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이원규

모든 2 2017. 2. 20. 15:05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이원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산모퉁이 돌아오는 시골 막버스처럼

오기 전엔 도대체 알 수 없는 전화벨처럼 오는가

 

마침내 사랑은

청천하늘의 마른번개로 온다

와서 다짜고자 마음의 방전을 일으킨다

 

들녘 한복판에

벼락 맞은 채 서 있는 느티나무

시커멓게 팔다리 잘린 수령 오백년의 그는

이제서야 사랑을 아는 것이다.

 

사랑과 혁명 그 모든 것은

비로소 끝장 나면서 온다

제 얼굴마저 스스로 뭉개버릴 때

와서 이제 겨우 시작인 것이다.

 

 

 

북극성/이원규

 

숲속에 홀로 누운 밤이면

나의 온몸은 나침반

그대 향해 파르르 떠는 바늘

 

밤새 외눈의 그대 깜박일 때마다

나의 몸은 팽그르르 돌아

정신이 없다

 

극과 극의 사랑이여

단 하룻밤만이라도

두꺼비집을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