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이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닿아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히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그리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 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주먹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나를 취한다
어린 아이들이 호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밤 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어 주는 것을
고독/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독은 비처럼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 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고독은
언제나 외로운 하늘로 올라가서는
처음 그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모든 골목길마다 아침을 향해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은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를 떠나 갈 때,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그 뒤엉킨 시간에 비 되어 내리는
고독은 냇물과 더불어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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