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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일자리 창출과 관계없다

모든 2 2021. 10. 13. 23:13

 

기후위기는 일자리 창출과 관계없다

박병상

 

그린란드가 녹색의 땅이 될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의 젊은 소설가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그린란드가 녹는 현실이 불안하다.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부모와 친지가 자신을 애지중지했던 기억을 간직하는 마그나손은<시간과 물에 대하여>에서 아이슬란드의 빙하가 녹으며 호수가 넘치는데 사람들은 왜 불안해하지 않는지 무척 궁금하다. 히말라야를 찾아 상황을 살피고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를 접견한 그는 기후위기 원인에 대한 성하의 고뇌에 위안 받지만, 세상은 거기까지였다.

 

  85%가 빙하로 뒤덮인 거대한 섬을 사람들은 왜 '그린란드'라 붙였을까? 아이슬란드 활화산 덕분에 풍부한 물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도 경작할 땅이 거의 없다. 그린란드는 얼음덩어리 땅이다. 노르웨이에서 유배된 초기 항해사가 정착민을 끌어들이려고 '그린란드'(Greenland)라는 풍문을 퍼뜨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역사적 사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린란드는 머지않아 "녹색의 땅"으로 변할 것인가?

 

  <문명의 붕괴>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외부 지원이 끊기자 파국을 만난 그린란드 유럽인의 비극을 조명했다. 물개 가죽을 기워 입으며 사냥하는 이누이트나 순록을 눈밭에서 사육하는 라플란드인과 달리 유럽식 건물에서 빵과 스테이크를 요리하던 바이킹 후예들은 기온의 급강하로 좁은 경작지마저 눈에 덮이자 굶주리고 말았다. 교회에서 최후를 맞은 13세기 청년 이후 그린란드는 현재 5만이 넘는 주민이 덴마크 지원으로 살아간다.

 

  지난 8월 14일 그린란드 관측 이래 처음 비가 내렸다. 나흘 동안 70억 톤의 폭우가 쏟아져 410억 톤의 빙하가 녹았다는데, 지난 10년 동안 온난화 징후를 관측한 과학자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그린란드 빙하 위를 호수처럼 녹이며 쏟아지는 빗물은 바다로 휩쓸리기 전에 크레바스로 폭포처럼 쏟아진 뒤 빙하와 땅 사이를 흐를 것이다. 갈라진 거대한 빙하는 빗물이 녹인 땅을 깎으며 흐르다 바다로 빠져들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다. 10km 가깝게 덮었던 빙하가 유럽대륙을 편평하게 깎으며 바닷물을 차올렸던 것처럼.

 

  빙하 녹는 속도는 예상을 초월한다

 

  산업화 이전 280ppm 정도였던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서서히 올라갔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 1차 지구정상회담이 열린 1990년대 초에 350ppm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350ppm을 넘기면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된다고 추정하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6차 보고서를 펴낸 현재, 이산화탄소농도는 410ppm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로 이산화탄소가 농축되면 이번 세기 안에 그린란드 빙하는 모두 녹을 것이라 예상하는데, 속도가 예상을 초월한다.

 

  해수면 상승은 욕조에 온수 채우듯 얌전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효과는 거대한 빙하가 솟은 극지방일수록 크고, 녹는 빙하는 뚝뚝 끊어져 바다로 빠질 때마다 해안을 쓰나미처럼 휩쓸며 수면을 끌어올릴 것이다. 그린란드 남동쪽으로 1,200km 떨러진 아이슬란드는 그린 재해를 먼저 받을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절반 정도의 국토에서 관광과 어업으로 유럽 평균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아이슬란드 33만 인구는 언제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기온이 6.4℃ 오르면 모든 생명은 소멸한다

 

  2007년 2월 3일 영국 언론 <인디펜던스>는 IPCC 4차 보고서를 근거로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기후위기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기온이 현재보다 2.4℃ 상승하면 미국 네브래스카고원이 사막화 되어 산호초가 소멸한 이후 세계 생물의 3분의 1이 절멸한다고 예견했다. 3.4℃ 상승한다면 아마존 열대우림에 괴멸적 화재가 발생해 사막화되고, 얼음 소멸로 북극곰을 비롯한 북극권 동물이 멸종할 것으로 예측했다.

 

 

  4.4℃ 상승하면 녹아버린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막대하게 방출해 세계 기온이 급속히 상승하기 시작하고 유럽 저지대와 상하이 수몰로 대규모의 인구 이동이 불가피하다고 예견한 <인디펜던스>는 5.4℃ 오르면 남극을 비롯해 지구에서 모든 얼음이 없어져 해수면이 70m 상승하면서 세계 식량 공급이 단절된다고 바라보았다. 6.4℃가지 오르면? 해양에 퇴적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불덩이로 방출하며 거의 모든 생명이 소멸할 거로 예상했다.

 

  4차 보고서 업적으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IPCC는 수십만 편의 연구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정교하게 갱신한다. 얼마 전 6차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이상 상승한 평균 기운이 2030년이면 1.5도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12년 앞당긴 것이다. 2.0도 이상 오르면 관성으로 이어질 상승효과를 막을 수 없고, 6.0도 이상 오를 수 있기에 2050년 이전 세계는 대기에 내보내는 이산화탄소만큼 흡수하는 이른바 '탄소 중립'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건만, 온난화 속도는 조금도 억제되지 않는다.

 

  마그나손의 아이가 자라는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3만이지만,그린란드처럼 맹렬하게 녹는 히말라야 인근은 10억 이상 인구가 연명한다. 지난 2월 녹은 빙하가 건설 중인 댐을 덮쳤고 200명 가까운 주민과 노동자가 사망했지만, 기후 전문가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 우려한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 주변 경작지는 사막으로 버림받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십억이 넘는 인구가 아리를 끌어안고 이주할 땅을 찾아 세계를 떠돌 텐데, 주변국은 받아들일 여유가 있을까?

 

  돈벌이나 일자리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2100년 해수면이 지금보다  7m가 아니라 1.1m 상승하고, 그때 세계 인구의 30%인 24억 명이 터전을 잃을 것인가? IPCC와 달리 예상한 '유엔 인간 정주계획'(UN-HABITAT)은 아비규환을 걱정했을까? 에너지와 물과 식량을 자급하며 지속해서 생존할 수 있는 부유식 해상 자족도시를 구상한다. 그를 위해 우선 300명이 거주할 시범도시를 부산에 건설하자 제안 했다고 지난 8월 5일 언론이 밝혔다. 시범인 만큼 비용은 유엔에서 부담한다는데, 환영 의사를 밝힌 부산시는 야무진 꿈을 꾼다. 해상도시 기술 선점에 이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해외 관광객 유치를 상상하는 모양이다.

 

 IPCC는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는 예상 시기를 앞당기는데,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려는 부산시는 해수면 상승을 돈벌이 기회로 여긴다. 탄소중립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강조한 우리 통상자원부와 맥을 같이 하는가 보다. 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선진굴이 된 우리는 다시 꿈꾼다."하고 연설한 대통령은 친환경차, 수소경제, 태양광, 해상풍력으로 "실현 가능한 2030년 감축목표"를 국제적으로 약속하고 '그린 뉴딜'과 '녹색기술'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도국가'포부를 펼쳤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예전에 없던 무지막지한 산불과 폭우로 인명과 재산의 피래를 겪은 국제사회는 돈벌이나 일자리보다 생존을 걱정한다. 해마다 헐거워지는 북극권 제드기류는 유럽, 인도, 북미에 혹독한  기상이변을 안기고 그칠 리 없다. 올해 시베리아는 터키와 그리스와 미국을 태운 산불의 3배 넘는 재앙을 만났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티베트를 감싸는 제트기류가 무너진 2018년 여름, 우리나라는 형벌 같은 폭염에 시달렸는데, 그린란드와 남극 빙하가 녹는 상황에서 얼마나 무서워질까?

 

  영구동토가 녹으면 어떤 감염병이 어떻게 창궐할지 아무도 모른다. 선거 앞둔 우리 정치권의 안일함과 달리, 기후위기는 돈벌이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못한다. 신기루 같은 기대는 한순간 파멸적 재앙에 휩싸일 텐데, 운 좋게 재앙을 모면한 현실에 방심은 금물이다. IPCC 6차 보고서는 절박한 행동을 요구한다. 미래세대의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바싹 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