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라/이미정
눈물로도 삭힐 수 없는 이야기가 있을 때는
숲으로 가라
숲은 제 사연이 부풀 때마다
묵묵히 나무 한 그루 씩 심었을 거다
햇살이 콕콕 옆구리 살을 찌를 때에는
연초록 푸른 잎을 피워냈을 테고
늑골이 시린 날에는
넝쿨나무를 땅 속 깊이 박았을 거다
소리도 없이 안개비가 오는 날에는
한참을 외로움에 울었을 테고
저무는 밤에 오지 않는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렸을 거다
너의 눈물로도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거든
저
숲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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