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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과 풍류

모든 2 2024. 8. 19. 16:53

 

우아한 [정신 경계의 표현]

 

'흥(興)' 이라고 표현될 수 있는 정신적 고양 상태는, 조선의 사대부들이라면 누구나 중시하는 하나의 미의식이자 미적 표현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멋'이요 '맵시'다. 표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치장함으로써 표현되는 멋이나 맵시가 아니라, 정신적 승화 과정을 거친 후 표현되는 어떤 삶의 경지를 '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술적 흥취가 절도를 잃게 되면 방탕한 술판으로 변질된다. 술과 음악, 시 등을 즐기기 위해 풍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소재를 통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풍류가 존재한다. 이 점을 놓치는 순간 유흥 공간에서의 풍류는 순식간에 욕망의 배설 장소로 변하게 되어 있다.

 

도를 배우는 건 집착이 없는 것

인연 따라 어디에서나 노닌다.

잠시 청학동을 이별하고

백구주로 와서 희롱하노라.

이 몸은 구름 밖 천리

천지는 바다 한 귀퉁이.

그대 초당에 하루 묵으니

매화 가지에 떠오른 달이 풍류로구려.

 

-이이 「보응 스님과 산을 내려갔다가 풍암 이지원의 집 초당에서 묵다」 《율곡집》1권

 

 

손님 있으면 술잔 함께 하는 것 정말 좋은 생각이나

아무도 없이 혼자 마시는 것 그리 잘못은 아니지.

술병 말랐다고 국화의 비웃음 살까 봐

책 잡히고 옷 잡혀서 술을 사왔네.

 

-신위 「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