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넬로 다 메시나「성 세바스티아노」(부분)
1478-79,171×88.5cm,드레스덴,국립고미술관
성 세바스티아노 프랑스의 나르본에서 태어나 밀라노에서 교육받았다. 성인의 생존 당시 로마제국의 통치자는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교회의 박해자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284-305통치)였으며 세바스티아노는 그의 최측근 경호원이었다. 신심이 강했던 세바스티아노는 감옥에 드나들 수 있는 직업상의 특권을 이용하여 감옥에 갇혀 있던 신자들을 돌보아 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황제는 세바스티아노를 활로 쏘아 죽이라고 명령했다. 소나기 같은 화살이 그의 몸을 뒤덮었다고 한다. 당연히 죽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사형집행자들이 자리를 뜬 사이 한 여인이 성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왔다가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을 알고 극진히 간호하여 살렸다.
목숨을 건진 세바스티나아노는 며칠 후 황제를 찾아가 신자들을 박해하는 황제를 꾸짖기 위해 그리스도가 자신을 찾아오자 등골이 오싹해진 황제는 이번에는 그를 몽둥이로 쳐서 죽이라고 명령했다. 끝내 순교하여 하수구에 버려진 세바스티아노를 신자들이 발견하여 그리스도인들의 공동묘지인 로마의 카타콤베에 묻었다고 한다. 4세기 경 그의 무덤 근처에 성인에게 봉헌된 교회가 세워졌고, 앞서 소개한 성인에 관한 일화도 이미 5세기부터 전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성 세바스티아노」
1478-79,171×88.5cm,드레스덴,국립고미술관
<순교하는 성 세바스티아노>
요즘 말로 몸짱인 한 젊은이가 화살을 맞은 채 서 있다. 바로 세바스티아노이다. 이 성인은 르네상스 시대에 특별히 많이 그려졌는데 그 이유는 반라(半裸)의 상태로 묶인 채 화살을 맞고 있는 처형 장면이 남성의 인체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성 세바스티아노>는 그중 대표작이다. 성인이 서 있는 그림의 배경은 15세기 베네치아의 한 광장으로 특유의 굴뚝이 건물 옥상마다 세워져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건물 난간에는 카페트를 말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며 건물과 성인의 몸 역시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난다. 베네치아 회화 특유의 빛이 시칠리아 출신인 안토넬로의 이 작품에서도 보인다.
성인이 서 있는 광장의 바닥은 정교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그려졌다. 성인의 발 아래에서 나뒹굴고 있는 쓰레기통으로 보이는 둥근 원형통은 순교 장면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이나 원통의 입체감을 단축법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린 것 같다. 단축법이란 물체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그리는 회화 기법으로 능통함을 보여주려는 듯 멀리 광장 왼쪽에도 누워서 잠이 든 한 병사의 모습을 단축법으로 그렸다.
화가는 이 그림에서 화살을 맞아 잔인하게 순교한 성세바스티아노를 성스럽게 그리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고, 오히려 남성의 육체를 이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관심이 있어 보인다. 미술이 종교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독립성을 누리기 시작한 징조요, 르네상스 미술의 특징인 세속성의 한 단면이다.
금년 1월 시칠리아의 한 도시에서 이 그림을 그린 화가 안토넬로 다 메시나의 특별전이 열렸다. 특별전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은 6점뿐이었으나 이들 작품을 보기 위해 팔레르모 국립 미술관에는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화가 안토넬로에 대한 최고의 찬사였다.
- 고종희 마리아/한양여대 교수,미술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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