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동성당(대전동부지구)
본당설립:2011.1.12
+ 마태오 복음 2,1-12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히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헤로데는 백성의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을 모두 모아 놓고,메시아가 태어날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았다.
그들이 헤로데에게 말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사실 예언자가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유다 땅 베들레헴아,너는 유다의 주요 고을 가운데 결코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보살피리라."
그때에 헤로데는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시간을 정확히 알아내고서는,그들은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말하였다. "가서 그 아기에 관하여 잘 알아보시오,그리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 주시오,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가다가,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말씀의 향기>
희망과 용기로 준비하는 예물 -김민희 바오로 사목기획국장
"구원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세상 곳곳에서 평화와 일치,사랑을 무너뜨리는 많은 사건들이 우리를 슬픔과 불안에 잠기게 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려 오신 우리의 빛이시고 큰 기쁨이십니다. 이 성탄의 기쁨을 오늘 여기에서 만나는 가난한 형제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작년 성탄 때 메일로 받았던 한 성탄 카드의 내용입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시는 수녀님들께서 보내신 뜻밖의 선물에 작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끄럽게도 눈앞의 잎들을 핑계로 소중한 인연을 잊고 사는 것이 오늘의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를 무라고 말할 수 없듯이,지금 나를 살게 하는 분이 누구인지를,내가 무엇으로 살고 있는지를,선물로 맺어진 인연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지를 다시금 성찰하게 되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서로 다른 두 부류의 사람들이 별을 찾습니다. 한쪽은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한쪽은 선물과 함께 경배를 드리기 위해 별을 찾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쪽은 놀라면서도 끝까지 길을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 별이 분명 참빛이신 메시아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끝까지 별을 따라가는 희망과 용기를 선택합니다.
교부 성 요한크리소스토모의 말씀처럼,동방박사들은 그들이 별을 보았기 때문에 길을 떠났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길을 떠났기 때문에 별을 보았습니다. 작가이자 그리스도인이었던 예이츠는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몸 전체로 떠올린 생각"이라는 성찰을 남겼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을 위해 떠나는 희망과 용기를 간직한 사람만이 별을 보고 찾습니다. 자신의 삶과 믿음을 예물로 준비하고,주님께 경배를 드리는 사람이 기쁨과 영광을 얻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당신을 찾는 모든 이들의 갈망 안에서,모든 가난과 소외의 현장에서,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무디어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든 이들 안에서 예물과 경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은혜로운 한 해,교구 시노드 안에서 별빛을 새롭게 만나고,우리 각자가 누군가를 예수님께 인도하는 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via의 시선("무엇"을 찾습니다.) -임상교 대건안드레아 신부님의 한주간의 글-
누군가를 만날 때의 느꼈던 작은 떨림을 기억합니다. 첫입맞춤과 같았던 만남,그래서 들썽한 마음이 떨림 안에서 지금이란 시간의 충만을 경험하게 한 만남을 기억합니다. 만남,신비입니다.
어린 시절 아니 태어나는 순간부터 느꼈던 허기가 있습니다. 마음을 감치는 지금 이순간, 끊임없이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합니다. 어치렁거리며 걷고 싶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절뚝입니다. 길 위에 주저앉습니다. 그리고 만납니다. 작은 떨림의 만남,작은 떨림이 주는 충만은 '삶의 멋진 것'이라고 확신하게 합니다. 그리고 사는 것의 의미와 기쁨 그리고 행복을 만납니다.
그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기쁨의 원천일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면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 마음에 불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존재를 채웠던 충만함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사람으로 인해서 느꼈던 기쁨이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를 찾기시작합니다. 그리고 곧 알게 되지요.
"누구"를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이지요. 내가 찾은 것은,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찾은 그 무엇은,아주오래 전부터,내 안에서 희망하고 찾던 그것이었습니다. 만남은 하느님의 섭리이고 은총입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찾고 있던 그것이 그를 통해서 나에게 주어집니다. 그래서 그 만남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무엇을 찾느냐?"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따라오는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에게 묻습니다. "누구를 찾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찾느냐?"고 묻습니다. 힘을 지닌 사람을 찾지 않습니다. 자신이 찾고 있는 그것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가치의 공유,"그래서 함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찾던 가치가 만남 속에서 공유되지 않거나 공유될 수 없다면.. 떠나면 됩니다.
"누구"를 찾지 마십시오. 대신 "무엇"을 찾으십시오. 그러면 맹목적이지 않게 됩니다.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그만큼 자유롭게 됩니다. 그런데 내가 오래 전부터 찾고 있는 그 "무엇"을 알고 계신지요?
바람에는 나이가 없다
해가 바뀌었습니다. 해가 바뀌었다지만 생각보다 달라진 건 많지 않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는 달력에 적혀있는 숫자처럼 분명한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피할 수 없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나이를 적어야 하는 일이 생길 때,어제보다 한 살 더 늘어난 숫자를 써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아무리 의미를 부여해도, 거울 보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얼굴의 주름은 종종 마음까지 주름지게 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득 세상 모든 것들 중에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바람'이 떠오릅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그 바람 말입니다.
바람에는 나이가 없습니다. 바람은 결코 주름진 이마를 갖지 않습니다. 태어난 듯 했는데 사라지고,사라지는 듯 했는데 다시 태어나는 바람의 나이는 과연 몇 살 일까요?
올해는 바람과 닮은 삶을 살고 싶습니디. 따뜻하거나 차가울 수는 있어도,약하거나 강할 수는 있어도 멈추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그런 바람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거울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거울 대신 하늘을 보며 바람을 느껴 볼 겁니다. 주름진 얼굴에 노심초사하기보다,허공을 가르는 그 신비한 하느님의 숨결에 마음을 빼앗겨 볼 겁니다.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숫자에 민감해지기 쉽습니다. 집은 몇 평짜리이고,연봉은 얼마나 되는지,아들과 딸은 몇 등이나 하는지 남들과 비교하면서 불편한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바람은 결코 그 수를 셀 수 없습니다. 숫자로부터 자유로운 바람을 안고,나이를 잊은 채 주님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한 해가 되길 기도해 봅니다.
-이충무 바오로/극작가,건양대학교 교수-
예!
여기 있습니다.
아직은
어떤 형태로
되지 못했지만
저 여기 있습니다.
맑은 새해!
글.그림 이순구(베네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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