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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라이너 마리아 릴케

모든 2 2015. 10. 19. 20:50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이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닿아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히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그리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 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주먹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나를 취한다

 

 어린 아이들이 호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밤 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어 주는 것을

 

 

 

 

고독/라이너 마리아 릴케


고독은 비처럼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 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고독은

언제나 외로운 하늘로 올라가서는

처음 그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모든 골목길마다 아침을 향해 뒤척일 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은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를 떠나 갈 때,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그 뒤엉킨 시간에 비 되어 내리는

 

고독은 냇물과 더불어 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