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 오백리길

대청호 오백리길 제 18구간 장수바위길과 18-1구간 마동창작마을[2]

모든 2 2017. 6. 23. 08:23



대청호 오백리길 18-1구간 묘암삼거리-마동창작마을(차량이동)




화가 이홍원/김기원


그에게서

풋풋한 풀냄새가 난다


그의 그림 속엔

광기어린 고호의

술 취한 장승업이

어슬렁거리고


마동창작마을엔

그가 그린

꽃과 호랭이와

미루나무 사이에서


장난꾸러기 아이들과

그리운 아낙들이

밤새 숨바꼭질 하는데


오늘도 술래가 되어

민초들의 꿈 찾아가는

푸른 피에로




회서국민학교옛터에 자리잡은 마동창작마을

뒷건물의 밤나무에 밤꽃이 절정인데

그 아래 그네가 운치있다.

 

사진찍기에 바빠 그 그네 한번 못타본게

이렇게 아쉬움으로 남을줄이랴


밤꽃 그늘아래  그 그네가

그리워진다




























































연탄 한장/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장 되는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일단 제 몸에 불이 옳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반쯤 깨진 연탄/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은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함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