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마동 성당 주보 읽기/2019년 주보

사순 제1주일 2019년 3월 10일(다해)

모든 2 2019. 3. 10. 14:41

 

 

해미공소

해미는 순교의 역사로 말미암아 오랫동안 교우들이 읍내에 살지 못했다. 1962년 해미읍성 안의 호야나무(회화나무)옆에 공소가 설립되었고,1985년에 승격되어 해미본당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본당에서 성지를 관리하다가 2001년부터 성지 전담 신부가 파견되었다.

 

 

 

 

  +  루카 복음 4,1-13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유혹을 받으셨다.>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요르단강에서 돌아오셨다. 그리고 성령에 이끌려 광야로 가시어,사십일 동안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동안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아 그 기간이 끝났을 때에 시장하셨다. 그런데 악마가 그분께,'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순간에 세계의 모든 나라를 보여 주며,그분께 말하였다. "내가 저 나라들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당신에게 주겠소. 내가 받은 것이니 내가 원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오. 당신이 내 앞에 경배하면 모두 당신 차지가 될 것이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예수님을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운 다음, 그분께 말하였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여기에서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지 않소?" '그분께서는 너를 위해 당신 천사들에게 너를 보호하라고 명령하시리라.''행여 네 발이 돌에 차일세라 그들이 손으로 너를 받쳐 주리라.'"

  예수님께서는 그에게,"'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하고 대답하셨다.

  악마는 모든 유혹을 끝내고 다음 기회를 노리며 그분에게서 물러갔다.

 

 

  <말씀의 향기>

 

  돼지를 잡자   -이재홍 프란치스코 송촌동 주임

 

  작년 여름,저희 동기 신부들은 대천 바닷가에서 동기 모임을 했었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바닷가로 나갔는데,마침 정말로 아름다운 해넘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다들 핸드폰을 꺼내 그 장면을 찍었고, 자연스럽게 저희들은 다같이 아름다운 석양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게 되었습니다. 잠시 후,전송받은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배경은 너무나 아름답기만 한데,그 가운데 웬 돼지가 한 마리,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들 짐작하시겠지만,그 돼지는 다름 아닌 바로 저였습니다. 그동안 본당의 많은 신자들이 "신부님,살 좀 빼셔야겠어요. 수단이 터질라고 해요"라고 수도 없이 말했었지만,사실 저는 귓등으로 들었습니다. '아직 괜찮구만,괜히들 난리야'라고 혼자 생각했었지요. 그렇게 저는 저 자신에게 '아직 괜찬아'라고 자기 암시를 주면서 살아왔었는데,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저는 우연한 사진 한 장에서 발견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바로 그 다음날부터 저는 그놈의 '돼지'를 잡기 위해서, 피눈물 나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평소 산은 멀리서 보는 것이지,올라가는 것이 아니라고만 생각했었기에,지금 본당에 부임한 지 3년이 지났어도 뒷산 한 번 올라간 일이 없었는데, 그날부터 등산이라는 것을 시작했지요. 혼자 올라가기도 힘든 산인데, '돼지'한 마리를 업고 가려니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아,정말 더럽게 힘드네.그냥 포기하고 이대로 살까'하는 유혹이 산을 올라갈 때마다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거,조금만 더 해 보자는 마음으로 산을 찾았고, 그렇게 어렵게 시작되었던 저의 등산은 어느덧 이제 취미를 넘어 습관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안에 살았던 돼지 녀석도 자연스럽게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저는 신자 여러분들도 한번 셀카를 찍어보셨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가 우연한 사진 한 장에서, 제 안에 있던 '돼지'를 발견했던 것처럼,신자분들도 셀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한번 제대로 바라보셨으면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셀카는 핸드폰으로 찍는 것이 아닙니다. 내 외모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내 내면을,내 영혼을 바라보자는 것이기에,핸드폰이 아닌 오직 성체 앞에서의 조배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침묵 속에서의 성체조배를 통해 우리는 우리 영혼의 현재 모습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우리들은 내 안에 살고 있는 '돼지'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교만,탐욕,질투,분노,나태라는 이름의 돼지를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얘기해도 내가 발견하지 못하면, 그 '돼지'는 여전히 우리 안에 머물며, 우리 삶을 무겁고 힘들게 만들 것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더 이상 미루지 마시고,빠른 시간 내에 성체조배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성체조배를 통해 발견한 내 안의 '돼지'를 꼭 잡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영혼 안에 달라붙어 있는 나쁜 것들을 다 몰아내고, 순수하고, 거룩한 영혼으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19년 사순 시기 담화(요약문)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로마 8,19)

 

 하느님께서는 해마다 교회를 통하여 깨끗하고 기쁜 마음으로 파스카 축제를 맞이하게 하시고, 새 생명을 주는 구원의 신비에 참여하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 구원의 신비는 우리의 지상 삶 안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모든 피조물도 아우르는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파스카 성삼일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전례 주년의 정점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하느님 자비의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고,이를 준비하는 여정을 시작하도록 부름받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거룩한 이들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지 않을 때, 우리는 이웃과 다른 피조물들을 향하여 파괴적인 행동을 일삼게 됩니다. 모든 악을 뿌리는 죄입니다. 죄는 처음부터 우리가 하느님과 이웃과 이루는 친교, 그리고 특히 우리 육신을 통해 피조물 자체와 이루는 친교를 단절시켜 버렸습니다.

 

  하느님의 자녀들은 새로운 피조물이 된 이들입니다. 하느님 자녀들이 나타남으로써, 피조물도 파스카를 경축하며 새 하늘과 새 땅을 열게 됩니다. 파스카를 향한 여정에서, 우리는 참회와 회개와 용서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얼굴과 마음을 새롭게 하여야 합니다. 사순 시기는 그리스도인들이 개인과 가정과 사회 생활에서 무엇보다 단식과 기도와 자선을 통해 파스카 신비를 더욱 깊이 구체적으로 드러내도록 요청합니다. 단식은 타인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탐욕을 채우려고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유혹에서 벗어나,우리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사랑을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게 해줍니다. 기도는 우리에게 우상 숭배와 자만을 버리고 주님과 그분 자비의 필요성을 깨닫게 해 줍니다. 자선은 우리가 관장할 수 없는 미래를 스스로 보장할 수 있다는 헛된 믿음으로 자신만을 위해 살고 모든 것을 움켜쥐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피조물과 우리 각자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계획의 기쁨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이 계획은, 우리가 하느님과 우리 형제자매와 온 세상을 사랑하고 이러한 사랑 안에서 우리의 참 행복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자아도취를 뒤로하고 예수님의 파스카를 향해 돌아섭니다. 어려운 우리 형제자매들의 이웃이 되어 우리의 영적 물적 재화를 그들과 함께 나눕시다.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음악도 번역이 되나요?

 

 

 

  그동안 번역이라는 것이 글에만 국한된 것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최근 놀라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악보도 번역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음악 점역사'라고 불리는 분들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분들은 하루 종일 악보를 들여다보며 시각장애인분들을 위해 악보를 점자형태로 번역하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번역 작업을 들여다보면서 묘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악보는 글보다 더 복잡하고 더 섬세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요소가 참 많기 때문입니다.

 

  음표, 음계,연주 방법을 나타내는 특수부호까지 무려 200개가 넘는 음악 기호를 6개의 점으로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표현하는 과정은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10장 정도 되는 악보를 점자 악보로 번역하는 데에는 무려 2주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니,음악 점역사분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번역 작업이 완성이 되면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잘 이해가 되는지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교정사'분이 오셔서 나란히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 장면이 펼쳐집니다. 하얀종이 위에 점만 찍혀 있는 악보 같지만,점 하나하나가 사랑으로 완성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채워 주기 때문입니다.

 

  문득 잊고 있던 한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작면에 처음으로 시각장인분들을 위해 연극대본을 녹음하던,실제 공연보다 더 떨리고, 더 기쁘고 행복했던 그 시간들..

 

  올해에도 다시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 주저하고 있었는데, 음악 점역사분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고 온몸에 활력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 건양대학교 교수

 

 

 

 

 

 

광야에서

총총한 이슬로

밤새워 내리는

새벽 별빛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되고

참 평화를

이루는 오늘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