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플라타너스 잎새/정훈

모든 2 2017. 12. 21. 17:17






플라타너스 잎새/정훈


플라타너스 밑을 지나노라니

어깨를 슬쩍 치는 놈이 있다


누렇토록

야윈 손길


허리를 들면

머얼리 마주치는 곳


계족산이

곱게 물들었다


실없는 녀석

내 청춘이 간줄 아는 게지





동백(冬柏)/정훈


백설(白雪)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머들령/정훈


요강원을 지나

머들령


옛날 이 길로 원님이 나리고

등짐장사가 쉬어 넘고

도둑이 목 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꾸 우던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랑 갑사댕기

손에 감고 울었더니


흘러간 서른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밀고 끌고/정훈


날랑 앞에서 끌께

엄닐랑 뒤에서 미셔요


한밭 사십리 길

쉬엄쉬엄 가셔요


밀다가 지치시면

손만 얹고 오셔요


걱정말고 오셔요

발소리만 내셔요


엄니만 따라오면

힘이 절로 난되요


마늘 팔고 갈 제면

콧노래도 부를 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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