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소 노동자 우리는 쓸겠습니다. 당신들은 닦으십시오
송경동
20여 개 작업을 전진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직업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였다. 지하 주차장에서 찬밥을 데운 수돗물에 말아 드셨다. '경기중부아파트노동자협회'문화제에 왔다. 과천, 안양, 의왕, 군포 등지 아파트에서 일하는 내 아버지 같은 어머니 같은 분들이 처음으로 노조를 만들고 권리 찾기에 나서는 날이다. 이 사회를 위해 평생 일하다 이젠 한숨 돌리고 쉼도 가져보아야 할 분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입주자들 눈에 띄지 말 것..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온갖 갑질을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미친 세상이 되어 서울경기 아파트 가격이 두배로 뛸 동안 이 분들이 임금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어떤 인권이나 권리가 나아진 것도 없었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과로사 한 아파트 노동자들이 50여 분이라 했다.
어제 밤을 꼴딱 새서 시 한편 썼다. 내내 이젠 호흡기가 아니면 생활이 힘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내 시이기도 한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쓰여진 선언이라고 했다. 청소용역노동자들을 위한 시.
한국인 최초로 기타연주로 독일 유학도 다녀왔지만 지금 직업은 아파트 경비노동자라는, 올해 일흔 둘이라는 선생님이 경비복을 입고 나와 기타연주도 해주시고, 음악인이었다는 한 분은 색소폰 연주도 해주시는데... 우리도 똑같은 인간이라고 하시는데... 삶이란 게 뭔지 코끝이 아리다. 이런 분들과 함께 다시 아래로부터 권리 찾기 운동에 나서고 있는 이름없는 활동가 분들이 참 존경스럽다.
by Martin Erspamer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선언
우리는 당신들의 집과 건물이
깨긋하길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를 대하는 당신들의 인성도
깨긋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삶과 생활이
더 윤택하고 빛나길 바랍니다.
그만큼
우리가 받아야 할 대우도
우리는 노예나 종이 아닙니다.
당신과 나의 권리는 서로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불의를 바르게 정돈하고
잘못된 구조와 모순을 뜯어 고치는 것은
우리 공룡의 일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쓸겠습니다.
부디
우리가 치워야 할 쓰레기가
당신들이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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