이 세상의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김진 대전안드레아 관저동 보좌-

 

  관저동 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주임 신부님을 도와 사목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복음의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내 모든 삶의 수난들이 제게 큰 선물입니다. 10월은 묵주기도성월이면서 전교의 달입니다. 또 오늘은 전교주일입니다. 이 전교주일에 저희 본당에서는 견진미사를 봉헌하게 되면서 신앙인으로서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도록 하느님의 큰 은총이 내렸습니다. "견진성사로 신자들은 더욱 완전히 교화에 결합되어 성령의 특별한 힘을 받아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하고 옹호해야 할 더 무거운 의무를 진다."(교회헌장 11항)

 

 전교를 무엇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들어 익히 알고 있듯이 전교란 선교,복음선포,복음화 등 여러 가지 단어와 개념들로 표현합니다. 이 전교는 견진을 통해 그러하듯 이제 더 이상 어린이의 초보적인 신앙상태에 머룰러 있지 않고 더욱 성숙한 신앙의 정체성을 지니고 표현하며 살아갈 때만이 가능합니다. 저는 그 신앙의 정체성이 우리 몸에 이미 충분히 배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그것을 교황님께서 말씀하고 행동하시는 그 모든 자연스러운에서 깨달았습니다. '복음을 사는 것은 바로 저런 모습이구나.'하는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이었습니다. 전교에 대해 굳이 가르치고 이해시키려 들지 않아도,우리 안에 심어진 그 복음의 씨앗들이 아무런 막힘없이 말과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올 때,작지만 더욱 강력한 복음화의 물꼬를 트는 것임을 압니다.

 

  주일 오전이면, 저는 너무나 특별한 한 분을 만납니다. 노령의 마리아 할머님이신데,미사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나오십니다. 전동 휠체어에서 내리시면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 하나에 맡겨 겨우겨우 옮기시는데,꼭 성당 제대 바로 앞자리까지 걸어 나가 앉으시기에 뒤에서 보면 그 걸음이 흡사 어린아이가 기어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리게 보입니다. 그렇게  한 3분 여를 힘겹게 걸으시지만,그러면 그럴수록 할머님 얼굴의 환한 미소는 더욱 빛을 더해 갑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할머니는 가히 살아 있는성인처럼 보입니다. 불편한 모을 움직일 수 없어 성체를 사제에게 직접 받아 모실 때에도,주님과 일치를 이루는 그 순간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런 마리아 할머니를 보며 매 주일 아침을 여는 것이 내 안에,우리 신앙인 모두에게 주어진 복음화의 가능성,전교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만나는 행복한 감동의 순간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제대로 살면 그것이 전부 전교입니다.

 

 

<청소년,꿈을 꾸다(3)>

 

청년들에게는 교사보다 스승이 필요합니다.

 

  제가 종교교육을 공부할 때,서울의 모 본당에 일년 동안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되었고,주일학교 선생님들은 캠프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중고등부 청소년들에게 신앙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바빴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캠프 일정을 보시더니 하나의 프로그램을 제안했어요. 교리교사들은 그리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부님의 말씀이니 캠프 일정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캠프가 무사히 끝나고,선생님들은 캠프에 대한 청소년들의 반응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습니다. '캠프 중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캠프에 참여한 80% 이상의 아이들이 똑같이 써낸 가장 좋았던 캠프 프로그램은 신부님이 제안하신 바로 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일까요? '2시간 동안 누워서 별 바라보기'였습니다. 허무하신가요? 이게 무슨 프로그램이냐 싶으신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이 대답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청소년들은 선생님과 속깊은 대화를 하고 친구들과 자신의 비밀 이야기를 털어냈다고 합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가 청소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르침이며,교회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습니다.

 

  모두 다 청소년들을 사랑하은 마음 때문입니다. 사랑하기에 교리교사들은 청소년들이 만족할 만한 완벽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교리교사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일하랴. 대학공부하랴,직장생활하랴 바쁜 와중에도 청소년들을 위해 교리교사의 길을 묵묵히 해나가는 교리교사들을 본당 신자들도 알아주고 아낌없이 칭찬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교리교사들께도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말자'.

 

  자신의 일정대로 청소년들을 끌고 나가는 '완벽한 교리교사'가 되지 말고,자신이 부족하기에 하느님께 더 의지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의 스승'이 되자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청소년들을 관찰하듯이 청소년들도 어른들을 관찰합니다. 선생님도 우리의 도움이,우리의 기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우리가 그렇듯 청소년들도 그저 받기만 하는 것보다 때로는 자신이 무언가를 줄 수 있을 때,기뻐하고 행복해 합니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애썼단 거 알아, 하지만 나는 베스트 앨범을 사지 않아.'

  제가 좋아하는 가을방학이라는 밴드의 노래,'베스트 앨범은 사지 않아.'가사입니다.

  청소년들도 교리교사들이 베스트가 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슬프고,지치고,부족함에도 신앙으로 힘을 얻는,부족하기에 하느님께 더 의지하는 '참 신앙인'의 모습을 원합니다.

 

-이상수 사도요한 .청소년사목국 차장-

 

 

<미사 속 숨은 보화>

 

전구 Intercessiones3-내용

  감사기도 중의 전구는 부활하시고 승천하시어 성부 오른편에 계시면서 인류를 위하여 중개자로 활동하시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사제가 바치는 기도입니다. 전구의 대상은 교회와 그 모든 구성원,미사에 참여함 공동체와 그 밖의 사람들, 죽은 교우들과 다른 모든 죽은 이들입니다.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교회 공동체가 폐쇄적인 단체가 아니라 만민을 위한 구원의 성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구를 바침으로써 우리는 성인들과 일치를 이루고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미사 중에만 전구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기도 안에서도 성인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합니다. 특별히 복자품에 오르신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들에게 전구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이여,저희를 위하여 받아주소서."

 

 

<이충무의 행복나침반(35)>  -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응시하라,처음 본 것처럼

깨어 있어야 할 이유

 

  응시하라,처음 본 것처럼! 매일 본 익숙한 남편의 얼굴..혹시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행복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다. 왜냐하면 그 얼굴에 담긴 수많은 언어를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무표정해 보이는 얼굴은 여전히 말하고 있다. 나는 많이 힘들다.나는 때로 외롭다. 나는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나는 당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사랑스럽다. 당신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응시하라,처음 본 것처럼! 매일 본 익숙한 아내의 얼굴을.. 혹시 그 얼굴이 예전의 그 얼굴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행복을 읽지 못하는 문맹이다. 왜냐하면 달라진 아내의 얼굴에 담긴 수많은 언어를 읽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기 없는 얼굴은 여전히 속삭이고 있다. 나는 많이 힘들다. 나는 때로 외롭다. 나는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나는 당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사랑스럽다. 당신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

 

  귀 기울여라,처음 듣는 것처럼,매일 듣는 아이의 종알거림을..혹시 그 말이 그 말이라고 느껴진다면 당신은 행복을 듣지 못하는 청맹이다. 왜냐하면 그 수많은 재잘거림 속에 진심으로 부르는 그 아이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일 마주치는 아침 햇살이 정말 매일 똑같을까? 퇴근길에 매일 보는 나무의 잎사귀가 정말 매일 똑같은 모습일까? 만약,이 모든 것을 처음 마주치는 것처럼 바라본다면 당신의 하루는 눈부시게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것들에 문맹이 되어 간다.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모든 의미를 읽어 내는 것이 아니듯이,매일 사람을 마주한다고 그 사람들의 간절함을 하나하나 읽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깨어 있으라는 교황님의 말씀이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 닿는 가을날이다.

 

 

사랑하게 하소서!

 

10월은 유난히

가진 모든 것 내어

마지막 그날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