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도시] (60) 사모트라케 섬
유럽 선교의 의지를 다진 곳
▲ 사모트라케 섬에서 출토된 여신 니케 대리석상.
현재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사모트라케는 에게해 동북부에 있는 산이 많은 섬이다. 트라키아인이 이 섬을 발견했기에 ‘트라키아의 사모스’라는 뜻의 사모트라케라고 불렀다. 이 섬은 그리스에서 흑해로 진입하는 뱃길에 있어 고대부터 매우 중요한 항구였다. 고대 그리스 전성기에는 해군기지 역할도 했다. 사모트라케 섬 북쪽에는 이 섬과 이름이 같은 도시도 있었다. 이 섬에는 기원전 8세기부터 사람들이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사모트라케 섬 정상에서 트로이 전쟁을 지켜봤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성경에서 사모트라케 섬은 바오로 사도가 2차 전도여행 중에 들렀던 곳으로 사도행전에서 그의 일행이 네아폴리스로 가는 중에 한 번 등장한다. “우리는 배를 타고 트로아스를 떠나 사모트라케로 직행하여 이튿날 네아폴리스로 갔다”(사도 16,11).
바오로 사도는 티모테오를 데리고 2차 여행길을 나선다. 바오로 사도 일행은 미시아에 이르러 비티니아로 가려고 했지만, 뜻대로 안 되고 트로아스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어느 날 밤 마케도니아 사람이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환시를 보게 된다. 바오로 사도는 환시를 보고 난 후 곧 마케도니아로 떠나려 했다.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하느님께서 부르신 것이라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바오로가 그 환시를 보고 난 뒤, 우리는 곧 마케도니아로 떠날 방도를 찾았다.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것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사도 16,10).
바오로 사도가 여정 중간에 머물렀던 사모트라케 섬에서 무엇을 했는지 성경에는 정확하게 기록돼 있지 않다. 이곳에서 선교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기도하고 묵상했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바오로 사도는 당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잠깐이라도 심신의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바오로 사도가 사모트라케 섬을 통해 드디어 유럽 대륙에 선교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사도 16,8-11 참조).
바오로 사도가 탔던 배는 일단 사모트라케 섬의 한 항구에 기항했을 것이다. 이 섬의 북서쪽 항구 근처에서 초기 그리스도교 교회 유적이 발견됐다. 이 교회는 바오로 사도의 사모트라케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19세기 중엽에는 ‘사모트라케의 승리’로 알려진 배의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1938년 이후 알렉산더와 그의 후계자 시대에 건축된 건물을 포함하는 ‘위대한 신들의 사원’ 유적이 발굴됐다. 그동안 사모트라케 섬에서 출토된 조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현재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 전시돼 있는 그리스 신화에서 승리를 관장하는 여신 니케를 묘사한 대리석상이다.
사모트라케의 니케(Nike)는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조각상 가운데 하나로, 기원전 220년에서 19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로도스 섬 주민들이 에게해에서 일어난 해전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사모트라케 섬에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니케는 양손에 종려나무 가지와 월계관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 밖에도 원형 건물과 야외극장, 상점터, 가옥 등 많은 유적이 발굴됐다. 현재 섬 주민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섬은 휴양지로 이용되고 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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