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20년 주보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생명 주일)2020년 5월 3일(가해)

모든 2 2020. 5. 3. 13:56

 

 

도나텔로「성 제오르지오」

1415~16,바르첼로 미술관

 

 

 

  +  요한복음10,1-10

 

  <나는 양들의 문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양 우리에 들어갈 때에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데로 넘어 들어가는 자는 도둑이며 강도다. 그러나 문으로 들어가는 이는 양들의 목자다. 문지기는 목자에게 문을 열어 주고, 양들은 그의 목소리를 알아 듣는다. 그리고 목자는 자기 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이렇게 자기 양들은 모두 밖으로 이끌어 낸 다음,그는 앞장서 가고 양들은 그를 따른다. 양들이 그의 목소리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은 따르지 않고 오히려 피해 달아난다. 낯선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에게 이야기하시는 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양들의 문이다. 나보다 먼저 온 자들은 모두 도둑이며 강도다. 그래서 양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올 뿐이다. 그러나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

 

 

 

  <말씀의 향기>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이의현 베드로 성소국장-

 

  오늘은 성소 주일입니다. 성소는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누구하나 예외 없이 거룩한 부르심을 받았고 지금도 초대받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하셨기에 이미 우리의 이름은 거룩하고 오늘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의 삶에 초대하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목자이시고 양들인 우리를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시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시듯 말이지요.

  또한 성소 주일은 특별히 성직자,수도자,선교사들의 성소가 증진되도록 기도하고 노력하기를 다짐하는 날입니다. 사제,수도자,선교사 성소가 날로 줄어드는 이때에 우리느 하느님께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의 소리보다 하느님의 음성에 더욱더 귀기울여 거룩한 성소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지난 몇 달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자가격리,사회적 거리두기,마스크 대란,개학 연기와 온라인 수업 등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생소한 말들과 상황이 우리 삶을 지배했습니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사상 유례없는 미사 중단이라는 상황을 접했습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나날들이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사제들은 홀로 미사를 봉허하며 참으로 많은 생각과 감회에 젖어들었습니다. 한 번은 동창신부님 본당에서 주일미사를 함께 봉헌한 적이 있습니다. 공동체 미사가 중지된 상태여서 지희는 제의방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그 시간에 기도하러 오신 신자분들은 회중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제의방에서 사제들만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은 그저 회중석에 앉아 있는 그 상황이 너무나 가슴 아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사제들도 그러한데 정작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는 신자들의 마음은 얼마나 안타깝고 슬프셨겠습니까?

  이러한 때에 우리의 성소는 어떠해야 할까요? 오늘 복음 말씀처럼 예수님은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오신 분이신데, 그래서 우리는 안타까움과 슬픔의 구렁이 아닌 활기찬 생명의 태동을 느끼며 그것이 넘치는 생활을 하여야 하는데 말이지요.

  양들이 주님의 음성만을 따라 살아갈 때 푸른 풀밭과 생명의 샘으로 인도되어 살아가듯,우리는 주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 세상에 주님의 성령이 활동하시도록 자리를 마련해 드려야 하겠습니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욕망 가득한 발전의 논리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만들어 죽음의 그림자가 이세상을 덮치게 만들었다면,이제는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이 우리의 생각과 삶의 앞자리를 차지하여 우리와 세상 모든 만물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성소입니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요한 10,9)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과 한국 천주교회 신자분들께 드리는 담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근심과 걱정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염 때문에 겪게 되는 사회적 격리는 물론,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피해가 늘어나고,경제적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코로나19 확산에 맞서 투명하고 체계적이며 뛰어난 진단 능력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시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그리고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하여 일부 국민에 대한 비평과 원망이 없지 않았지만,위기 때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해 왔듯이,이번 코로나19에 맞서서도 우리는 뜻을 모으고,확산 방지를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미덕을 실천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연대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은 이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힘겨워하는 다른 나라에 좋은 표양이 되고 있고, 많은 국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사재기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원봉사에 발 벗고 나서며,정부의 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노력에 따른 결과입니다.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공동체를 살리는 길임을 우리는 세계에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 위기를 함께 이겨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한국 천주교회 신자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일시적으로 유보한 채,각자 광야 한가운데를 걷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개별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방송매체를 통해 미사에 참례하며,또한 선행과 자선을 베풀면서,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 신자 여러분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러한 재난과 시련의 시기는 성찰과 성숙의 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낼 힘을 주십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10,13)

 

  속죄와 회개의 사순 시기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지금의 희생과 고통을 기쁘게 이겨 내고, 믿음을 잃지 않으며 희망하는 가운데 서로 힘이 되어 줍시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희생자와 그의 가족,우리 국민,나아가,전 세계 모든 이가 이 위기를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주십사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 정성을 다해 기도합시다.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하느님께 간청합시다. 죄와 죽음의 어두움을 물리치시고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열어 주신 외아드님께서 곧 부활하시어 우리에게 베푸어 주실 파스카 축제를 준비합시다.

 

  "두려워하지 마라.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태 28,5-6참조)

 

2020년 3월 19일(성 요셉 대축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좋은 열매를 위한 솎아 내기

 

  '하느님의 자비 주일(부활 제2주일)'을 지내던 즈음에,밭에서는 '복숭아꽃 따기"가 한창이었다.

  꽃이 피었다는 것은 그 꽃마다 열매가 달린다는 의미이고 그 꽃이 모두 복숭아가 된다면 나무는 너무 무거워 가지가 찢어질 것이고, 설혹 가지가 버텨 준다 해도 식구가 너무 많아 양분이 부족하니 제대로 영글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 가지에 두세 송이의 꽃들만 남기고 모두 따 주어야 한다.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무수한 꽃들과 작은 열매들이 떨어져 나가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두 달 씩이나 미사를 함께 봉헌하지 못했다. 나는 이 시간이 꽃을 따는 시간이었다고 여겨진다. 두달 동안이나 서로 모여 사랑을 나눌 기회가 복숭아꽃처럼 떨어져 나간 것이고, 하느님께 드릴 작은 예배의 열매들이 솎아졌던 시간을 지나왔던 것이다. 이제 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마침내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있으리나 믿는다.

그러면,우리가 거둘 '좋은 열매'는 무엇일까?

  '지구상에 함께 살고 있는 존재가 모두 하나라는 깨달음'이기를 희망한다.

  복숭아꽃을 따는 내내 미세먼지 자욱한 예년의 봄과 같지 않게 파아란 하늘을 실컷 바라보며 누릴 수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의 행동반경이 작아지고 산업활동이 줄어들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동안 인류가 지구상에 함께 살고 있는 동물과 식물들의 영역을 무자비하게 침범하고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 모처럼 파란 하늘을 만끽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뭇 생명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지구상에 당신들과 함께 존재하고 있는 생명들이 있으니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삽시다!", "당신들을 존재하도록 해 준 엄마요. 분리될 수 없는 우린 모두 하나란 말이요!"

  하느님의 자비를 새롭게 세상에 전한 성녀 파우스티나는 '사랑은 꽃과 같고 자비는 열매다'라고 말했다. 무수한 사랑이 피어난 후에 자비의 열매가 맺어진다는 의미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함께 모이지 못하고 거리를 둬야 하는 솎아 내는 사랑의 시간을 통해 인간을 넘어 뭇생명에게도 자비로운 인류로 새로나기를 기원한다.

 

   -강승수 요셉 신부 대전가톨릭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툭!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운 것은

 

그 진한 감동

사람들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