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잎새/정훈
플라타너스 밑을 지나노라니
어깨를 슬쩍 치는 놈이 있다
누렇토록
야윈 손길
허리를 들면
머얼리 마주치는 곳
계족산이
곱게 물들었다
실없는 녀석
내 청춘이 간줄 아는 게지
동백(冬柏)/정훈
백설(白雪)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머들령/정훈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
등짐장사가 쉬어 넘고
도둑이 목 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꾸 우던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기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밀고 끌고/정훈
날랑 앞에서 끌께
엄닐랑 뒤에서 미셔요
한밭 사십리 길
쉬엄쉬엄 가셔요
밀다가 지치시면
손만 얹고 오셔요
걱정말고 오셔요
발소리만 내셔요
엄니만 따라오면
힘이 절로 난되요
마늘 팔고 갈 제면
콧노래도 부를 께요.
'좋은글 그리고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더 데레사 『작은 몸짓으로 이 사랑을』중에서 (0) | 2017.12.29 |
---|---|
사랑/한용운 (0) | 2017.12.25 |
가을 들녘에 서서/홍해리 (0) | 2017.10.15 |
인연서설/문병란 (0) | 2017.10.08 |
논고동알/이상옥 (0) | 2017.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