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도우미

새 소리를 들었느냐?/앤소니 드 멜로

모든 2 2020. 8. 18. 16:21

  인도의 힌두교들은 하느님과 그분이 창조하신 삼라만상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멋진 표상을 개발했다:하느님은 삼라만상을 <춤추신다>고.

 

  하느님은 춤추는 분,피조물은 춤, 춤은 춤추는 분과 다르지만,그러면서도 그분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춤이란 원한다면 보따리에 싸서 가져갈 수라도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춤추는 이가 춤을 멈추면 그 순간 이미 춤은 없는 것이다.

 

  하느님을 추구한다면서 사람은 생각이 너무 많고 궁리가 너무 많으며 말이 너무 많다. 피조물이라고 불리는 이 춤을 바라볼 때마저 사람은 마냥 생각하고,(자기 자신과 남들에게)말하고,궁리하고,분석하고,철학하고,그런다.

 

  말.말.말. 소리.소리.소리.

말없이 춤을 바라보라. 그저 바라보기만 하라 :별을,꽃을,낙엽을,새를,돌멩이를..춤을 어느  한 조각이든 좋다. 보라 ,들으라,맡으라,만지라,맛보라,그러면,원컨데 그렇게 하면,머잖아 그분을 뵙게 되리라-춤추는 이 그분을!

 

  제자가 선사에게 줄곧 불평을 했다:

 

"스승께선 제게 선도의 마지막 비밀을 감추고 계십니다."

스승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제자는 곧이 듣지 않았다.

 

하루는 스승이 제자를 데리고 언덕으로 산책을 나갔다. 거닐고 있는데,새가 한 마리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새 소리를 들었냐?"

"예."

"그래,그럼 인제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숨긴 게 없다는 걸 알겠구나."

"예."

 

  새 한 마리의 노래 소리를 진정 들었다면,나무 한 그루를 과연 보았다면...

그렇다면 너는 알겠구나-말이나 개념 따위를 넘어서.

 

  무엇이라고? 새 소리는 수십 번 들었고 나무는 수백 그루 보았다고? 그래,네가 본 나무라는 게 나무 그것이더냐,아니면 나무라는 명목이더냐? 네가 나무를 보고 그래서 나무가 네게 보일 때,너는 정작 그 나무를 본 게 아니다. 네가 나무를 보고 그래서 하나의 기적이 네가 보일 때- 적어도 그때라야 너는 나무를 본 것이다! 새소리를 듣다가 말없는 놀라움이 가슴 뿌듯이 차오름을 너는 겪어 보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