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고 시

능소화/이원규

모든 2 2017. 8. 4. 16:39

 

 

 

 

능소화/이원규

꽃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화무십일홍
비웃으며
두루 안녕하신 세상이여
내내 핏발이 선
나의 눈총을 받으시라

오래 바라보다
손으로 만지다가
꽃가루를 묻히는 순간
두 눈이 멀어버리는
사랑이라면 이쯤은 돼야지

기다리지 않아도
기어코 올 것은 오는구나

주황색 비상등을 켜고
송이송이 사이렌을 울리며
하늘마저 능멸하는

슬픔이라면
저 능소화만큼은 돼야지